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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역사 & 세상 만사

정몽규·정해성·이임생·홍명보, 축구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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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전 축구국가대표©유튜브 캡처

 

스포츠의 문화적 영향력

축구의 다양한 영향과 종교적 레토릭

만신창이 되어버린 한국 축구 행정

해외파 전 축구대표선수들의 쓴소리, 귀담아 들어야

스포츠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등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은 고대로부터 시작된다. 그리스서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자체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가 총 망라된 행사였다. 오늘날 스포츠가 바둑, 장기, 체스, 포커와 같이 머리를 쓰는 경기나 e-스포츠와 같은 게임이나 오락으로까지 확장되는 것도 스포츠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

 

이들 모든 스포츠 가운데 축구만큼 국력과 상관없이 전 세계인이 차별 없이 즐기는 경기는 없다. 세계인들이 축구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더구나 축구는 놀랍게도 선수 개인이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뚜렷하게 표출하기도 하는 경기다. 종교를 가진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경기 안팎으로 종교적 레토릭을 몸짓으로 표현하여 자신의 신앙을 전한다. 팬덤이 강한 축구이기에 유명 선수들의 종교적 문화적 바디 랭귀지는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특별히 한국의 유명 축구 선수들 중에도 실력과 신앙 모두에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많은 축구인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 축구계가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대단히 시끄럽다. 박주호 전축구국가대표 선수의 이의 제기로부터 촉발된, 대표 감독 선임 문제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축구계가 이렇게 대 소동에 가까울 정도로 요란한 혼돈에 빠진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고 복합적이다. 클린스만이라는 무능한 전 감독을 회장이 독단적으로 임명하였다가 여론에 밀려 중도 경질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이미 문제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었다.

축구협회는 올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후 5개월간 100명에 달하는 국내외 후보군을 물색하고도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 7월 7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신중을 기한다고 5월 중 선임, 6월 초 선임, 6월 중 선임 등으로 계속 연기되던 감독 선임 문제는 별안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중도 퇴진하고, 이임생 기술이사의 단독 결정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매달리다시피 청원하여 결국 7월이 되어서 마무리된 것이다. 무슨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 장고 끝에 악수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기라성 같은 해외파 출신 축구인들은 배제된 고려대(정몽규 회장)의 고려대(정해성, 이임생)에 의한 고려대 출신(홍명보 감독)을 위한 축구 행정이었다. 일찌감치 돌고돌아 국내파 감독이 선임될 거라 예언 같은 쓴소리 예측을 한 이천수조차 고려대를 거친 축구인이었다.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박주호, 이영표, 박지성, 이천수, 이동국, 안정환, 조원희, 구자철 같은 해외파 전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한결같은 우려 섞인 코멘트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축구팬들이 왜 이들의 쓴소리에 동의하는 지, 축구협회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한 명장 히딩크 감독이 아니었다면 학연, 지연의 도움이 없던 무명의 이영표 선수가 해외로 나가 세계적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박지성 선수는 말할 것도 없다.⑪sbs 화면 캡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계 축구를 시청하는 한국 축구팬들의 축구 관전 수준은 이미 웬만한 선수나 코치보다도 탁월하다. 바둑과 장기가 대국자보다 관전자가 훨씬 대국 파악에 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면 이해가 갈 것이다.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선임되었을 당시 베를린에 사는 필자의 큰딸이 “아빠, 클리스만은 축구를 좀 아는 독일 사람 중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실력 없는(무능한) 감독”이라는 코멘트가 귓가에 아직도 생생하다. 순수 축구팬의 수준보다도 못한 우리 축구협회의 수준은 도대체 어디일까?

 

"남은 건 협회에서 나보다 경험, 경력, 성과가 더 좋은 분을 데려오시면 자연스레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간 나의 스탠스는 같다. 팬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6월 30일 포항 스틸러스전 기자회견)던 홍명보 감독은 왜 또 급하게 감독 자리를 덜컥 문 것일까? 홍 감독은 아주 성급하게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며 "그게 제가 팬들에게 (울산을)떠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을 바꾼 이유"라고 대못을 박는 듯 인터뷰를 했다. 울산 팬들이 더욱 분노한 이유다.

 

이건 아니다. 심지어 한국축구지도자협회조차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는 본 적이 없다"며 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이 단체는 출범 당시부터 '국내파 감독의 선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낸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 아파트 건설 붕괴 사고와 아시아나 항공 인수 철수로 인해 시민들 이미지와 여론조차 우호적 인물이 아니다. 재벌로 기업 경영도 쉽지 않은 터에 왜 대한축구협회(KFA) 수장 자리는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이 궁지 속에 정 회장은 무슨 고민을 하는 것일까? 시민단체의 고발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섰으니 사면초가다. 이렇게 축구협회의 미숙한 일처리는 한국축구행정을 학연,지연에 집착하던 히딩크 감독 이전으로 이미 만신창이를 만들어버렸다. 혹시 반전의 계기는 있을까? 오컴의 면도날처럼 때론 가장 단순한 것이 매듭을 푸는 길일 수도 있다.

"훈계를 좋아하는 자는 지식을 좋아하나니 징계를 싫어하는 자는 짐승과 같으니라"

(잠 12:1)

 

조덕영 박사(신학자, 칼럼니스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