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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골 아주머니
남한강 도장골에서 작은 편지가 왔다
도장골 아주머니는 그리운 유년의 내 유모였다
늦둥이 막내의 투정을 넉넉히 받아주던 우리 집 유모였다
편지 속 유모는 늘
낡은 사진처럼 익숙한 시간에 멈춰 있다
기다리는 그리움들은
그렇게 잘 움직이지 않는다
편지 속 도장골에도 현실은 늘
호암지 늙은 안개처럼 지나간다
물참나무 그림자 따라
과수원 땀방울을 닦으며 가을이 진다
도장골 고향 언덕은 여전히 작아도
대림산 가을 해는 제법 커 보인다
친구가 커 보이고
고향이 커 보이고
고향 종소리는 더욱 커 보인다
그래도
수확 앞둔 과수원길 따라
도장골 저녁연기는 소박하게 작구나
도장골 건너 저녁 달래강이
묵묵히 역사 속으로 쉬지 않고 걸어가도
도장골 아주머니는
잡초 같은 내게 늘
언제든 의지할 만한 유일한 긍정적 화초였다
그 도장골 아주머니가 그리운 유모 되어 낡은 편지를 보내왔다
그만 안나처럼 고부랑 할머니 권사가 다 되어서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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