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관리자 (110.35.187.242) 조회 : 2,424>
국군광주통합병원 회개(느낌이 있는 시 4)
가을에 후송 온 그 친구는 풍 일병이라 했다
빛고을 이곳이 고향이라 했다
싱거운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그나마 더러 내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태종대 전교사 김 병장이 교회로 모두를 내몰고 있을 때
그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세상과 내게 침을 뱉고 있었다
'아니다' '아니다'라고
무엇이 아니든 침 맞은 내 얼굴은 연실 흉내 바둑처럼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그는 약대 털옷 입은 세례 요한이요 나는 겨우 더러운 낙타 발톱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는 무릎 슬개골보다도 마음의 병을 더 크게 앓고 있었고
나는 늘 이기심으로 내 평생 고통의 짐, 불치병 류마치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박 중위가 늘 나에게 바둑판으로 다가오듯
그의 안경은 늘 다케미야(武宮正樹) 우주(宇宙)류의 바둑알처럼 보였다
바둑 한판으로 아무리 속상해도 식사 당번은 또 나구나
나는 열심히 회개의 식기들을 닦았다
그의 안경을 닦듯 부끄럽게 류마치스로 손상된 손을 힘겹게 올렸고
그는 여전히 저녁마다 나에게 침을 뱉었다
너는 세상에 무슨 침을 뱉었느냐고
네가 무슨 이 세상 짊어질 지게꾼이었냐고
나는 항상 침 뱉는 그가 두려웠다
나보다 한 계급 낮은 세례 요한 풍 일병
어느 날 결국 그는 바둑황제 조훈현 프로의 사형(師兄),
풍운아 후지사와(藤澤朋齊)처럼 침 뱉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게서 작은 안부 엽서가 내게 날아왔다
거룩한 제 5공화국 헌병대로 무사히 복귀하였다고
노련한 후지사와처럼 열심히 흉내 바둑을 두어야 한다고
그의 필승통일 자대(自隊)였다
그는 다행히 나보다 먼저 병영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월간 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로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 어린이도서부문 2년 연속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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