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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조직신학

초대교회 천사 창조론(오리겐의 천사 창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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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창조된 존재인가?

  

오리겐의 천사 창조론

 

초대 교회 천사 창조론의 한계

 

21세기 기독교 신학에서 방치내지 간과되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천사론일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먼저 현실적 요인으로는 신학이 다원주의 시대에 다양하고 풍성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조직신학의 관심 영역이 분산되면서 정해진 강의 범위 안에서 자연스럽게 천사론의 순위가 뒤로 밀려난 감이 있다. 즉 솔직하게 말하면 제한된 시간에 천사론을 강의할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신학도들도 천사론을 접할 기회가 멀어지고 관심을 접는 경우가 생겼다고 본다.

 

하지만 교부 시대는 달랐다. 기독교 신학에서 천사의 문제는 중요한 주제였다. 문제는 성경뿐 아니라 외경(外經)과 위경(僞經) 속에 자주 등장하는 천사에 관한 서술을 어떻게 정리해야 되는 가하는 문제가 함께 상존하였다. 이 같은 딜레마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때까지 세계 교회는 아직 한 번도 공교회의 총회를 연 적이 없었다. 최초의 공의회(니케아)는 주후 325년에 있었다. 성경 범위에 대해 아직 초대교회가 명확한 토대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공의회 이전 신학자들이 지닌 태생적 한계가 여기에 있다.

 

 

오리겐의 시대적 한계

 

오리겐에게서도 그런 과도기적 시대의 천사론을 볼 수 있다. 오리겐이 "각각의 천사들은 교회 안에서 아주 낮은 신분의 천사들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권능에 따라 자신의 기도를 우리 기도와 합치시키며 우리가 청하는 것을 위해 협력한다"(De Oratione Ⅺ, 1-5)고 기술한 이 내용은 수호천사에 대한 진술이다. 수호천사에 대한 이런 진술이 개신교에서 낯선 이유는 이들 내용이 주로 정경 66권밖 위경이나 외경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오리겐의 천사 창조론

 

창세기는 뱀이 하와를 유혹했다고 기술한다(창 3:1-6). 유다서는 미가엘 천사장과 모세의 시신을 놓고 다투는 악마를 표현한다. 오리겐은 창세기 1장에 두 가지 창조 장면이 있다고 보았다. 바로 창조(creation)와 만듦(make)이다. 여기서 최초의 창조는 순수하게 영적인 것이고, 이것은 육체를 갖지 않은 영혼들이었다. 이 영적인 존재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성과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들이다. 천사들도 여기에 속한다.

 

오리겐은 말씀과 이성뿐 아니라 모든 이성적 존재들(logikoi)도 영원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 존재들은 어느 특정한 시점에 하나님에 대한 관상을 중단하고 그들이 지은 죄악의 정도에 따라 천사나 인간이나 혹은 사탄이 된다. 물질적 우주는 타락한 존재들을 머물게 하기 위한 창조된 두 번째 장면(공간)이 되어버린다.

 

 

영지주의자들과 유사한 듯 다른 오리겐의 천사창조론

 

그러면서도 오리겐은 본래 육체는 선한 것(창 1:10, 12, 18, 21, 25, 31)이라 말한다. 오리겐이 영지주의를 반대한 학자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즉 모든 영적 실재들은 자유로운 행동자로서 창조되었는데 그 자유의 결과로 죄를 짓게 되었다. 이후 모든 영적 실재는 그들의 타락 정도에 따라 계급이 나뉘었고, 그들이 거할 곳도 정해 졌다. 이때 높은 영성에 도달한 존재들은 신적 존재, 천사, 인격화된 성신 등으로 나타나고, 하나님은 이들을 위해 천국을 만들었다. 가장 타락한 사탄과 악마들은 어둡고 저급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들을 위해 지옥을 만들었다. 인간은 바로 이러한 두 계급 중간에 육체를 입고 나타난 존재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이들을 훈련시키신다. 인간의 영 혹은 영혼은 이 땅에서의 삶을 통해 정화되어 천사의 위치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선재한 영혼(anima)들의 타락을 설명하기 위해 오리겐은 알렉산드리아의 필로의 생각을 빌려온다. 하나님의 목적은 이렇게 창조된 영들이 신적인 것에 관한 관상(觀想)에 전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가 관상을 게을리 하여 타락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둘째 창조 사역에 임하셨다. 둘째 창조는 물질적인 것으로서 타락한 영들을 위한 임시 처소를 마련키 위한 것이다. 가장 바닥에 떨어진 영들은 악마들(demon)이 되었고 나머지는 인간 영들이 되었다. 이 타락한 인간 영들(선재하던 영들)을 위해 하나님은 현재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몸들을 만들었다. 즉 흙으로 일부는 남자로, 일부는 여자였다.

 

이 같은 주장은 성경적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낯설다. 정경이 확정되지 않고 플라톤 철학에 익숙한 오리겐이 범할 수 있는 초기 신학 형성기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겐이 자신의 주장이 성경적이라 여겼던 것은 그의 신학이 성경 밖으로 나가버리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교회 전승 속에서 로마 카톨릭은 수호천사 교리를 가지게 되는 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오리겐이 교회 안에 아주 신분이 낮은 천사라 할지라도 각자의 권능에 따라 자신의 기도를 우리와 합치시키며 우리가 청하는 것을 위해 협력한다고 전한다고 전한 것은 그러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천사는 경배 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초대교회와 교부들은 천사 경배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교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체로 유보적이었다. 교부들은 천사 경배나 천사 경시에 대해 모두 잘못된 견해로 보았다. 따라서 어거스틴은 오직 하나님께만 예배와 경배가 합당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천사들이 존경과 사랑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합당한 영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제2차 니케아공의회(개신교는 이 공의회를 공교회의 총회로 인정하지 않음, 787)는 천사들을 성화(聖畵)로 재현하는 것과 성화를 합당하게 경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렇게 우리가 부모와 노인, 통치자들을 공경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특사인 천사들도 그런 관점에서 공경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로마 카톨릭교회의 입장이 되었다. 이것은 개신교의 천사론과는 분명 다른 견해이다.

 

오리겐은 『창세기 강해』(8.8)에서 아브라함 앞에 천사의 형상으로 나타난 이는 천사가 아니라 말씀(Logos)이라고 설명한다. 천사 모두가 경배 받을 존재는 아니나 천사 해석에 있어 성육신 이전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정통적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천사 해석의 풍성함의 길을 열어놓은 것은 분명 오리겐의 공헌이었다 할 수 있겠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조직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