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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조직신학

과학주의와 인본주의(로서의 진화론) 그리고 이에 따른 기독교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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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 자연사박물관©조덕영

Ⅰ. 과학주의, 세속적 인본주의

1. 과학주의(scientism)

 

1) ‘과학주의는 때로 자연주의’(naturalism)과학적 유물론(唯物論)’ 또는 세속적 휴머니즘’(secular humanism) 등으로 불린다.

2) 과학주의는 일종의 충돌 또는 전쟁 모델이다. 과학주의는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를 위한 전쟁을 추구한다. 다른 주의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주의 역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과학이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제공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3) 과학주의자들에게 있어 세상에는 오직 한 가지 실재 즉 자연밖에 없으며, 과학은 우리가 자연에 대해 갖는 지식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지닌다.

4) 이들에게 종교는 초자연적인 것들에 대한 지식을 공급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사이비 지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종교란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대한 거짓된 제공자란 인상을 주게 만든다.

5) 무신론철학을 표방한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이나 유명한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 그리고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나 칼 세이건(Carl Sagan) 등은 모두 과학주의에 근접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과학과 신학의 전쟁에서 과학주의로 적을 섬멸할 것을 요구한다. 신앙이란 이들에겐 거추장스런 미신일 뿐이다.

6) 따라서 본질적으로 과학주의는 복음에 부정적이다.

 

2. 과학 제국주의(scientific imperialism)

1) 과학 제국주의는 약간 다른 형태의 과학주의이다. 이들은 적을 섬멸하기보다 이제껏 신학이 점령했던 영역을 정복해서 이를 자신의 영역이라 주장한다.

2) 과학주의가 본질에 있어 무신론적인 반면, 과학 제국주의는 신적인 어떤 것의 존재를 인정한다. 하지만 신적 존재에 대한 지식은 종교적 계시가 아닌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폴 데이비스(P. Davis)나 때로는 스티븐 호킹도 이 부류에 포함되기도 한다. 기독교만 전제하지 않는다면 <지적 설계>는 이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운동이다.

4) 사회생물학자들은 자신들의 과학성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종교보다도 더 종교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 복음주의 신학(과학관)은 결코 과학 제국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복음주의와 과학 제국주의는 어쩌면 전투를 앞둔 충돌의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지도 모른다.

 

 

Ⅱ. 기독교 교회의 진화론에 관한 논박 탐구

여러 창조론들 등장

 

1. 대단히 다양한 창조론:

젊은 지구론(창세기 1장 문자적 수용, 창조과학 운동), 재창조설(창세기 11절과 2절 사이 재창조), -시대론(“을 시대로 해석), 오랜 지구론(자연과학적 성과 수용), 점진적 창조(-시대론의 변형, 소진화 인정, 밀라드 에릭슨), 연속적 창조, 크리스천 과학자들의 유신론적 창조론(ASA)

 

 

2. 창조과학 운동

1) 모든 사건이나 역사가 그렇듯 불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운동은 없다.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창조과학 운동은 진화론에 대한 반박과 창조에 대한 과학적 변증으로부터 출발했다. 2) 미국 창조과학연구소(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 ICR) 설립자이자 소장이었던 헨리 모리스(Henry M. Morris, 1918-2006)1984년에 이미 <현대 창조론의 역사>(History of Modern Creationism)를 한 권의 책으로 냈으며, 이 책에서 창조과학의 부활이야말로 20세기 말의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2)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과학사학자이자 양승훈의 석사 논문 지도교수였던 넘버스(Ronald L. Numbers, 1942-)1992년에 <창조론자들>(The Creationists)이라는 저서를 통해 20세기 후반 북미주에서 출발한 창조과학 운동이 어떻게 오세아니아, 유럽, 아시아를 지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는지를 자세히 추적하였다.

 

3) 넘버스는 창조과학 운동의 본영이라 부를 수 있는 안식교 배경의 과학사학자였기에 창조과학 운동 연구에 적합한 전문가였다.

4) 20세기 후반에 전성기를 이룬 창조과학 운동은 반창조론 운동이 조직적으로 생겨날 만큼 전 세계적 현상을 만든다. 이 운동은 과학계, 특히 진화론과 직, 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계들에는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고, 반창조론 논문도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진화론을 신봉하는 학계뿐 아니라 기독교 세계관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창조를 다루기 때문에 기독교계와 신학도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5) 하지만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루터나 칼빈의 권위를 빌어 자신들의 입장이 바로 교회의 정통적인 견해였음을 주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루터나 칼빈이 천동설을 받아들였던 사실에 대해서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루터나 칼빈의 견해는 근대과학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매우 상식적인 견해였지 지금 우리가 따라야할 표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3. 날 시대 이론

1) 창조주간의 하루하루를 태양일이 아닌, 긴 기간으로 보는 소위 -시대 이론”(Day-Age Theory)이다.

2) -시대 이론은 5세기 어거스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거스틴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에 관하여>(De Genesi ad Litteram, On the Literal [Interpretation of] Genesis)라는 책에서 창세기의 은 문자적 하루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3) -시대 이론은 어거스틴 이후 과학과 성경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지되었다. 근대로 와서는 영국 지질학자 라이엘(Charles Lyell)이 자신의 유명한 저서 <지질학 원리>(Principles of Geology)를 통해 날-시대 이론을 주장했다. 또한 19세기 중반, 미국 지질학자 구이요트(Arnold Guyot), 19세기 후반, 캐나다 지질학자이자 주석가였던 도손(John William Dawson), 미국 지질학자이자 오벌린 신학교(Oberlin Theological Seminary) 교수였던 라이트(George Frederick Wright, 1838-1921), 미국 반진화론 정치가이자 스콥스 재판 검사(Scopes Trial prosecutor)였던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 1860-1925), 미국 침례교 목사이자 반진화론 캠페인을 벌렸던 릴리(William Bell Riley, 1861-1947), <믿는 이유>(Reasons to Believe)의 창설자이자 천문학자 로스(Hugh Ross, 1945-) 등이 날-시대 이론의 지지자라 할 수 있다.

4) 재창조설(간격 이론)은 지질학적 증거와 맞지 않음이 점차 드러나며 퇴조한 반면, 복음주의권에서 날-시대 이론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Ⅲ. 기독교 교단과 성경해석

 

반진화론 기운

 

1. 19세기 미국에서의 진화론 추종자 추방

1) 찰스 다윈 <종의 기원>을 루이스 아가시즈(1807-1873)와 아사 그레이(1810-1888)에게 보내다. 그레이는 다윈을 지지, 퀴비에 후계자다 불린 아가시즈는 1857년 종의 불변이며 종의 다양성은 창조주의 연속적인 개입의 결과라 주장. 진화론 강력 반대(원시 생명체는 단순하지 않으며 완전한 기관이 점진적 진화의 결과일 수 없다).

2) 하버드대 자연신학 교수 보언: 진화론은 순전한 가설이다. 진화론은 설계 또는 목적에 대한 부정론이다.

3) 하버드대 법과대 파슨스: 이성 종교는 과학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성경은 인간 기원 문제에 권위를 가지지 않기에(성경 해석 문제에 있어), 이성도 종교도 과학이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유래했다고 해도 충격 받을 필요가 없다.

4) 컬럼비아대 총장 바나드(1873, 과학자): 만일 자연발생, 유기진화 그리고 정신과 육체적 힘의 연관성이 사실이라면 신의 존재와 영혼의 불멸은 불가능하기에, 천국의 꿈을 견지하기 위해 과학을 포기할 것을 선언!

5)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해밀턴, 라파에트, 로체스터대 등의 총장들 인류 진화론 교육 거절.

6) 진화론 지지자들

(1) 남부 감리교 산하의 벤더필트 대 지질학 교수 윈첼: 아담 시대 이전 인간이 존재했고 인류는 모두가 아담의 후손은 아니라 가르쳤기에 1878년 테네시 감리교회는 윈첼 교수 추방.

(2) 남 침례신학대 토이: 1879년, 구약 해석에 현대 과학을 적용했다고 권고 사직 당함

(3) 장신대 우드로우 교수: 1884년 진화론 지지로 교수직 박탈.

(4) 사우스캐롤라이나 대 알렉산더: 1891년,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의문을 표명했다 하여 학교를 떠나다.

(5) 보수적인 미국과 상황이 달랐던 영국: 강력한 다윈 지지자들(헉슬리 1825-1895, 후커 1817-1911)

Ⅳ. 정통 신학의 반응

1) 구 프린스턴 대학의 찰스 핫지와 벤자민 워필드 그리고 아브라함 카이퍼와 바빙크

(1) 찰스 핫지(Charles Hodge, 1797~1878):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0년 정도 지난 1871년,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단행본을 출간

(2) 핫지는 진화론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 1749~1827)가 제안하였던 ‘성운가설’은 수용(“성운가설은 지금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폐기된 이론이지만 빅뱅이론과 같이 세계의 기원과 관련 있는 가설)

(3) 벤자민 워필드(B. B. Warfield. 1851-1921): 진화론에 대해 긍정적

(4) 이른바 성경의 무오를 믿으면서 진화론적 사고를 수용

(5) 워필드가 현대적인 의미에서 유신진화론을 수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의 저작 가운데 진화라는 말이 꽤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6) 카이퍼와 바빙크 그리고 핫지와 워필드 모두 새롭게 등장한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다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일면 진화론에 대해 비판 내지는 유보하는 입장을 보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 수용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구약신학자 폰 라드(Gerhard von Rad, 1901~71):

(1) 히브리 성경을 신명기 26장 5절부터 읽어야 한다고 주장

(2) 그 절에서 우리는 구약성경의 첫 여섯 권의 주요한 주제인 애굽에서의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감사를 발견한다.

(3) 따라서 폰 라드는 창조에 대한 기사를 그러한 주제에 대한 사소한 후대의 첨가, 즉 후대의 신학적 생각이라고 간주

(4) 폰 라드의 해석에서 창조는 구원 역사라고 하는 ‘중요한 요소’에 대해 일종의 배경으로 그 빛을 잃게 된다. 하지만 폰 라드는 자신의 마지막 책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일부 알려져 있다.

3) ‘창조의 일식’(eclipse of creation)

(1) 이 말은 유대교 학자 마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의 「신의 일식」이라고 하는 책 제목을 패러디한 것”

(2) “일식이라고 하는 것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일렬로 배치되며 태양을 가려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신의 일식은 하나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무언가가 개입이 되어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3) 창조의 일식을 운운하는 이유는 폰 라드나 칼 바르트 등, 창조를 구속의 배경 정도로 생각하는 최근까지의 복음주의 내지는 기독교 신학의 흐름을 비판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4) 창조에 대한 관심은 단지 기원에 대한 관심으로 국한될 수는 없다. 우리가 창조의 일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창조라고 하는 것이 단지 구원에 대한 배경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구원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함에 있어서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 그런 면에서 보면 기원의 문제와 관련하여 창조론과 진화론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또 다른 창조의 일식을 가져올 수도 있다. 창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체적인 우리의 세계관의 모습을 상당 부분 형성하기 때문이다.

4)기독교 창조론

(1) 초대교회의 기독교 창조론은 영지주의(gnosticism)라는 이단에 대한 응전 가운데 이루어졌다. 영지주의는 헬라철학의 영향을 받은 영육이원론을 그 기초로 한다. 의외로 이런 영육이원론은 여전히 기독교인들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영은 거룩하고 깨끗한 것이지만 육은 더럽고 죄악된 것이다. 이런 생각을 조금만 확대하면 영적인 세계만이 중요하고 물질세계는 무가치하다는 생각으로 흘러갈 수 있다. 심지어 창조주 하나님은 구속주 하나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약의 야훼 하나님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과 다른 하나님이 되고 만다.

(3) 이런 영지주의의 극단적인 경우가 구약성경의 정경성을 부정하는 마르시온주의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4) 근본적으로 ‘신학’과 ‘자연과학’의 관계에 대해 다루기 위해서는 두 분야에 모두 탁월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신학을 공부하고 과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과학 분야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신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신학적인 기초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과 그에 대한 기독교의 반응으로서의) 미국 스콥스 재판에 대한 평가<계속>

조덕영 교수(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