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잭키 2(느낌이 있는 시)
사랑 풍경7- 내 사랑 잭키 2
어머니가 처음 슬픔에 잠기셨다
아들보다 사랑하던 스피츠 강아지 잭키를 그만 잃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상심하여 식음을 전폐했다
그러나 결코
잭키는 돌아오지 않았다
괘씸한 잭키였다
어머니가 얼마나 사랑과 정을 쏟았는데
잭키는 역시 사람만 못한
사람 아닌 보통 강아지였다
늘 동구 밖 바라보며 어머니 시름만 쌓여가던 어느 날
그 잭키가 그만
아주 핼쓱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어머니 따라 작은 개선장군처럼
잭키가
어머니를 버린 게 아니었다
지나치게 어머니를 집착하던 어리석은 잭키
서둘러 어머니를 졸졸 따르다
낯선 골목길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잭키는
예쁜 강아지 횡재했다고
만세 부른 새 주인의 강아지가 되었다
하지만 사달이 났다
잭키는 결코 새 주인에게 정을 주지 않았다
목의 쇠사슬도
진수성찬도
잭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잭키는 바보처럼 식음을 전폐하고
오직 어머니만을 기다렸다
잭키는 피골(皮骨)이 상접(相接)하여 말라갔다
그만 새 주인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강아지의 진짜 주인을 처절하게 찾기 시작했다
결국
어머니와 잭키는 극적으로 만났다
잃은 지 수 개월 흐른 역사적 상봉이랄까
잭키는
새 주인이 찾아준 게 아니었다
어머니와 잭키는
비련의 노래처럼 서로를 부르짖다
서로의 목소리로 만났다
잭키는
가뭄에 콩 나듯 가끔 어머니가 만나던
어머니의 머언 친구집 근처
작은 개울 건너 묶여 있었다
조훈현 국수의 일본 친구
애견(愛犬) 뱅케이는
조 국수 스승 세고에(瀨越憲作) 명인 따라
장렬히 생을 마감했으나
어머니와 잭키 사랑도
세고에와 뱅케이 못지 않았다
강아지의 사랑도 어쩌면
사람 사랑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렇게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요즘 사람들은 가끔 사랑하는 자기 자식도 버린다는데
도대체 그 사랑이란 게 무어라고
그날 어머니도 울고 잭키도 울고 나도 울었다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최초, 2년 연속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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