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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도장골 아주머니(느낌이 있는 시 13) 도장골 아주머니 남한강 도장골에서 작은 편지가 왔다 도장골 아주머니는 그리운 유년의 내 유모였다 늦둥이 막내의 투정을 넉넉히 받아주던 우리 집 유모였다 편지 속 유모는 늘 낡은 사진처럼 익숙한 시간에 멈춰 있다 기다리는 그리움들은 그렇게 잘 움직이지 않는다 편지 속 도장골에도 현실은 늘 호암지 늙은 안개처럼 지나간다 물참나무 그림자 따라 과수원 땀방울을 닦으며 가을이 진다 도장골 고향 언덕은 여전히 작아도 대림산 가을 해는 제법 커 보인다 친구가 커 보이고 고향이 커 보이고 고향 종소리는 더욱 커 보인다 그래도 수확 앞둔 과수원길 따라 도장골 저녁연기는 소박하게 작구나 도장골 건너 저녁 달래강이 묵묵히 역사 속으로 쉬지 않고 걸어가도 도장골 아주머니는 잡초 같은 내게 늘 언제든 의지할 만한 유일한 긍정적.. 더보기
집시 여인(느낌이 있는 시 12) 집시 여인 우즈베키스탄 타시켄트에 천사가 내려오고 있다 아이를 둘러메고 이사도라 던컨처럼 맨발의 천상 발레를 한다 가슴에 달랑 ‘작은 사랑’ 하나 담겨 있다 나는 멍하니 수동의 관객이 되고 노련한 아브라함 선교사가 천사 공연 관람료를 적선하고 있다 공연은 무지개처럼 홀연히 끝이 났다 히말라야와 천산을 넘은 숨찬 바람 타고 유랑의 끝에 선 겨울 집시가 여전히 천사 모습으로 사라지고 있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 편집자문위원, 1978년 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 더보기
사랑, 그 노래(느낌이 있는 시 11) 사랑, 그 노래 -칼 바르트를 읽다가- 세상이 오기 전 사랑이 먼저 오다 그가 잠들기 전 먼저 새벽을 깨우고 그의 남은 어둠을 걷어내야 한다 그가 잠들기 전 십자가 예수는 울어야 하고 그가 잠들기 전 사랑을 사랑해야 한다 그대 그 아픈 곳으로 건너가라 사랑하는 이의 아픈 자리로 건너가라 슬픔이 어둠을 몰아낼 때까지 슬픔이 슬픔의 따뜻함을 받아들일 때까지 그리하여 슬픔과 고통이 사랑이 될 때까지 그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지 않은 곳으로 가라 이 세상 사랑이 그리워질 때까지 그 사랑의 중심으로 가라 사랑이 사랑을 품을 때까지 그리하여 이 세상 모두가 사랑으로 사랑을 이기는 온 세상 모두 영원한 사랑이 될 때까지 그 사랑의 사랑으로 건너가라 세상이 오기 전 사랑이 먼저 오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 더보기
시인 신경림 시비(시인의 고향, 충주 남한강변 목계나루) 충주 목계나루, 시인 신경림 시비 글쓴이 : 최고관리자 (110.35.187.132) 조회 : 3,475 충주 목계나루, 시인 신경림 시비 충북 충주생(1936. 4. 6) 1955.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등이 추천되어 등단 충북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1955년 『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1965년,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1973년 첫 시집 『농무』(農舞)를 간행했고, 평론집 『한국 현대시의 이해』 등을 간행했다 1974년 시집 『농무』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했고, 1981년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농무』(1973), 『새재』(1979), 『달 넘세』(1985), 『민요기행 1』(1985), 『.. 더보기
나는 통속(通俗)이 좋다(느낌이 있는 시 10) 나는 통속(通俗)이 좋다 프로 시인들의 시어(詩語)에는 암묵적 금기(禁忌)어들이 몇 가지 있다 미장원 한쪽 구석에 걸린 기도하는 소녀 투의 상투어들이나 통속적 이발소 그림에 삽입된 글귀 같은 것들 미술학원 벽에 전시된 어린 아이들 그림에 담긴 유치한 글귀들 졸업 앨범 편집 후기를 장식하는 것들 이를테면 뛰는 가슴, 열정, 꿈, 행복, 우정, 집념, 추억, 세월, 삶, 근면, 성실, 인내, 끈기, 믿음, 소망, 사랑, 자유, 진리, 정의, 개척, 아름다움, 그리움, 정(情) 같은 우리의 상투적이고 통속적인 단어들이다 이들 단어들은 필경 폐허가 되어버린 분교 정문의 찢어진 플래카드나 장기 두는 노인들의 복덕방 구석 그림에서 보게 되는 소위 빛 바랜 낡은 사진첩에서나 만나게 되는 그런 종류의 단어들인 것이다 .. 더보기
제재소(製材所) 톱밥(느낌이 있는 시 9) 글쓴이 : 최고관리자 (110.35.187.242) 조회 : 8,298 제재소(製材所) 톱밥 공터에 눈이 쌓이고 原木 더미에 박힌 찬란한 얼음 부스러기 발 묻힌 판자 울타리 타고 그 겨울에 내리던 질퍽거리는 톱밥들 질긴 겨울이 잘려 나가는 소리 原木 캐던 손끝에 살 드러낸 송진들 德順네 가게는 문이 굳게 닫히고 城南洞 국밥 냄새만이 느리게 번지는 겨울이 부근에 서성거릴 때 나는 그 거친 겨울을 본다 製材所 일꾼 都氏 아저씨가 흘리던 팔뚝 같은 눈물을 벙거지에 얹힌 찬란한 겨울눈을 都氏 아저씨의 톱밥 속에서 튀어 오르던------ *고향 예성에 큰 제재소가 있었다. 철 없던 아이들에겐 아지트요 놀이터였다. 그 겨울 어느 날, 제재소 일꾼 도씨 아저씨가 울고 계셨다. 도씨 아저씨 손가락은 붕대에 감겨있었다... 더보기
잡초(느낌이 있는 시 8) 잡초 잡초를 만든 것은 필경 하찮은 바람과 버려진 빗물과 뒹구는 흙들이다 여기에 낮의 햇빛과 저녁 달빛과 별빛이 모여 묵묵히 생명을 빚다 뜸팡이처럼 솟구쳐 튼튼한 별류 잡초를 소리 없이 만들었다 그래서 술 취한 장화와 짚차가 늘 밟고 지나가도 잡초는 그 고무 냄새의 고통을 즐기고 잡초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숨기고 즐겁게 이웃을 험담하여도 말없이 늘 씩씩하게 조용히 다 듣고 있다 그래서 빗물을 눈물 삼아 붙들고 울다가 친구들은 잡초 시인 나는 잡초 신학자가 되었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월간 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 더보기
안림(安林) 소 장터(느낌이 있는 시 7) 안림(安林) 소 장터 마한(馬韓)의 땅을 비비던 장날 모여드는 한(限) 삐 걱 삐 걱 마스막재 작살 고개 넘어 달구지에 실려 오고 반백(半白) 다 된 농부(農夫)와 젖 부른 농우(農牛) 뭉우리진 오천 년이 부대끼는 눈물 고삐 선술 집 목로(木爐) 불 피울 때 몸으로 울고 가는 넉 장 반(半)짜리 부룩송아지 *안림 소장터는 1970년대까지 충주 "안림"에 있던 우시장터였다. 남산 안림 화장터 밑 산비탈에 과수원이 있었다. 지금 기억해보면 조금 과장해서 초등학교 반친구들의 3분지 1은 과수원집 아이들이었던 것같다. 지금은 건물들이 들어선 소 장터와 논 일부를 제하면 안림의 도로 좌우가 모두 과수원이었다. 철수, 목사가 된 근수 등 자영농이든 소작 과수원이든 그만큼 1960~70년대에도 충주는 과수원이 많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