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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국밥을 먹으며
사랑은 참 간곡한 거라는 생각이 꾹꾹 든다
그날, 세상에 소풍 왔던 친구의 어린 동생이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주님은 무어 그리 급하셨나
다시는 친구 앞에
국밥 한 그릇 가볍게 먹지 못하며
친구의 막둥이 여동생은 그리 눈을 감았다
떠돌이 저승사자 남기고 간 바람만
뒤란을 요란하게 후리칠 때
술청에 먹다 남은 탁주와
국밥집 친구 아버님의 술타령만
우리 동네 어귀를 절절하게 두드렸다
우리 집 측백나무에 어둠이 깃들고
친구는 큰 눈을 훔치며 꿈뻑거렸다
세월이 가도 그 왕 눈만큼은
측백나무 아래 반짝였다
아픈 국밥 냄새 퍼지면
소리 없는 저승사자는 간 곳 없고
친구는 또 어디 가서
그 간절한 눈을 꿈뻑거리나
인생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이던가
아름다운 것들은 왜 가끔 슬픈 것으로 다가오던가
아, 목사가 되어서도
그 국밥 냄새 잊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진한 국밥 한 그릇 먹으며
국밥 국물처럼 시리게 진한
사람 냄새 나는 통속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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