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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해석/구약

사랑의 역설적 불안감(아가서의 아포리즘 8, 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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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연인

술람미 여인은

솔로몬을 지극히 사랑한 나머지

침상에서 조차

솔로몬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쳤다.

그런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필경 꿈 속에서

그 사랑하는 자를 그만 잃어버렸다.

이런 사랑의 불안감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그 정체를 살펴보자.

내가 밤에 침상에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를 찾았노라 찾아도 찾아내지 못하였노라

이에 내가 일어나서 성 안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거리에서나 큰 길에서나 찾으리라 하고 찾으나 만나지 못하였노라

성 안을 순찰하는 자들을 만나서 묻기를 내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를 너희가 보았느냐 하고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만나서 그를 붙잡고 내 어머니 집으로, 나를 잉태한 이의 방으로 가기까지 놓지 아니하였노라

예루살렘 딸들아 내가 노루와 들사슴을 두고 너희에게 부탁한다 사랑하는 자가 원하기 전에는 흔들지 말고 깨우지 말지니라

(아 3: 1-5)

 

1)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1-3절)

(1) 행복한 감정이 넘쳐도 사람은 가끔 놀랍게도 역설적 불안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이렇게 행복이 넘쳐도 그 행복이 혹시 잘못하여 깨질 수도 있지 않을 까 걱정하며 괜한 불안을 가진다. ‘지금의 이 행복이 혹시 꿈이라면 깨지지 말기를’ 기원하는 일부 사람들의 이상한 버릇은 여기에 기인한다.

(2) 불안도 어느 면에서는 열망의 다른 표현이다. 강한 열망은 꿈으로도 나타난다. 꿈에서 술람미 여인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렸다. 밤새도록 그리워하고 찾아도 찾지를 못했다. 그가 혹시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 불안은 거리와 광장으로 뛰쳐나가는 열망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여인은 여전히 님을 만나지를 못하였다.

(3)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가끔 악몽을 꾼다. 억울하게 군대에 재입대하는 불안한 꿈이다. 꿈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렇게 대부분의 보통 남자들에게 있어 군대 체험은 자극히 강렬하고 독특한 체험이다. 그 강렬함과 사회에 복귀한 행복감은 나이 들어 가끔 그렇게 꿈에서 재입대하는 악몽이나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4) 혹시 하나님의 사랑도 이렇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러나 물론 안심하라! 하나님의 사랑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그가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과연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과연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 13:5)

2) 사랑하는 이와의 상봉의 감격과 역설적 불안감(4절)

(1) 사랑하는 자를 다시 만나는 감격을 아는가. 큰 딸을 어릴 적 잠시 형님 댁에 맡겨 놓은 적이 있었다. 딸이 없는 관계로 유난히 어린 조카딸을 귀여워해주시고 잘 돌보아 주시던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잘 데리고 놀아주는 네다섯 살 위의 꼬마 오빠들도 있었다. 2주 후 아이를 데리러 형님 댁을 찾아갔을 때 오빠들과 신나게 놀던 우리 딸아이는 아빠인 나를 본 순간 화살처럼 쏜살같이 내게 달려와 내 다리를 꼭 붙들고 절대 놓아주지를 않았다. 어린 딸 생각에 아마 여기서 사랑하는 아빠의 다리를 놓아버리면 아빠를 영영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2) 솔로몬과 함께 친정집으로 돌아가는 술람미 여인을 보라. 솔로몬을 가지 못하게 꼭 붙들고 자기가 태어난 자기 친정집으로 데려가는 술람미 여인의 마음이나 내 다리를 꼭 붙들고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와 동생이 기다리는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우리 딸아이의 마음이나 같았을 것이다.

(3) 여러분은 주님을 붙들고 놓지 않은 경험이 있는가? 교회 안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님을 멀리 떠날 때 해방감을 느끼는 신자(?)와 주님을 꼭 붙드는 참 자녀가 있다. 한쪽은 염소요 한쪽은 목자를 아는 양이다.

(4)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롬 8:35)! 하나님도 자기 자녀가 너무 기뻐 우리들의 손을 결코 놓지 않는다(롬 8: 35-39). 자식만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게 아니다. 부모도 자녀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는 전지전능하지 못하다. 따라서 부모는 혹시 자녀 잡은 손을 놓칠 수 있으나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절대 우리의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3) 사랑의 훼방꾼이 있음의 불안감(5절)

(1) 세상에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다. 여러분의 주변에는 사랑의 훼방꾼, 신앙의 훼방꾼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하라!

(2) 그들은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으려고 부지런히 미혹과 유혹의 손길을 놓지 않는다.

(3) 하지만 하나님이 친히 주신 선하신 하나님의 두 제도가 있음을 늘 명심하라! 즉 가정과 교회이다. 이 둘을 모두 소홀히 하지 말라! 마귀는 가정과 교회의 교묘한 파괴범이다.

(4) 이 행복을 깨뜨리려는 훼방꾼을 늘 경계하라! 불안은 불안으로 그쳐야 한다. 불안이 현실이 되면 안 된다. 행복을 깨뜨리려는 훼방꾼이 있음을 늘 잊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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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풍경 8- 꿈

나는 꿈에서도 꿈을 꾼다

낙타 등처럼 구부러져 무릎이 아파오며

손을 펴서 소유하지 못해도 아쉬워하며

잃어버린 무엇을 찾아 헤매다가

바람 같이 사라질 갈등임에도

과거 언젠가 한번쯤 경험 했을

삭풍처럼 다가오던 표현 없는 악몽을 꾼다

나는 꿈에서도 꿈이 너무 고통스러워

이것이 꼭 꿈이기를 외친다

나는 꿈에서도 꿈을 꾼다

거기에도 작은 솜사탕처럼 사방에 뿌려진

눈부신 만남과 작은 행복이 한줌 있다

사랑과 기쁨, 그리움과 소망, 약속 같은 것들이 나를 늘 감싸고

숲 속 봄바람 부는 낮은 언덕에서

따뜻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꿈에서도 나는 가끔 외친다

이것이 꼭 무지개 꿈은 아니기를

나는 꿈 밖에서도 꿈을 꾼다

아늑한 그 사랑 늘 그리워 그리움을 따라가다

그리움의 꿈에도 하느님 사랑은 남아

로뎀 나무 그늘처럼 나를 부르고

나는 다시 그 꿈 속으로 들어가기를 갈망함은

거기 평화의 집이 비록 들리지 않는 소리로 있었기에

나는 그 사랑의 꿈으로 들어가기를 소망하며

그리움 따라 영원한 꿈을 꿈 꾼다

내 꿈은 늘 그렇게 사랑으로

생명을 품은 꿈 너머 꿈을 보듬고 돈다

조덕영​(신학자, 시인)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오랫동안 국내최장수 월간지​ <새벗>의 편집자문위원을 지냈다.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최초 2년 연속 수상했다.

김천대·안양대·평택대의 겸임교수와

에일린신학연구원 대학원장을 거쳐

지금은 창조신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