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일본 효고현 히메지(姬路) 시에서 2남 2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1930년).
중학 시절 일본에서 귀국하여, 마산에 정착한다.
시 <강물>이 김춘수 시인 추천으로 <<문예>>지에 실렸고,
1950년 미 통역관으로 잠시(6개월) 근무.
전시 중 부산에서 서울대 상대 입학.
1964년 김현옥 부산 시장의 공보 비서로 약 2년간 재직하였으나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약 6개월 간 옥고를 치른다.
고문 후유증과 음주 생활로 인해 거리에서 쓰러져 행려병자로
서울 시립 정신병원에 입원.
행방불명된 것을 기화로 살아있었음에도 유고시집 <<새>>가 발간됨.
따라서 시인의 마지막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1994)에는
정작 <귀천>이 실리지 않았다.
1972년 친구 목순복의 누이동생 목순옥 여사와 결혼.
1993년 4월 28일 별세.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많은 문학인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천상병 시인과 <부초>와 <군함도>의 작가 한수산 그리고 박정만 시인(억울한 고문과 출옥 후 1987년 8월 20일 경부터 9월 10일 사이 300편 가까운 시를 쓰고 1년 후 작고)이 떠오른다.
이들은
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유난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여전히 울리고 있다.
종시(終詩)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박정만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 맨 첫 페이지에 쓰여진 시-
글: 조덕영(신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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