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우리 동네
얼굴만 슬쩍 알아도 외상 먹을 수 있는
어울릴 것같지 않던 삼손 선술집과 막달라 마리아 국밥집이 모두 있어
사람 냄새와 사랑 향기가 함께 어우러지던 동네
제재소 톱밥이 풍성하고 헛간 능구렁이가 있고
누구도 겁 안나는 저녁 화투 도사(道士) 제재소 일꾼 도(都)씨 아저씨가 늘 지켜주던 동네
특전사 출신 맥가이버 소사(小使) 형이 나를 반쯤 왕자처럼 여겨 든든하던 동네
내가 평생 회개해야 하는 德順네 가게 아흔 살 모기(耄期) 할머니가 있던 푸근한 동네
칼국수 방앗간은 자그마치 서너 개나 있어 풍성하던 동네
마수걸이 가래떡을 가끔씩 훔쳐 먹어도
치골이 형에게 욕 한번 얻어먹으면 풀려나는 넉넉한 동네
치매라는 말조차 없어 노망(老妄) 들린 할머니가 정겨웠던 동네
평생 실업자 왕눈 친구 아버지가 당당하던 동네
똥 과자 굽던 제갈공명 친구와 그 동생의 겨울 콧물이 늘 씩씩하던 동네
은행나무가 있고 울타리가 있고 공동 우물이 있고 개울이 있고
들판 메뚜기와 가끔은 칡뿌리 캐러갈 작은 산이 있고
북 치며 아이들을 소몰이하듯 신나게 모으던
성결교회 사찰 집사님이 있어 그리운 동네 우리 동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월간 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수, 목사)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로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 어린이도서부문 2년 연속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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