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속(通俗)이 좋다(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나는 통속(通俗)이 좋다 프로 시인들의 시어(詩語)에는 암묵적 금기(禁忌)어들이 몇 가지 있다 미장원 한쪽 구석에 걸린 기도하는 소녀 투의 상투어들이나 통속적 이발소 그림에 삽입된 글귀 같은 것들 미술학원 벽에 전시된 어린 아이들 그림에 담긴 유치한 글귀들 졸업 앨범 편집 후기를 장식하는 것들 이를테면 바로 뛰는 가슴, 열정, 꿈, 우정, 집념, 추억, 세월, 삶, 근면, 성실, 인내, 끈기, 믿음, 소망, 사랑, 아름다움, 그리움, 정(情) 같은 우리의 상투적이고 통속적인 단어들이다 이들 단어들은 필경 폐허가 되어버린 분교 정문의 찢어진 플래카드나 장기 두는 노인들의 복덕방 구석 그림에서 보게 되는 소위 빛바랜 낡은 사진첩에서나 만나게 되는 그런 종류의 단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아픔과 시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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