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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가을비 영등포 순례(느낌이 있는 시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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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영등포 순례(巡禮)

 

저녁 국밥 먹으며

영등포 골목길에 비가 온다

시장 바닥들이 아줌마처럼 목젖을 뽑아들 때

영등포 수레바퀴에 살포시 내린다

순례의 젓가락이 길을 휘젓듯

영등포 하늘이 거룩하게 젖고 있다

 

가을의 빵으로 사는 영등포

뒷길에 종일 비가 내리고

새벽 훔치듯 잠드는 빗길 따라

노숙(露宿)의 냄새를 익숙하게 맡으며

광야 교회 근처에서

사도 바울의 옷자락이 젖어있다

 

이 세상 불빛에 섞여

생활의 통나무가 잘리고

몇 걸음 영등포 가을을 가면

영등포 가을비도 가을 빗물로 젖어있다

 

나그네 옷자락을 타고 수고 없이 내리는 빗물들은

쉽사리 흩어져 작별하지는 못하는 구나

전도자 예수님과 유대인 촘스키가 함께 관심을 가지는 동네

생활의 눈물과 빗물은 함께 내려도

살아있다는 고마움으로 여전히 영등포는 포근하다

 

실직한 사춘기(思春期) 나를 붙들고 물에 젖던 그

영등포 가을비가 목젖도 내던지고

순례의 빗물을 적시고 있다

조덕영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새벗> 편집자문위원, 1978년 <충청문예>에 시(독경 소리는 젖어서)를 내며 고향에서 시인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한용(교사, 시인),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 기독교 최초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