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고향
내 고향 蘂城은 늘
산과 돌, 물이 참 넉넉했다
월악이 가끔 물 그늘에 잠기고
수석은 지천에 널려 고향 강마을을 비추었으니
심심하면 종민동 트럭도 희디흰 곱돌을 뿌리기에
아이들은 신선처럼 신나는 공기놀이를 하고
오죽하면 박두진 시인도 청록 배낭 메고
주말마다 남한강 좌우 강가를 探石하며
늘상 세월 버리는 연습을 하였으니
내 고향 언저리엔 늘
낭만파 바람이 거리와 들판을 서성거렸다
허나 고향도 요즘 참 많이 달라졌다
수석들은 돌멩이, 자갈 되어 호수 속 몸을 감추고
마스막재 너머 그립던 곱돌 광산은 그늘에 잠겨있다
그러고 보니 고향처럼 조국 사회도 참 많이 거칠어졌다
곱돌들은 살아 디지털 돌덩이로 되살아났으나
낭만파 욕설은 디지털 생명 속에 젊잖게 명퇴하였고
직설의 날고기 화법만이 유행의 꼼수를 타고 있다
상스런 디지털 댓글은 거친 잡풀보다도 더 설익은 향기를 풀풀 날리고
시인들은 그 틈새만을 노리는 회색 신사들이 되어있다
사람들은 아날로그의 나를 보고
糖尿와 동무 되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하나
그게 그런 게 아니다
거친 세상 나도 화전민 시인 되어
그저 비수처럼 날카로운 채식을 할 수밖에 없구나
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월간 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로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 어린이도서부문 2년 연속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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