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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가을 홍등(紅燈) 가을 홍등(紅燈) 홍등과 함께 자란 내 유년 새벽 예성 골목길을 찾아오면 늙은 주모(酒母)는 여전히 달빛처럼 잠이 없습니다 酒母는 죽은 귀신 마주보는 선수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떠난 막달라 마리아 그리며 있습니다 손대 내리듯 달빛 담은 새벽 헛간 빈터에 물러선 누추한 그림자 따라 새벽 구렁이는 담배 연기 자락만 피워 올립니다 ​ 새벽에 왔습니다 늙은 주모는 내게도 휘파람 불고 아름다운 우리 뒷골목 외로운 헛간 능구렁이도 익숙하게 휘파람 따라 붑니다 어둔 골목길이 생각 날 때 멀리 꼬리를 그리며 달려간 淪落의 매끄러운 자락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시간의 바람만 소리 없이 슬쩍 휘돌아갑니다 ​ 이 낯선 초록별에만 있는 홍등가(紅燈街)의 문이 닫혀도 늦은 가을바람은 반갑게 불기에 가끔씩 늙은 주모가 그립습니다.. 더보기
충주, 안림(安林) 소 장터(조덕영 詩集 <사랑, 그 지독한 통속(通俗)> 중에서) 안림(安林) 소 장터(조덕영 詩集 중에서) 글쓴이 : 최고관리자 (110.35.187.242) 조회 : 2,225 안림(安林) 소 장터 ​​ 마한(馬韓)의 땅을 비비던 장날 모여드는 한(限) 삐 걱 삐 걱 마스막재 작살 고개 넘어 달구지에 실려 오고 반백(半白) 다 된 농부(農夫)와 젖 부른 농우(農牛) 뭉우리진 오천 년이 부대끼는 눈물 고삐 선술 집 목로(木爐) 불 피울 때 몸으로 울고 가는 넉 장 반(半) 짜리 부룩 송아지 ​ ※안림 소 장터는 내 고향 충주의 우시장이었다. 시내 중심가 시장 인근에 있던 우 시장은 시내가 확장되면서 과수원 고장 충주에서도 과수원이 가득했던 안림동으로 이전하여 왔다. 시내서 안림동에서도 가장 높은 남산성, 화장터 인근에 있던 우리 과수원을 오고 갈때면 어김없이 스쳐지나.. 더보기
잡초(느낌이 있는 시-조덕영) ​잡초 잡초를 만든 것은 필경 하찮은 바람과 버려진 빗물과 뒹구는 흙들이다 여기에 낮의 햇빛과 저녁 달빛과 별빛이 묵묵히 생명을 빚어 뜸팡이처럼 솟구치다 소리 없이 별류 잡초를 튼튼히 만들었다 ​ 그래서 늘 술 취한 장화와 지프가 밟고 지나가도 잡초는 그 고무 냄새의 고통을 즐기고 잡초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숨기고 즐겁게 이웃을 험담하여도 말없이 늘 씩씩하게 조용히 다 듣고 있다 ​ 그래서 빗물을 눈물 삼아 붙들고 울다가 친구들은 잡초 시인 나는 잡초 신학자가 되었다 ​ 조덕영 詩集 중에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 편집자문위원, 1978년 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더보기
사랑 풍경-십자가(조덕영) 사랑 풍경-십자가(조덕영) 사랑 풍경- 십자가 그리워하면 그것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다 죽으면 그것은 죄다 사랑의 죄다 그러므로 그러므로 이 세상 모두를 그리워해야 한다 그리워하다 죽어야 한다 ​ 조덕영 詩集 중에서 조덕영 ​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의 편집자문위원, 1978년 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최초, 2년 연속 수상하다. 신학자로 지금은 신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 더보기
결혼 자격, 아빠(조덕영 詩集 <사랑, 그 지독한 통속(通俗)> 중에서) 결혼 자격, 아빠 5살 에스더는 ‘목사님, 나는 아빠 얼굴을 하나도 몰라요’라며 힘없이 말했다 6살 에스라는 ‘목사님, 이제 아무리 기억해 보려 해도 아빠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 ! 참! 나!’라고 아주 어른스럽게 말한다 7살 사무엘은 자기 아빠 차 색깔만큼은 결코 잊지 않으려 무던 애를 쓴다 색깔만 비슷하면 ‘저기 우리 아빠 차 간다’라고 늘 확신을 가지고 소리쳤다 ​ 예수님은 ‘하느님이 정하신 짝을 사람이 나누지 말라’했다 모두들 참 생각이 깊다 어린 친구들 모두 간절히 아빠를 그리워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늘 구박받는 자격 없는 아빠이다 ​ 조덕영 詩集 에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 편집자문위원, 1978년 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 더보기
예수 귀족(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헝가리 국립박물관 예수 귀족 유대 귀족들은 예수를 전혀 겁내지 않았다 마른 땅에 자란 줄기 같은 인물을 누가 두려워 떨겠는가 겁낸 게 아니다 예수의 구질구질한 통속적 모습이 너무 싫었다 예수는 결코 유대 상류 사회에 진입할만한 그릇이 못 되었다 예수는 심지어 죄인들과 이방인들과 구질구질한 병자들과 먹고 마시며 포도주를 즐기는 너절한 친구였으니 이 어수선한 세상에 귀족은커녕 예수는 기득권 팀의 요주의 인물이었다 요즘도 이런 예수 귀족들이 참 많아졌다 통속의 사람들은 이곳 예수 상류 사회에 감히 명함은커녕 숟갈 하나 함께 얹지 못 한다 아 안타깝다!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으신 예수님도 우리 금수강산 조국에서 한국식 예수 귀족 사회에 입회 원서를 내신다면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으니 아마 당연한 .. 더보기
나는 통속(通俗)이 좋다(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나는 통속(通俗)이 좋다 프로 시인들의 시어(詩語)에는 암묵적 금기(禁忌)어들이 몇 가지 있다 미장원 한쪽 구석에 걸린 기도하는 소녀 투의 상투어들이나 통속적 이발소 그림에 삽입된 글귀 같은 것들 미술학원 벽에 전시된 어린 아이들 그림에 담긴 유치한 글귀들 졸업 앨범 편집 후기를 장식하는 것들 이를테면 바로 뛰는 가슴, 열정, 꿈, 우정, 집념, 추억, 세월, 삶, 근면, 성실, 인내, 끈기, 믿음, 소망, 사랑, 아름다움, 그리움, 정(情) 같은 우리의 상투적이고 통속적인 단어들이다 이들 단어들은 필경 폐허가 되어버린 분교 정문의 찢어진 플래카드나 장기 두는 노인들의 복덕방 구석 그림에서 보게 되는 소위 빛바랜 낡은 사진첩에서나 만나게 되는 그런 종류의 단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아픔과 시련과 슬픔.. 더보기
남한강 대장간-충청도 스토리(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남한강 대장간-충청도 스토리(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남한강 대장간-충청도 스토리 ​ 남한강 대장간 앞에 손괴고 앉았다 내 가장 뜨거운 幼年의 방과 후 놀이터 팔뚝과 근육과 힘줄과 풀무질과 땀방울과 호미와 낫과 이름도 무거운 곡괭이와 담금질 소리에 나는 시원하게 잠이 들고 잠에서 만나는 남한강에 무쇠 힘의 그늘이 진다 유년의 잠 속에 그만 나는 다인철소(多仁鐵所)와 칠지도(七枝刀)를 만났다 칠지도가 蘂城 칠금동 가야금 소리로 만든 마한의 한(限)일까 ‘고려 눈보라’ 따라가니 쇠스랑 가야금 소리로 예성의 성난 민초들 다인철소(多仁鐵所) 파장하며 승장 김윤후(金允侯) 아저씨 따르고 온 세상 호령하던 몽골제국 기마병들과 오합지졸 蘂城 노비, 잡류, 별초, 민초들의 충주 성 전투 금수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