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부스, 가나안 사람은 누구인가요?(조덕영 목사)
사진: 가나안 지역 풍경(E. S. Cho)
Q.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문을 드립니다.(블로거 이웃 질문)
1. 여호수아 15:63절의 여부스 사람은 어느 민족인지?
2. 여호수아 16:10절의 가나안 사람은 어느 민족인지 궁금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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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가 전에 쓴 아래 내용을 참조하셔서 질문 해결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 아래 -
가나안 후손들과 분포 지역
가나안은 함의 마지막 넷째 아들이었다. 가나안은 노아의 16 후손들 가운데 셈의 아들 욕단 다음으로 많은 자녀의 이름을 성경에 남기고 있다. 함의 아들 형제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11명의 자녀를 남겼다. 가나안은 시돈(Sidon)과 헷(Hittites)을 낳고 또 여부스족(Jebusites), 아모리족(Amorites), 기르가스족(Girgasites), 히위족(Hivites), 알가족(Arkites), 신족(Sinites), 아르왓족(Arvadites), 스말족(Zemarites), 하맛족(Hamathites)의 조상이 되었다. 이들은 우리가 가나안이라 부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흩어졌다. 성경은 가나안의 지경(地境)에 대해 시돈(Sidon)에서부터 그랄(Gerar)을 지나 가사(Gaza)까지, 그리고 소돔(Sodom)과 고모라(Gomorrah)와 아드마(Admah)와 스보임(Zeboiim)을 지나 라사(Lasha)까지였다고 기록하고 있다(창 10:19).
즉 ‘가나안(Canaan)’은 훗날 로마인들에 의해 팔레스틴(Palestine)이라 불린, 오늘날 이스라엘과 요르단 지역의 히브리식 이름이었다. 이렇게 가나안은 같은 함족인 블레셋 민족과 더불어 팔레스틴 땅에서 이스라엘 민족과 정면으로 접촉한 민족이 되었다.
알파벳의 발명자 페니키아를 이룬, 가나안의 장남 시돈
가나안의 장자 시돈(Sidon)의 이름은 오늘날 고대 페니키아 사람들의 고대 도시 이름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대상 1:13). 시돈은 오늘날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약 36km 떨어진 ‘사이다’(‘Saida')에 위치하였다. 시돈은 성경 뿐 아니라 ‘아마르나 서신’(Amarna Letters)과 호머의 저작들에도 그 이름이 남아 있는 고대 유명 도시였다.
예수님과 바울도 이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막 7:31; 행 27:3). 예수님은 갈릴리 지방에 있는 이스라엘 도시들보다 오히려 이방의 도시 두로와 시돈을 더 높게 평가하셨다. 갈릴리 고라신(Korazin)이나 벳새다(Bethsaida)에서 행한 기적과 표적들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했다면 그들은 일찌감치 굵은 삼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했을 거라고 갈릴리 지방의 완악함을 책망하셨다(마 11:21-22). 사도 바울은 시돈에 친구가 있었다. 당시 친구가 되려면 신앙은 아주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따라서 이들 친구들은 그리스도인들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지역 아구사도대 백부장(근위대 대장)인 율리오(Julius)는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도 바울에게 친절을 베풀어, 바울이 친구들에게서 대접받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행 27:1-3). 이렇게 시돈은 이스라엘보다 복음에 먼저 문을 연 지역이었다. 구약은 보통 이 시돈을 페니키아라고 부르고 있다(신 3:9; 삿 10:12; 왕상 5:6). 페니키안이라는 이름은 헬라어로 <붉은 피부를 가진 사람>, 히브리어로는 <상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가나안의 장자 시돈은 지금의 레바논 해안가를 따라 두로(지금의 수르), 시돈, 베리투스(지금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비블로스, 아르와드, 우가릿 등의 도시를 구축하면서, 지중해를 넘나든 해상무역국가 페니키아를 이루었다. 이들은 지금의 키프로스 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지역,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와 시칠리아섬, 아프리카와 유럽의 접촉 관문인 지브로울터 해협 양안까지 진출하였다. 북아프리카에 카르타고를 건설한 것도 이들이었고, 뛰어난 항해술로 홍해와 대서양까지 진출하여 남아라비아와 통상관계를 가진 것도 이들이었다. 주전 7세기경 바닷길로 아프리카를 일주한 것도 페니키아인들이었다.
활발한 지중해 해상 무역 기지를 구축했던 시돈의 공헌은, 무엇보다 주전 15세기 무렵 오늘날 알파벳의 원형이 된 페니키아 문자를 지중해 모든 민족들에게 전파한 일이었다. 즉 가나안(페니키아) 사람들은 자신들이 최초로 사용한 알파벳을 지중해 전 지역에 나누었다. 22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된 페니키아 문자는 주전 11세기 페니키아인들의 식민지 건설과 해상 무역과 더불어 지중해 연안 지방으로 전파되어, 주전 8세기 무렵 헬라 문자와 에트루리아 문자를 통해 라틴 문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나안 언어는 고대 히브리어에도 상당수 녹아들었다. 많은 고고학자들은 고대 페니키아의 땅에서 페니키아어·헬라어·라틴어 알파벳의 모어(母言)의 원형을 발견했다. 이렇게 오늘날 모든 유럽 국가들의 언어는 함족 가나안의 후손 페니키아인들에게 결정적 빚을 지고 있다. 또한 해마다 우리 한민족이 페니키아어를 원조로 하는 영어 알파벳에 쏟아 붓는 정력과 돈은 얼마나 많던가!
대제국 히타이트의 조상이 된, 가나안의 둘째 아들 헷(Heth)
헷(Heth)은 고대 히타이트족(Hittite)의 조상이 되었다. 히타이트족은 주전 2천년 강력한 아나톨리아 제국을 건설한다. 이들은 가나안 땅에 거주하다가 일찌감치 북동쪽으로 이동하여 대제국을 이루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아브라함은 헷족속에게서 막벨라 굴을 가족 매장지로 구입한다(창 23장). 그리고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헷족의 딸들과 혼인하였다. 아브라함의 손자요 이삭의 장자인 에서는 헷족의 두 여자(브에리의 딸 유딧과 엘론의 딸 바스맛)와 결혼하여 부모인 이삭과 리브가의 마음을 근심케 하였다(창 26:34; 27:46). 믿음의 여인 리브가는 야곱조차 헷 처녀들과 혼인할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남편 이삭을 설득하여 아들 야곱을 외삼촌이 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보내게 된다. 함족 가나안 후손인 헷족속과의 혼인에 대해 셈족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다윗과 솔로몬도 헷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다윗은 수하에 헷사람 아히멜렉(삼상 26:6)과 충성스러운 장수 우리아(삼하 11장)를 두었다.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여 아들 솔로몬을 낳았다. 하나님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다윗을 꾸짖으신다. 밧세바의 일을 제외하고는,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였다(행 13:22). 솔로몬도 헷사람과 혼인 동맹을 맺었고(왕상 11:1) 헷의 도시국가들과 무역을 하였다(왕상 10:29).
여부스족(Jebusites)은 누구인가(팔레스틴 땅에 정착한 가나안의 후손들)
시돈과 헷을 제외한 가나안의 아홉 아들들의 이름과 세거지(世居地)는, 창세기 10장 15-19절 사이에 기록되어 있다. 이들 가나안의 아홉 아들들의 후손들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입성할 즈음 이미 그 땅에 정착하여 거주하던 가나안 족속들의 조상들이 되어 있었다.
여부스족(Jebusites)은 헷족과 더불어 일찌감치 예루살렘 지역에 정착하였다. 여부스 사람들은 가나안 정복 시 예루살렘 부근의 가나안 산중(hill country) 에 살고 있었다(민 13:29. 수 3:10; 11:3). 사사 시대에도 여부스는 여전히 예루살렘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다(사사기 19:10). 그들의 왕 아도니세덱은 여호수아를 반대하는 아모리 족속의 연합을 주도하였다(수 10: 1-5). 이곳을 점령하여 수도로 정하고 예루살렘으로 개칭한 사람은 바로 다윗이었다(수 18:28; 삿 19:10; 대상 11:4; 삼하 5:6). 하지만 다윗의 정복 이후에도 여부스 사람들은 남아 있었다(수 15: 63, 삿 1:21). 여부스 성읍은 베냐민(수 18: 16, 28) 지파와 유다(수 15:8) 지파 사이에 있었다. 다윗은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Araunah)의 타작마당과 소 값으로 은 50세겔(약 570그램)을 주고 여호와 하나님께 드릴 번제단을 정식 구입하였다(삼하 24: 16-25). 여부스 사람은 솔로몬 시대에도 남아 왕의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으며(왕상 9: 20-21) 훗날 이곳에는 성전이 세워졌다.
조덕영 목사(창조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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