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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통속(通俗)이 좋다
프로 시인들의 시어(詩語)에는 암묵적 금기(禁忌)어들이 몇 가지 있다
미장원 한쪽 구석에 걸린 기도하는 소녀 투의 상투어들이나
통속적 이발소 그림에 삽입된 글귀 같은 것들
미술학원 벽에 전시된 어린 아이들 그림에 담긴 유치한 글귀들
졸업 앨범 편집 후기를 장식하는 것들
이를테면
뛰는 가슴, 열정, 꿈, 행복, 우정, 집념, 추억, 세월, 삶, 근면, 성실, 인내, 끈기, 믿음, 소망, 사랑, 자유, 진리, 정의, 개척, 아름다움, 그리움, 정(情) 같은 우리의 상투적이고 통속적인 단어들이다
이들 단어들은 필경 폐허가 되어버린 분교 정문의 찢어진 플래카드나 장기 두는 노인들의 복덕방 구석 그림에서 보게 되는
소위 빛 바랜 낡은 사진첩에서나 만나게 되는 그런 종류의 단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아픔과 시련과 슬픔과 외로움이 내게 밀물처럼 말을 걸어올 때
오히려 이들 단어들은 살아서 늘 꿈틀거리며 위로하러 내게 슬며시 다가오는 것이다
나는 통속(通俗)이 정말 좋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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