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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신앙/창조와 과학

신앙의 눈으로 본 구제역(口蹄疫) 바이러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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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신앙의 눈으로 본 구제역(口蹄疫) 문제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최근 우리나라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口蹄疫, foot-and-mouth disease)으로 인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엄청난 인적·물적·위생적 피해를 가져오는 구제역은 우제류(偶蹄類, Artiodactyla,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갈라진 동물)들에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감염된 동물의 침이나 분변(똥), 감염 지역 내 사람이나 차량·의복·사료를 통해 전파된다. 이렇게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구제역은, 소의 경우 잠복기가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리게 된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蹄冠)·지간(趾間)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질병이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만일 이 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며, 감염된 가축과 접촉한 모든 우제류 가축을 소각하거나 매장하게 된다. 구제역이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조직배양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이 이용되고 있으나,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므로 일단 감염되면 빠른 전파 속도가 두려워 나라마다 서둘러 감염 지역 인근의 소·돼지를 생매장해 피해를 줄이려 한다. 한때 대만과 영국은 가축의 이동 제한 같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구제역이 전국을 휩쓰는 바람에 양돈(養豚)산업 등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는 공식적으로는 1934년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혔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는 구제역 뿐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악성(惡性) 가축전염병이 거의 매년 생기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적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창조 질서 위배 때문이다.

 

오늘날 축산 농가들은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량 사육을 지향하여 왔다. 이와 같은 대량 사육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맞지 않는다. 가축들은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라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가축들은 좁은 우리에게 온갖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속에, 항생물질 처방을 받으며 알을 생산하거나 인간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진다. 이 같은 사육은 필연적으로 면역계의 약화와 이상을 초래하고, 작은 전염병에도 집단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특징을 갖게 한다. 최근에 일부 축산 농가들이 방목 등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축사에 가두고 행하는 대량 사육의 문제점이 적지 않음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환경 오염과 비위생적 사육 환경 때문이다.

 

모든 식품은 소비자의 입으로 직접 전달되는 생명 관련 물질들이다. 그래서 생명과 관련된 물질을 다루는 식품이나 의약품 제조업체들은 위생복과 헤드커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한다. 필자도 과거 유가공 업체에 기술직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식품 가공 업체들의 철저한 생산라인 관리를 잘 알고 있다. 축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축산업체’는 유가공·육가공 회사와 마트로 직접 연결되는 소비자들의 중요한 ‘식료품 원료 공장’이다. 이제 축산업은 구제역만 발생하면 가축을 무자비하게 매몰해 버리고 보상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원시적 축산 환경에 의지하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관리 방식은 악순환만 부를 뿐이다. 그러고도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저 지금처럼 잘 관리하면 된다는 ‘희망사항’만을 언제까지 바라며 노래 부르려 하는가. 이제 축산가공법이나 가축 사육위생에 대한 법을 보다 강화하여, 기업화된 축산농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불결한 축사나 원시적 분변처리는 철저히 통제하며 너무 밀집시켜 키우는 방식의 사육 형태도 피해야 한다고 본다. 소규모 사육은 자체 정화나 자연 정화가 쉽다. 하지만 대량 사육은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구축하더라도, 가축들을 많은 배설물과 함께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되게 만들며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최근 4대강 유역 수질 문제는 대부분 가축 대량 사육과 관련된 오염과 연관되어 있다. 이제 축산업하는 분들의 의식과 자세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셋째, 급격히 글로벌화되는 환경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항의 일반 출입국 시스템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국경(國境) 검역 시스템은 그렇지를 못하다. 인천국제공항 여행객들은 짐 검사를 거의 받지 않고 입국하고 있다. 관광객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매우 엄격한 검사를 한다. 완전히 열을 가해 바이러스 등이 멸균·사멸된 식품이 아니면 절대 가지고 입국할 수 없다. 최근 인천공항 여객·화물 전체의 60%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이 상시 발생하는 중국과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들어오고 있다. 과거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구제역 상시 발생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묻혀 온 바이러스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 지역 구제역은 구제역 상시 발생국을 여행한 축산 농가가 원인으로 추정되었다. 이제 구제역과 사스, 조류 인풀루엔자 등 여러 바이러스성 질병을 단순히 정부의 국경 검역 강화와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음을 이번 구제역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치밀하고 철저한 24시간 검역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서는 검역 인력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경 검역 담당 인력은 겨우 200여명에 불과하다. 호주 검역검사청(AQIS)은 3300여명, 뉴질랜드 차단방역청(MAF-BNZ) 900여명, 일본의 동물검역소는 400여명에 달한다. 전문 인력의 양성과 수급 조절은 정부의 몫이다.

 

먹거리와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충원하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에 걸맞는, 새롭고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축산과 농업과 식품과 검역 관련 전문 요원들을 많이 기르고 배출하고 국가는 그들을 관리하고 채용해야 한다. 이런 좋은 취업의 자리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 몫이다. 가축 수십·수백만 마리를 마구잡이로 집단 매몰하여 국토와 지하수를 온통 오염시키고, 농가는 수조·수천억 원의 천문학적 피해를 입고, 국가는 또 국민 세금으로 그 피해 일부를 보상해주는 식의 원시적 방식을 버리고,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축산농업·식품·검역 관련 인력들을 충원하여 피해를 사전에 막고 많은 전문 인력들이 국가에 봉사할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이런 일거삼득의 결단이야말로 수백억 들여 창조경제센터 만드는 일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다.

 

과거 모 정부는 취임 준비위 시절, 농촌진흥청과 산하 연구소들을 더욱 강화하고 보전하기는커녕 모두 닫아버리려 하였다. 정말 그 미련하고 반국가적 발상이 누구 머리에서 나왔었는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나마 많은 이들의 강력한 반발과 우려로 문을 닫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었으니 어쩌면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나 구제역 등 대혼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하였다. IMF 경제 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주요 종자업체들이 겨우 한 업체만 남고 모두 다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간 것을 여러분들은 알고 있는가? 농가들이 땀 흘려 작물과 원예 종자 등을 심을 때마다, 로열티가 고스란히 다국적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복지부동의 일부 정부 관리들과 농업에 무지한 여야 정치인들의 농업 천대(賤待) 발상이, 우리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당국의 사후약방문식 처방으로는, 유사 구제역 참사 소동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모든 먹거리가 땅에서부터 국민 입 속으로 안전하게 들어갈 때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면 엄청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것이 사후약방문보다 훨씬 더 창조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탁월한 ‘농업’과 ‘환경’과 ‘생명’ 관련 전문 인력들이 자신이 배운 전공 지식을 국가와 인류를 위해 발휘하고 싶어 ‘속으로 부르짖으며 울고’ 있다.

 

결국 과거 자주 볼 수 없었던, 가축들의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들의 잦은 출현은,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대량 생산과 사육을 통한 경제적 수익 극대화에 대한 욕심이 불러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빨리 왕래하고 지식이 증가하고 있는 종말적 시대상(단 12:4)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창조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