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주의(Scientism)는 기독교적인가?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조덕영 박사 |
과학의 어원
라틴어 “스키엔티아”(「Scientia」)는 사람의 지식을 말한다. 이 라틴어에서 영어의 「Science」가 유래하였다. 따라서 이 「Science」는 넓은 의미에서는 학문 전반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세기 말 이 말을 일본인들이 ‘과학’(科學)이라고 번역하였다. 즉 우리들에게는 <과학> 하면 일반적으로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을 말하는 의미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과학은 인간이 가진 하나의 지식체계이다. 그러므로 창조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지식 체계가 어떤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과 종교의 지식체계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가를 해석하고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기독교와 과학
성경이든 과학적인 데이터든 모두 해석을 통해서 산 의미를 갖는다는 면에서 오늘의 상황 가운데 이 둘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다루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종교와 과학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담을 쌓아온 면이 없지 않다. 기독교적으로 볼 때 과학도 하나님이 주신 도구이기 때문이다.
과학주의
그럼 과학주의도 기독교적으로 필요한 도구인가? 과학주의(科學主義, scientism)는 과학을 인간 최고의 인식형태로 간주하고, 원리적으로는 모든 문제가 과학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과학지상주의’ 또는 ‘과학만능주의’라고도 불린다. 극단적 과학주의의 경우, 인간의 모든 내면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도 자연과학과 동일한 방법에 의해서 정밀하게 인식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 독단적인 방법론적 자연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을 단순히 ‘생물기계’로 여긴다거나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기계적 ‘유물사관’도 과학주의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주의의 6 가지 입장
역사적으로는 근대 초기 데카르트의 합리적 기계론적 자연관(機械論的自然觀)이나 뉴턴의 역학적 우주관(力學的宇宙觀)이 모두 오늘날 과학주의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과학주의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신념들은 경험이나 실험, 즉 과학적 방법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며 과학적 방법만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이것을 <실험주의적 입장>이라고 부른다.
둘째, 계량화된 것만 과학에 의해 알려질 수 있으므로, 오직 측정 가능한 물리적 실재들만이 알려질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을 <유물주의(과학적 유물론)>라고 한다.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들이 과학을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분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다만 과학이 자본의 힘을 빌려 노동자 계급과 대립하게 되어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자본가들의 도구가 되어버렸다고 본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만이 과학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이념적 논리로 과학을 접근한다. 유물론적 과학주의자들이 이념적 투쟁과 비판 속에 과학과 과학자들을 몰아넣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념적 속성 때문이다.
셋째, 과학은 주관의 여지가 전혀 없는 순수 객관적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이것을 <무전제주의>(無前提主義)라고 부른다.
넷째, 모든 우주는 기계적이며 인과율(因果律)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고 본다. 이것을 <과학적 결정주의>라고 부른다. 즉 과학적 결정론은 자연적, 사회적 모든 현상들의 발생, 발전, 소멸은 객관적으로 과학적 법칙으로 해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종교와 형이상학은 비결정적이라고 보아 자연스럽게 배격하게 된다.
다섯째, 과학은 자기의 고유한 방법론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본다. 이것을 <과학적 진보주의>라고 부른다.
여섯째, 과학적 방법만이 진리에 이르는 참된 방법이므로 다른 모든 학문도 과학적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것을 <방법론적 환원주의>라고 한다.
위의 주장들은 겉으로 보면 탈가치적이고, 객관화, 계량화 등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와 주관이 전혀 섞이지 않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근본적으로 과학주의는 존재론이나 인식론에서는 자연주의를, 내용에 있어서는 합리주의를, 정신에 있어서는 휴머니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주의를 자연주의(naturalism) 또는 세속적 휴머니즘(secular humanism)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도 혹시 무의식 가운데 이 같은 과학주의를 도구로 삼은 적은 없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가면서- 과학주의는 이념적이다
과학주의는 과학이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제공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즉 과학주의로 종교를 보면 종교란 단지 초자연적인 정보를 공급하는 사이비 지식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종교란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대한 거짓된 제공자로 보일 뿐이다.
과학주의란 결국 인간이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망각하고 인간 자신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론을 구축하는 데서 나온 자연스런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학주의는 과학의 결과가 아닌 과학에 대한 신앙이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하나의 견해인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주의는 종교를 거부하는 듯하면서도 내면 안에서는 다분히 종교적 색채, 그것도 기독교 신앙에 반대되는 종교적 색채를 갖고 있게 된다.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이나 유명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 그리고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칼 세이건(Carl Sagan), 리처드 도킨스(R. Dawkins) 등은 모두 과학주의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질서를 탐구하는 하등학문인 ‘과학’을 선용하는 것과 ‘과학주의’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꼭 이해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들 둘을 잘 구별할 필요가 있겠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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