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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해석/성경 관련 변증(질의 응답)

레위기의 나병(피부병)과 오늘날의 한센병(문둥병, 나병)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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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이라는 의미의 에돔땅 "와디 럼", 모세 일행은 가나안 입성을 방해하는 에돔의 메마른 이 주변을 순례하며 사해 북쪽 암몬땅으로 향했을 것이다.

 

1. 레위기의 나병(피부병, 레 13장)과 오늘날의 한센병(문둥병, 나병)은 분명 다르다!

헬라어 “레프라”로 번역된 당시 문둥병(“차라아트”)은 오늘날의 나병이 아닌 주로 곰팡이와 관련된 피부병이었다.

히포크라테스도 이 “레프라”를 피부병의 총칭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레위기 13장 2-42절 내용은 주로 오늘날의 마른 버짐(psoriasis)이나 기계충(favus), 피부 손상(hulse)과 관련되어 있고 47-59절은 곰팡이와 관련된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한센병(문둥병, 나병)은 곰팡이나 일반 균류(菌類)가 전혀 아닌 특정 쪽팡이(세균=나병균)가 관련 되어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2006년 개정된 한글 개역개정판이 개역 성경의 문둥병을 나병(癩病)으로 동일하게 번역한 것은 조금 아쉬움이 있다.

나병이든 문둥병이든 레위기 13장의 피부병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옮긴 번역이라고 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는 것이다. 번역책임자들이 신학자들과 의학자들의 조언을 좀 더 참고하여 오랫동안 문둥병으로 잘못 번역되어 우리에게 전해졌던 이 레위기가 전하는 피부병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독자들에게 전해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 문둥병(나병) 구절을 "피부병"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유윤종 교수(평택대 구약학)의 주장이 울림을 준다.

2. 고통받는 인간

성경은 모세 시대 가나안 주변이 피부질환이 아주 심하던 환경이었음을 말해준다. 이 같은 고통은 신약 시대까지 연장된다.

팔레스틴 지역만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도 마찬가지였다. 기원전 15년 백제 온조왕 4년 조 ‘삼국사기’ 기록에 보면 ‘봄과 여름에 가물어 기근이 생기고, 역병(疫病)이 유행했다’고 기록하여 당시 전염병이 들끓었던 시대상을 전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역병이나 역질(疫疾)에 관한 기록이 많다. 1393년 3월 태조가 심혈을 기울여 창건한 절인 양주 회암사에 역질이 유행한 것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0여건 이상에 달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현재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보관 중인 조선시대 인물의 진신화상첩(眞身畵像帖) 22건 가운데 5명의 인물의 화첩에서 마마(천연두)의 뚜렷한 흔적이 보일정도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해도 버짐과 머리 기계충 등 영양부족과 비위생적 환경으로부터 오는 온갖 피부병이 참 많았다.

우리 인간은 왜 이 같은 질병에 노출된 것일까?

하나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귀한 신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인간은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 속에서 고단하고 피곤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내산 아래서 1년여를 체류한 다음 광야의 긴 여행을 떠나야 할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는 참기 힘든 피부병(문둥병과 유출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에게 누구든지 피부에 무엇이 돋아나거나 종기와 부스럼과 색깔이 나타나면 일단 피부병(문둥병)으로 간주하고 그를 제사장에게 데리고 가서 진찰을 받도록 명하였다.

 

주변에 아론의 전설이 남아있는 와디 럼

3. 곰팡이와 쪽팡이(나병같은 세균)는 치료법이 전혀 다르다!

유리하는 광야라는 특수한 환경 아래 발생한 당시 각종 피부병(주로 곰팡이 관련 피부병)에 대해 의복을 물로 세척하고 격리(隔離)와 소각(燒却)을 통한 일차적 대처는 아주 탁월한 치유법이었다.

곰팡이와 쪽팡이 그리고 바이러스와 뜸팡이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쪽팡이에게서 유래한 문둥병은 곰팡이에서 유래하는 피부병과는 전혀 다름을 인식하고 치료법도 다를 뿐아니라 앞으로 성경 번역에서도 언어 선택에 더욱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4. 모든 인간은 비참하다!

성경 레위기 속 모든 질병을 판단하고 진단한 것은 의사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제사장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레위기를 통해 우리에게 주시려는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님이 주시려는 교훈은 단순한 피부병 진단과 치료가 목적이 아니었다. 모든 인간의 죽음과 아픔과 비참한 질병의 뒤에 가려진 진면목을 보여주시려는 것이었다. 죄의 결과와 심판의 진면목을 보라!

피부병이나 문둥병의 근본적 원인도 결국은 인간의 죄(시 38:3-11; 사 1:6)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 비참한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5. 사랑은 지극한 관심이다!

피부병의 진단과 치료에 담긴 창조주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보이는가? 사랑은 지극한 관심이다! 생노병사에 따른 인간의 끝없는 비참함과 죽음 속에서 하나님의 지극한 십자가 사랑을 보라!

6. 인류의 진정한 치유는?

 

첨단 과학시대를 사는 21세기의 의학적 처방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레위기는 당시 광야 생활 가운데 만연한 이스라엘 백성의 고질적 피부병에 대해 세심하면서도 당시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 인간이 단순한 피부병만이 아니라 모든 죄와 질병이 함께 치료 받을 수 있기를 원하신다! 예수께서는 죄를 사하시면서 많은 문둥병자들을 치유하심으로 육적 치유뿐 아니라 온전한 영적 치유를 제공하셨다(마 8:2-4; 눅 17: 12-19). 그 탁월하고 세심하며 정교한 영적·육적 사랑의 법을 아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