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련 도서 소개

<예술과 성경>은 무슨 관계일까?(서평: 조덕영 박사)

728x90

<예술과 성경>은 무슨 관계일까?(서평: 조덕영 박사)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예술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예술, 특히 미술과 음악은 단지 세속적인 것들을 은근히 소개하는 통로일 뿐인가?

우리는 시편이나 오늘날의 찬송처럼 시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각이나 드라마 같은 것은 어떤가?

이런 것들도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종교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두고,

예술과 문화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잊어버려야 하는가?

라브리 선교회를 만들고,

현대 서구 사상과 문화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통찰해온

프란시스 쉐퍼(Francis A. Schaeffer Ⅳ, 1912-1984)는

미국의 기독교 철학자이며 장로교 목사이자

20세기 대표적인 복음주의 지도자 중에 한 사람이었다.

크고 작은 23권의 책을 남긴 쉐퍼는

<성경 속의 예술>에서는

복음주의자들이 예술을 삶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을 지적하며

예술의 영역을 현실의 아주 작은 부분으로 좁혀 놓은 것을

안타까워 한다.

따라서 쉐퍼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중심으로

성경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1) 하나님은 전인(全人)을 만드셨고, (2) 그리스도 안에서 전인이 구속함을 받으며 (3) 그리스도는 지금 전인의 주님이시며 그리스도인의 생활의 전반의 주님이시다. (4) 그리고 장차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육체는 죽은 자들 가운데 일어날 것이며, 전인이 온전한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정리하였다.

쉐퍼는 이렇게 그리스도인들은 육체와 영혼의 이분법적인 영역,

즉 플라톤적 사상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쉐퍼는

구속을 받아 성경의 규범 아래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이 반드시 예술에 관한 관심을 포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이 예술에 대해 주저함은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출 20: 4-5)는 성경 말씀과 관련된다.

쉐퍼는

성경이 조형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숭배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라 했다.

즉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예술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문제를

쉐퍼는 명쾌하게 정리해 준 것이다.

이것을 신학적 용어로 치환하면

그리스도인들이 특별은총 영역만을 너무 신성시하는 과정에서

일반은총 영역을 누리는 것까지 죄책감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세속 예술조차 사단적 우상 숭배가 아니라면

자유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연을 노래하거나

아름다운 꽃을 그리고 꾸미며,

찬송가가 아닌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을 노래하는 것까지

죄책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라면을 기독교적으로 먹지는 않지 않는가!

쉐퍼는

솔로몬의 멋진 보좌에 사용된 세속 예술과

하나님이 친히 명하신 모세의 놋뱀을 부수어버린 히스기야 왕을 생각해보라 했다.

히스기야가 예술작품을 부수어버린 이유는

작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들이 그것을 잘못 사용하였기 때문이었다.

예술도 근본적으로

세계관이 반영된다.

그리고 예술 자체의 판단 기준도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도

이 기독교세계관적 가치와 예술 자체의 가치 기준이 작동하여

예술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판단 기준으로 쉐퍼는

(1) 기교의 우수성 (2) 타당성 (3) 지적인 내용, 전달하고 있는 세계관 (4) 내용과 수단의 통합성이라고 보았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과 문화와 예술의 조화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간다.

이 작은 책자(총 62쪽)는

이같은 고민 속에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예술에 대한 더 큰 사명감과 자유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초판 정가가 1,800원이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절판된 책이라 중고책 값이 대략 3만원이 넘는다.

이런 귀한 책이 읽는 사람이 적어 절판되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쉐퍼의 책들 모두가 절판이다;;

수색에 있던 <생명의 말씀사> 책 보관 창고를 자주 들르던

필자가 보기에 말씀사가 절판한 심정도 이해가 간다.

수많은 책자를 모두 관리할 수 없었기에

독자들이 외면한 쉐퍼의 많은 귀한 책들도 절판이 되어버렸다.

이 책값이 사색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정말 겨우 1,800원 값밖에 되지 않았을까?

쉐퍼의 많은 책들은 필자에게는 여전히 너무 소중한 책들이다.

글: 조덕영(신학자, 작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