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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우상이 교묘하게 결합된, 바벨론 왕과 전설의 동물 시루쉬(베를린 페라가몬 박물관 홍보물). 외경에 의하면 시루쉬 숭배를 거부한 다니엘을 징계하려고 바벨론왕은 시루쉬를 보냈으나, 오히려 다니엘의 손에 죽고 만다. ⓒ재독 사진예술가 조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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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의 종교 기독교
기독교처럼 법과 정치에 민감한 종교가 있을까? 창조주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고 방치하지 않으셨다.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시고 일정한 언약의 법을 제정하셨고, 성경 2,930명의 실명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하나님께서 친히 “내 친구”라 한 아브라함과도 언약을 맺으셨다.
짐승을 반으로 쪼개어 타는 횃불이 그 쪼갠 고기 사이를 지나가도록 했으니, 언약을 어기면 그 심각한 죄악의 결과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였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처음 사람 아담과 언약을 맺었던 법이었다. 이렇게 법은 진화한 인간이 찾아낸 질서가 아닌,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질서였다.
아브라함은 대단히 정치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조카를 구하기 위해 318인의 사병을 이끌고 문헌에 기록된 세계 최초 중동 세계대전(大戰)의 후반에 참전하여, 빼앗겼던 재물과 자기 조카 롯과 부녀와 인민을 모두 되찾아왔다(창 14장). 이렇게 법과 정의는 인간이 창안한 것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질서였다.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성경은 일관되게 “오직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암 5:24)” 흘리라 계시하고 있다. 기독교가 법과 정치의 종교인 이유다.
우리나라에도 신·구교를 막론하고 기독 정치인들이 많다. 가톨릭 신자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취임사부터 늘 노래를 부른 것도, 결국 그 근본은 성경에서 나온 원리였다.
하지만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온 국민 앞에서 “부동산 만큼은 자신있다”던 대통령의 허언과 함께, 이 취임사는 대통령의 내로남불을 조롱하는 놀림감이 되어버렸으니 아이러니하다. 그렇더라도 의로우신 하나님은 “공평과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 참된 기독 정치인들을 여전히 찾고 계신다.
비록 불가지론자처럼 살았으나 경건한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천재 철학자 칸트가 신을 부정할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신비한 도덕률 때문이었다.
“자신의 행위가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만 행동하라”는 칸트의 이 정언명령(定言命令, Categorical Imperative)도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신앙 없이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신 ‘불변의 토대(constant ground)’를 찾기 위한, 지난(至難)한 여로인 셈이었다.
하나님께서 언어와 법을 주셨듯이, 대홍수 이후에도 인류는 이 도덕률이라는 일반 계시와 은총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법을 만들어 왔다. 그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분기되었다. 즉 신 중심(Theocentric), 인간 중심(Anthropocentric), 무신론 중심(Atheism centric)이 그것이다.
인간이 고안한 완벽한 법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신 중심’ 법을 구현하려고 그나마 애쓴 국가들이 있다면 주로 중북부 유럽 복지 구현 개신교 국가들이었다.
국교가 대부분 프로테스탄트요,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들 만족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들이다. 그 기본은 당연히 성경의 약자 보호와 배려 정신, 그리고 공정과 정의와 샬롬의 견제와 균형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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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의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아크로폴리스에서 바라본 그리스 제2도시 데살로니키의 아름다운 전경. 좌측 큰 건물들이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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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결과
인간 중심 법을 구현한 국가들은 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신학을 바탕으로 한 구교 중심의 유럽 중남부 국가들이었다.
막대한 관광 수입을 벌어들이는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부도를 겪은 나라들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는 1인당 GDP에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2011년까지 대한민국에 추월당한 적이 없는 국가였다. 그리스 재벌 오나시스가 감히(?) 전 미 대통령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과 재혼할 정도였으니, 1980년대 이미 그리스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던 국가였다.
그런 그리스를 제2도시 데살로니키부터 수도 아테네까지 기차로 가봤더니, 주변에 변변한 기업공장들이나 신축 건물이 눈에 띄지 않고 자동차도 대부분 중고차들인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스 데살로니키의 자랑,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의 아리스토텔레스 동상
서울과 평택 사이만 해도 전철 주변에 무수히 많은 기업들의 공장과 연구소들이 즐비한 대한민국과 정말 대조된다. 포퓰리스트 마르크스 실용주의자가 1980년대 총리가 된 이후, 그리스의 영광은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필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식품과 환경을 배우고 식품 관련 자격증을 가진 신학자라, 늘 식품 포장의 문구를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집 근처 지하 마트에서 D산업 복숭아 통조림을 890원에 세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할까?
겨우 1년 전 일이다. 살펴보니 놀랍게도 원산지가 그리스였다. 마르크스 실용주의 젊은 지도자가 초래한 IMF와 모라토리엄이 그리스를 2등 국가로 만들어버린 결과였다.
그리고 무신론 중심의 법을 구현한 마르크스주의 무신론 국가들의 와해는 1990년대 목격한 그대로다.
하나님 없는 인간은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쾌락과 일반 은총 수준의 종교심 사이에서 무형의 도덕법칙을 기반으로 법을 세우려 한다.
그런 가운데 법을 정의로움으로 포장도 하고 억지를 부리다가 내로남불도, 아전인수도 심지어 적반하장도 발생하곤 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도 바로 그런 악한 인간성을 반영한다. 바로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죄성 때문이다.
불안한 21세기의 정치 지형과 신앙
최근 각국에 일종의 ‘마초형(?)’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법에 대한 국민들의 피곤함과 우울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성경 말씀대로 죄 없다 할 수 없는, 결국 인간은 정의로 포장된 죄악된 존재임을 보여준다.
러셀처럼 신앙에 부정적이었던 볼테르가 “역사는 범죄와 재난의 기록에 불과하며, 모든 역사는 거짓말”이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늘 수레바퀴처럼 회전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의 말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에게 바치는 송사(頌辭)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라 했다. 유명 역사가 말의 인용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사만 있다면 (비극적 사건 속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틀림없이 있다”고 했다.
새해부터 러시아 지도자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고하며 지구촌을 근심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자신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지도자였다 해도 그렇게 당당했을까? 창조주 하나님의 역사의 수레바퀴에 불과한 제한된 생명을 가진 인간은 이렇게 늘 어리석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새로운 국가 지도자 선출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후보자들은 얄팍한 레토릭으로 자신을 화장하고 포장하여 국민들을 현혹할 뿐이다. 우리 국민 수준을 얕잡아 보았기 때문일까?
여호와께 최고의 지혜를 선물 받았던 솔로몬이 보아도, 해 아래 새 것은 없었다. 우리 인간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배워갈 수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교회와 성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간이 구제불능으로 철저히 타락한 때문일까? 하나님은 대단히 파라독스적인 메타포로 성경의 진리를 전하시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이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어거스틴은 “O! felix culpa!(오! 복 된 죄악이여!)”라 했겠는가. 주님은 약할 때 함께 하시고 은혜를 베푸시며, 십자가에 승리가 있다.
우둔한 인간이 저지른 코로나19의 시련 속에도 반드시 어떤 섭리는 있다. 기도하라. 그리고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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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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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Th.D.,
전 김천대·안양대·평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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