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무엇인가(하나님의 기적적인 역할과 사역들. 신론 5)
1. 기적의 정의
1) 기적은 불가사의한 일을 뜻하는 라틴어 미라쿨룸(miraculum)에서 왔다. 자연이나 사건의 흐름에 대해 초자연적 간섭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적은 근본적으로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기독교 안에서도 기적의 종결을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있는 반면 오늘날까지 성결파 및 오순절 복음주의자들은 신유와 방언 등 각종 기적이 유효함을 주장한다.
2) 이런 기적의 개념에 대해 세속 학문은 역사적으로(Renan), 과학적으로(J. Huxley), 신학적으로(Sabatier), 철학적으로(D. Hume) 많은 반론을 제기해왔다. 18세기 영국 철학자 흄(David Hume)은 기적을 자연법의 위배로 보았다. 흄은 종교에 관한 자신의 유명한 두 저서 <종교의 자연사>와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에서 우주 질서의 원인이 되는 지적 창조자로서의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신은 성경적 창조주 하나님이라기 보다 우주 질서의 원인으로서 가정된 이신론적 존재(a deistic being)이며 따라서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는 자연 법칙을 위반하는 기적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흄에게 있어 기적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흄이 볼 때에 혹 신의 특별한 의지에 의해 일반 법칙이 깨어지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전혀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흄이 영국 교회로부터 배척을 당하게 된 것은 정통 교리에 반하는 바로 이 같은 그의 사상이 원인이었다.
3) 기적은 분명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20세기 초 과학자들 뿐 아니라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기적을 거부한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개혁주의 보수신학자 벤자민 워필드는 우리 마음에 품은 세계관이 아니라 우주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실들에 대한 정당한 고찰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기적을 이해하였다. 그러면서 워필드는 기적은 사도들이 교회의 토대를 놓음과 함께 그쳤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즉 성경에 계시된 기적은 사실이나,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기적은 성경이 완성되면서 종결된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오순절 계통뿐 아니라 보수장로교 안에서도 기적 종결에 대한 반론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여기서 기적은 종결되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신학적 논쟁은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해결점 찾기가 결코 쉽지않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4)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성경을 과학의 틀 속으로 가져갈 때 문제가 발생한다. 즉 피조세계를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초월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과율(因果律)에 사로잡힌 희랍인들의 구조 안에서 기적은 이해할 수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었다. 기적이 그들의 틀 속에 잡힐 수 없는 것이다. 히브리인들에 있어 관심은 하나님의 일이었다. 하나님이 단지 무엇을 하시며 그 일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그들의 의문의 영역이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의 과학적 검증은 희랍인의 몫이지 결코 유대인들의 몫은 아닌 것이다. 즉 성경을 과학의 틀 속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성경의 틀 속에 과학을 넣을 것인가에 따라 해석은 전혀 달라진다. 성경은 과학 책이 아니다. 과학의 언어로 쓰여 지지 않은 책이다. 자연과학적 영역과는 관심 분야가 다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대해 우리가 갖는 신앙적 믿음으로 인해 비록 성경이 과학책이 아니기는 하나 성경의 말씀대로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이 곧 성경의 하나님이시라면 진정한 과학은 성경적이다. 하나님이 주신 이 초월과 내재의 두 권의 책(말씀의 책 성경과 하나님의 활동의 책 자연)은 때로는 근접하기도 하고 어떤 시기는 우호적이었으며 어떤 때는 서로 간에 무관심한 영역으로 치부하여왔으며 어떤 때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여왔다. 그것은 간혹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필요한 긴장이기도 하였다. 성경의 창조주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주를 창조하시고 자연과학의 질서를 만드시고 그 사실을 성경을 통해 계시하시고자 하였다. 참된 기적은 그리스도 안에서 현재 우주의 근본적인 법칙과 과정들의 관계에 비추어 정의 될 수 있다.
5) 이에 대해 어거스틴은 ‘이적은 자연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이라고 알고 있는 것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자연의 통상적인 일상 진행 과정을 자연이라고 부르고 하나님께서 이에 반대되는 일을 행하실 때에 기적 또는 이적이라고 한다’(contra Faustum ⅩⅩⅥ, 마니교도 파우스투스 반박)고도 했다. 하나님은 자기 자신의 본성에 대항하는 행위를 하시는 분이 아니며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과 믿음이 약한 자들’이 자기들의 틀 속에서 오해를 가지고 살 뿐인 것이다.
2. 기적의 성경적 용어
기적과 이적과 표적과 기사가 성경적으로 어떤 늬앙스를 가지는 말인지 살펴보자.
(1) 기적
성경에 기적으로 번역된 단어는 시편 40:5(paia), 이사야 20:3(mowpheth), 데살로니가후서 2:9(teras) 등이 있다.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애굽에서 베푸신 하나님의 역사(시 40: 5)가 바로 초자연적 사건으로서의 기적이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기적(奇蹟, wonder, miracle)의 의미는 사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적은 하나님의 어떤 목적성을 가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적을 너무 단순하게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질서나 시간에 초자연적으로 친히 개입하시는 역사를 말한다’고 말하면 세상은 스스로 존재하였으나 하나님이 가끔은 세상에 직접 개입하신다는 늬앙스를 주거나 창조의 섭리와 보존은 덜 직접적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기적이라는 말의 본 뜻은 잘 분별하여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져야 한다. 즉 그리스도인들이 기적이라는 말을 이신론적 사고나 이원론적 의미로 무심코 사용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웨인 그루뎀은 기적에 대한 성경적 의미에 대해 ‘이 세상에서 흔치 않은 방법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적은 좀 더 구체성을 가지고 성경에서 이적(異蹟, sign, miracle), 표적(表蹟, sign), 기사(奇事, miraculous sign), 이적의 표징(表徵, miraculous sign, 출 4:8) 등의 말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2) 이적
이적은 자연의 일반적 법칙이나 추이와 다르게 나타나는 사건을 말하는 데 구약에서는 주로 출애굽, 광야 생활, 약속 땅 가나안으로의 입성(시편 105-106편)과 선지자 엘리야, 엘리사의 활동 기간(왕상 17장-왕하 8장) 때 주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병고침(마 8:14-17; 요 4:46-54 등)과 귀신 추방(마 8:28-34; 막 1: 23-28 등), 자연 이적(요 2:1-11; 마 14:22-33; 마 8:23-27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3) 표적
표적은 구약의 경우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언약의 관계나 하나님의 사역과 관련(oth= 출 12:13; 신 22:14, 17, 20)되며 신약에서는 주로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이나 그에 대한 반응에 표적(semeion=마 12:38)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4) 기사
기사(oth= 시 105:27, mowpheth=출 11:9,10; 신 4:34; 6:22; 느 9:10; 시 78:43 등 , paia= 시 9:1, teras=마 24:24)는 놀랍고 경탄할만한 사건에 주로 쓰였는데 어원적으로 이적(oth=출 4:8,9; 민 14:11,22; 신 4:34= 헬라어 semeion에 대응; 느 9:10, mowpheth= 출 4:21= 헬라어 teras에 대응, paia= 출 3:20, semeion=마 12: 38, 39)과 거의 같은 말이므로, 이적의 범주에 들지 않는 기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잘 구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은 구원의 능력과 언약의 신실함을 나타내기 위해 표적을 주시고 기사(wonders= mowpheth,히)를 행하신다. 기사는 종말론적인 우주적 징조들(욥 2:30)을 가리킬 때도 사용되고 있다.
3. 자연법
1) 기적과 자연법
(1) 기적은 자연법의 위반이다(데이빗 흄)
(2) 기적은 초자연적 권능으로 자연에 개입한 것(시 에스 루이스)
(3) 기적이란 초자연적 힘에 의한 사건(벤자민 워필드)
2) 성경의 기적
성경은 기적을 자연법칙의 정지라 하지 않는다.
4. 하나님의 직접적 개입
1) 기적은 하나님의 직접적인 힘에 의해 나타난 현상계의 사건(그레샴 메이천)
2) 오직 하나님만 놀라운 역사를 행하신다(시 72:18; 86:10)
5. 하나님의 사자들의 증언
1) 모세 기적(출 4장)
2) 하나님의 선지자-예언의 입증(예레미야)
3) 성육신 기적
4)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그 중에 있는 병자를 고쳐주심(마 14:14)
6. 기적에 대한 다른 개혁파 견해들(네덜란드 개혁파, 낯선 견해들)
1) 아브라함 카이퍼: 타락 이전 아담에게 기적적인 힘
2) 초자연적 사건과 자연적 사건 구분하지 않음(화란 개혁파)
3) 기적-> 최상의 상태로서의 자연(nature at its best)
7. 언약적 주권의 현시(顯示)로서의 기적
1) 기적은 하나님에 의해 발생한 특이한 사건
2) 기적은 하나님의 언약적 주권의 특별한 현시들이다(extraordinary manifestations of God's covenant lordship).
3) 지배(control): 기이한 일들(wonders)=> 마술사들과 애굽 신들과의 대결(출 7:8-13)
4) Authority: 표적들, 중풍병자 고치심과 죄 용서 사건(눅 2:1-11)
5) 언약적 임재(covenant presence): 경이로운 일들, 출 15장, 물고기 잡기 기적(눅 5:1-10; 사 6:1)
8. 기적과 섭리
1) 일상적 현시로서의 섭리
2) 특별한 현시로서의 기적
3) 뚜렷한 구별보다 하나님 사역의 범위 또는 연속성으로 해석
9. 기적은 종결되었는가?
1) 정경의 특별계시는 종결되었음을 믿는다(존 M. 프레임)
2) 성경의 방언과 예언은 오늘날 교회에서의 성령의 역사와 유사하다(Vern S. 포이스레스).
3) 기적은 성경 사건 중에도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한 것들.
4) 기적이 드믄 시대에 사는 우리.
5) 사도시대 이후 카리스마(성령은사)의 종결(벤자민 워필드)
6) 하나님께서 기적을 자주 만드실 충분한 이유가 있나?
7) 구속 성취
8) 노아 방주 계시
9) 복음을 전하기에 충분한 성경의 기록된 말씀(특별한 표적들)
10. 기적은 가능한가?
1) 당연히 가능하다.
2)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주권 속에 있는 세상
11. 성경의 기적을 의심하지 않은 변증가로서의 피어선 박사
21세기 포스트모던 상황 가운데 기독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반기독인들로부터 세찬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 반기독지성을 대표하는 중심인물 가운데 그 영향력에 관한한 3총사를 꼽으라면 아마도 평생 신을 부정하던 유명 무신론자 크리스토퍼 에릭 히친스(Christopher Eric Hitchens, 1949-2011)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석좌교수로 있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 30년 이상 캠브리지 대학 석좌교수를 역임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 세 인물의 두드러진 특징은 모두 영국계이며 반기독인인 동시에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지성인이라는 점이다. 히친스는 무신론에 정면 도전한 책인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 마더 테레사 수녀에 대한 비판서인 「자비를 팔다」(The Missionary Position: Mother Teresa in Theory and Practice), 「헨리 키신저 재판」(The Trial of Henry Kissinger) 등의 저서를 통해 신을 정면 부정하고 있으며 이 책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많은 토크쇼와 순회강연을 통해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신의 존재’에 대한 열띤 논쟁을 벌인 인물로 유명세를 떨쳤다.
무신론자들 사이에서 '우상파괴자'라고도 불렸던 그는 신구약 성경 뿐 아니라 지적 설계, 악과 지옥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반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다. 또한 신·구교 뿐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까지 싸잡아 비판해온 인물이었다.
히친스 못지않은 무신론 논객인 유명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신은 인간이 만든 망상'(존재)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저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기독교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종교에 정면 도전하여 모든 종교인들의 공적(公敵)이 되었다. 2018년 3월 사망한 스티븐 호킹도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무신론자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더 피어선을 주목하는 이유
이 같은 선교적 위기 상황 가운데서 우리는 이미 100 여 년 전 선교사, 목회자로서 뿐 아니라 탁월한 변증가의 모습을 보였던 피어선 박사(Arthur Tappan Pierson, 1837-1911)의 사역에 대해 다시 한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10년부터 만 5년에 걸쳐 90여 편의 글을 묶어 출판한 「근본교리들」(The Fundamentals)의 집필진 가운데서도 피어선 박사는 64명의 참여 저자 중 놀랍게도 가장 많은 논문을 제출한 인물이었다. 그가 세속에 대항하여 성경과 신앙 수호에 얼마나 열심 있고 탁월한 인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신학자요 목회자요 선교사인 동시에 평택대의 전신인 피어선 신학교의 설립자였던 아더 피어선(Arthur Tappan Pierson, 1837-1911)은 탁월한 변증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구체적으로 잘 연구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청교도 배경의 가정에서 자라 일찌감치 헬라어와 라틴어, 수사학적 교육을 받고 성경 자증(自證)의 원리를 받아들인 보수주의신학자였다.
평택대 신대원의 안명준 박사는 이런 피어선의 성경관을 종교개혁주의자들의 신학에 굳게 선 루터와 칼빈의 전통을 굳게 따르는 학자였다고 논증한다. 이런 그가 어떤 식으로든 성경과 신앙의 변증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종의 기원」(1859)을 통해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고 과학기술이 폭발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던 19 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분명 인류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이었다. 이 격동의 역사적 중심을 치열한 목회자요 선교사로 살았던 피어선 박사의 변증가적 혜안을 살펴보는 것은 19세기 말과 유사한 혼돈의 시대로 접어든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교훈이 될 것이라 본다.
기독교 변증이란?
그럼 기독교 변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기독교 변증학’(Christian Apologetics)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여 기독교를 변증하는 학문이다. 기독교 변증학은 기독교와 기독교 신학을 반기독교적 공격으로부터 수호하는 일이다. 성경적 변증학은 성경의 근본 가르침에 순종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우리가 비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를 믿도록 권유할 때 변증학에서 터득한 변증의 방법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변증학을 선교학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다.
반면 ‘기독교 험증학’(Christian Evidence)은 기독교 변증학에서 이미 그 존재가 변증된 하나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하시는 구속의 사역에 대해 그 진리성과 타당성을 변증하는 학문이다. 우리의 경험 속에서 확인되는 하나님의 인류에 대한 구속적 사역의 증거들을 거론하는 일을 하는 학문이다. 변증학은 기독교 신론의 지위를 확보하기를 목적으로 하고 험증학은 주로 기독교의 경험에 관한 정해(正解)를 유지하기에 노력한다.
따라서 변증학의 범주 안에 험증학이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사실보다 철학에 관심을 갖고 후자는 철학보다 사실을 더 많이 취급하게 된다. 사실 피어선 박사는 이들 변증과 험증에 모두 능했던 학자였다고 볼 수 있다.
기적의 의미
기적(奇蹟)은 불가사의한 일을 뜻하는 라틴어 미라쿨룸(miraculum)에서 왔다. 신약에 나오는 ‘이적’과 ‘기사’와 ‘표적’ 세 용어는 경우에 따라서 함께 쓰일 때도 있는 데(행 2:22; 살후 2:9; 히 2:4) 이 용어들은 구원의 역사와 관련된다. 즉 구원적 신론에서 이적은 필연적 귀결이다. 창조, 섭리, 죄, 구원의 원리를 인정할 때 구원은 진실한 필요물, 즉 은총으로서의 이적이 된다. 자연이나 사건의 흐름에 대해 초자연적 간섭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적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면 다양하다. 오늘날까지 성결파 및 오순절 복음주의자들은 신유와 방언의 기적이 유효함을 주장한다.
데이빗 흄이 본 기적
하지만 18세기 철학자 흄(David Hume)은 기적은 자연법의 위배로 보았다. 흄은 종교에 관한 자신의 두 저서 ⌜종교의 자연사⌟와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에서 우주 질서의 원인이 되는 지적 창조자로서의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신은 우주 질서의 원인으로서 가정된 이신론적 존재(a deitistic being)이며 따라서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는 자연 법칙을 위반하는 기적은 인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흄에게 있어 기적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흄이 볼 때에 혹 신의 특별한 의지에 의해 일반 법칙이 깨어지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전혀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벤자민 워필드가 본 기적
그럼에도 기적은 분명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20세기 초 과학자들 뿐 아니라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기적을 거부한 사례가 늘어나자 구프린스턴의 신학자 벤자민 워필드(B. B. Warfield)는 우리 마음에 품은 세계관이 아니라 우주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실들에 대한 정당한 고찰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기적을 이해하였다. 그러면서 워필드는 기적은 사도들이 교회의 토대를 놓음과 함께 그쳤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피어선이 본 기적의 문제
피어선은 기적을 자연법의 위배로 본 흄(D. Hume)이나 스트라우스(Strauss)와 의견을 달리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권능을 나타내는 표적으로서 기적을 사용한다. 하나님은 기적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은 기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태양이나 무지개를 기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힘 모두를 초월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기적이라 인정한다. 정해진 자연의 법칙을 따라 움직이는 작용을 경이롭다고 하나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성경을 과학의 틀 속으로 가져갈 때 문제가 발생한다. 즉 피조세계를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초월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과율(因果律)에 사로잡힌 희랍인들의 구조 안에서 기적은 존재할 수 없다. 기적이 그들의 틀 속에 잡힐 수 없는 것이다. 히브리인들에 있어 관심은 하나님의 일이었다. 하나님이 단지 무엇을 하시며 그 일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그들의 의문의 영역이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의 과학적 검증은 희랍인의 몫이지 결코 유대인들의 몫은 아닌 것이다. 성경은 과학 책이 아니다. 과학의 언어로 쓰여 지지 않은 책이다. 자연과학적 영역과는 관심 분야가 다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대해 우리가 갖는 신앙적 믿음으로 인해 비록 성경이 과학책이 아니기는 하나 성경의 말씀대로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이 곧 성경의 하나님이시라면 진정한 과학은 성경적이다. 하나님이 주신 이 두 권의 책(말씀의 책 성경과 하나님의 활동의 책 자연은 때로는 근접하기도 하고 어떤 시기는 우호적이었으며 어떤 때는 서로 간에 무관심한 영역으로 치부하여왔으며 어떤 때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여왔다. 그것은 간혹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필요한 긴장이기도 하였다. 성경의 창조주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주를 창조하시고 자연과학의 질서를 만드시고 그 사실을 성경을 통해 계시하시고자 하였다. 헨리 모리스는 엔트로피(entropy)의 법칙이 성경 창조의 기적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흔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참된 기적은 그리스도 안에서 현재 우주의 근본적인 법칙과 과정들의 관계에 비추어 정의 될 수 있다.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도 당연히 성경은 권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확고한 창조 신앙의 피어선이 살아있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기적을 믿는 것은 당연하였다. 피어선은 변증에 있어 과학과 기적 둘 다 당연히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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