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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우리 동네(느낌이 있는 시 2, 조덕영) 우리 동네 얼굴만 슬쩍 알아도 외상 먹을 수 있는 어울릴 것같지 않던 삼손 선술집과 막달라 마리아 국밥집이 모두 있어 사람 냄새와 사랑 향기가 함께 어우러지던 동네 제재소 톱밥이 풍성하고 헛간 능구렁이가 있고 누구도 겁 안나는 저녁 화투 도사(道士) 제재소 일꾼 도(都)씨 아저씨가 늘 지켜주던 동네 특전사 출신 맥가이버 소사(小使) 형이 나를 반쯤 왕자처럼 여겨 든든하던 동네 내가 평생 회개해야 하는 德順네 가게 아흔 살 모기(耄期) 할머니가 있던 푸근한 동네 칼국수 방앗간은 자그마치 서너 개나 있어 풍성하던 동네 마수걸이 가래떡을 가끔씩 훔쳐 먹어도 치골이 형에게 욕 한번 얻어먹으면 풀려나는 넉넉한 동네 치매라는 말조차 없어 노망(老妄) 들린 할머니가 정겨웠던 동네 평생 실업자 왕눈 친구 아버지가 당당.. 더보기
내 사랑 잭키(느낌이 있는 시 1, 조덕영) ​ 내 사랑 잭키 ​ 잭키는 우리 집 개였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최고 미녀 강아지였다 세상에서 그처럼 아름다운 개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다 약간은 우수에 젖은 오드리 햅번처럼 우아한 우리 집 스피츠였다 짖어야할 사람에게 짖을 줄 알고 짖어서 안 될 높은 분께는 슬그머니 뒤꽁무니만 가볍게 물 줄 아는 영리한 개였다 잭키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어머니가 지극히 아끼고 사랑한 개였다 우리 목사님도 개탕을 즐기고 내가 아는 모 목사님도 개탕을 즐기고 친구 목사도 개탕을 즐기고 살면서 개탕 좋아하는 사람들을 무척 많이 보았다 우리 민족은 참, 개 같은 것을 죽도록 사랑하는 민족인가보다 어느 날 뒤란에 우연히 벼락이 떨어졌다 그날 저녁 하나님은 만삭의 잭키를 데려가셨다 그게 잭키에 대한 내 기억의 마지막 전부였.. 더보기
상사화相思花(느낌이 있는 시: 양채영) 상사화相思花(느낌이 있는 시: 양채영) 상사화相思花 ​ ​ 우린 그냥 난초꽃이라 불렀다. 이 나라에 흔한 언년이처럼 늦봄 한철 마당구석에 무성했다가 깊은 여름 아무도 모르게 잎이 지고 꽃대궁만 풀쑥 혼자 솟아나 있다. 꽃대머리엔 희뿌우연 알살의 꽃 지금은 잊혀진 그곳의 하늘이나 마당 한가운데 누가 서 있을까. 꿈은 높은 천상天上에 매달려 있다. 달려가는 간이역 뜰에도 그 꿈은 몇 대궁 풀쑥 솟아나 있다. ​ 시: 양채영(1935-2018, 제 33회 한국문학상, 2004년 제3회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중원문학 회장 역임) ​ 풀들도 많이 자라고 폭염을 뚫고 밤이 되면 어느덧 가을도 슬며시 다가오는 듯합니다. ​ 평생 창조 세상의 "꽃"들과 "풀"들을 노래한 필자의 스승이신 존경하는 고 양채영 선생.. 더보기
풀 6(느낌이 있는 시) 풀 6 ​ 천둥 번개가 치는 날도 풀잎들은 겁먹은 기색이 없다. 깃발처럼 나부끼다. 칼날처럼 번쩍거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가랑비에 풀잎은 하염없이 이슬을 맺어 우련히 흐느끼는 저 속울음 우는 소릴 듣는다. ​ 시: 양채영 (1935-2018, 제 33회 한국문학상, 2004년 제3회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 풀들도 많이 무성하고 어느덧 8월도 지나갑니다 배롱나무가 마지막 꽃을 튀우며 여름을 노래하네요 ​ 평생 창조 세상의 "꽃"들과 "풀"들을 노래한 필자의 스승이신 존경하는 고 양채영 선생님의 시를 읽다 ​ 조덕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