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방앗간 단상(斷想)-느낌이 있는 시 31

728x90

방앗간 단상(斷想)

 

幼年의

기억

제재소 톱밥과

동네 방앗간과 함께

아스라한 친구처럼 찾아왔기에

 

깻묵 냄새 절제하고

방앗간 기름 냄새 푹푹 썩어

오갈 데 없이 정을 주면

튼튼한 모순(矛盾)과 방황이

떡가래처럼 늘어져 다가왔다

 

그때

그리운 방앗간 치골이 일꾼 형은

어디서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우리는

넉넉한 정을 절제하면서도

무엇이

서러워 그렇게

한스럽게 소리치곤 했으니

 

깻묵 같은 삶은 망령 들린 할머니

때 절은 치마폭 아래

가래떡처럼 또 다시 늘어지고

골목길마다 씩씩한 김밥 장수

그 김밥 아저씨의 훈훈한 소리침에

또 다시 아물지 않는 정이 늘어지고

 

눈이 내리던

그 밤

그래도 이 밤은 끈끈하게 가고

충청도 새벽 세상은 부러지지는 않으나

단단하지 못해

늘 늘어질 그리움으로 늬엿늬엿 오고 있구나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교사, 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