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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5. 18 국군광주통합병원 회개(느낌이 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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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8 국군광주통합병원 회개

 

가을에 후송 온 그 친구는 풍 일병이라 했다

빛 고을 이곳이 고향이라 했다

싱거운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나마 더러 내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태종대 전교사 김 병장이

교회로 모두를 내몰고 있을 때

그는 담요를 뒤 짚어 쓰고

침을 뱉고 있었다

'아니다' '아니다'라고

무엇이 아니든

침 맞은 내 얼굴은

연실 흉내 바둑처럼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그는 약대 털옷 입은

세례 요한이요

나는 겨우 더러운 낙타 발톱의 티끌이었다

그는 무릎 슬개골보다도

마음의 병을 더 크게 앓고 있었고

나는 늘 이기심으로

내 평생 고통의 짐,

불치병 류마치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박 중위가 늘 나에게 바둑판으로 다가오듯

그의 안경은 늘

다케미야(武宮正樹) 우주(宇宙)류의

바둑알처럼 보였다

바둑 한판으로 아무리 속상해도

식사 당번은 또 나구나

나는 열심히 회개의 식기들을 닦았다

그의 안경을 닦듯 부끄럽게 손을 올렸다

그는 여전히 저녁마다 마음의 침을 뱉었다

당신은 세상에 무슨 침을 뱉었느냐고

네가 무슨 이 세상 짊어질 지게꾼이었냐고

나는 항상 침 뱉는 그가 두려웠다

나보다 한 계급 낮은 세례 요한 풍 일병

어느 날 결국 그는

바둑황제 조훈현 프로의 사형(師兄),

풍운아 후지사와(藤澤朋齊)처럼

침 뱉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게서 작은 안부 엽서가

내게 날아왔다

거룩한 제 5공화국 헌병대로

무사히 복귀하였다고

노련한 후지사와처럼

열심히 흉내 바둑을 두어야 한다고

그의 필승통일 자대(自隊)였다

그는 다행히 나보다 먼저

병영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조덕영 詩集

<사랑, 그 지독한 통속(通俗)>에서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최초, 2년 연속 수상하다.

지금은

신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