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문제를 최초로 다룬 신학자는 누구인가요?
필리핀 마닐라 역사박물관 전시물
악의 실체성
세상에 다양한 악(惡)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세상과 인간은 역사 속에서 늘 끔찍한 시련과 고통 가운데 악을 경험하여 왔습니다.
세상과 인간의 역사는 도덕적, 자연적, 사회적 악 속에 몸부림을 치며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악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기독 학자-오리겐과 라이프니츠
이렇게 모순으로 보이는 선하신 하나님과 악의 공존 문제는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의 끝없는 논쟁거리였습니다. 만물의 창조주 하나님이 완전하신 존재라면 과연 악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이 문제를 다룬 학자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최근에도 씨 에스 루이스나 손봉호 박사 등이 이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었지요.
그런데 신정론이라는 말을 최초로 본격 사용한 사람은 철학자요 과학자였던 라이프니츠였고 신학자로서 악의 문제를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접근한 인물은 오리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악의 창시자가 아니라면
하나님이 악의 창시자(auctor peccati)일 수는 없습니다. 성경이 그렇게 말씀하고 하나님은 악한 일을 행하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리겐은 악의 신적 기원을 배제하며 이 문제를 접근합니다.
“악과 물질 사이에 모든 형이상학적인 필연적 관계는 없다. 악은 절대로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아니다. 물질이 악의 기원이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오리겐은 사악함은 물질이 아니라 인간 안에 있는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선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다름 아닌 악에 떨어지는 것이지요. 오리겐은 “선에서 멀어지는 만큼 사람은 악에 다가가게 된다”고 말합니다. 선을 소홀히 하면 사람은 선의 반대편으로 이끌리게 마련이지요.
따라서 “다른 악은 없다. 절대적 악 또는 실체(hypostasis)라 할 수 있는 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상대적”이라고 오리겐은 말합니다. 즉 “악은 선의 부분적인 결핍(缺乏)인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악이 선의 결핍이라는 점이다”(Certim namque est malum bono carere)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는 악
이 같은 오리겐의 신정론은 성경 속 바울의 신정론을 따른 것으로 어거스틴에게까지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악(惡)조차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통제되고 지배된다고 봅니다. 악은 오히려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드러내는 몽학선생으로 작용합니다. 어거스틴이 “오! 복 된 죄악이여”(O! felix culpa)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신앙적 토대로부터 나온 고백인 것이지요.
토마스 아퀴나스와 칼빈도 이 같은 악의 이중성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지요. 이 악은 사단과 아담의 원죄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자유의지가 하나님의 질서에 반항하고 복종을 거부할 때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나 성경의 창조주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입니다. 하나님은 악조차 섭리 가운데 두십니다. 하나님은 악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것입니다.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악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선의 결핍이라는 사상은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완성으로 나아갔습니다. 이 하나님을 닮게 되는 완전함에 이르는 길은 유보되어 있습니다. 즉 범죄한 인간은 영혼을 정화시킬 ‘불’로 연단된 뒤 그 분과 비슷하게 됩니다(요일 3:2). 비슷함이란 진보하여 비슷한 어떤 것에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종말에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고전 15:28)이라 한 말씀이 동물이나 나무나 돌 안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간 안에서 모든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죄의 모든 찌꺼기에서 깨끗하여 지고 악의의 모든 구름은 완전히 걷히고 이성적 정신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이시라는 사실을 느끼거나 이해하거나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은 충분히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과학과 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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