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정복하라’(창 1:28)는 의미에 대해
1. 결혼하여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입니다(창 1:28). 그런데 땅을 정복하라는 용어는 조금 특이합니다. ‘정복하다’는 의미의 히브리어 카바쉬("kabash")는 군사 용어입니다.
전쟁은 잔인합니다. 따라서 이 정복하다는 의미에는 "짓밟다, 약탈하다, 굴복시키다" 등 아주 강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정복한 나라들에서 노략한 은금을 여호와께 드릴 때에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삼하 8:11). 그만큼 강하게 복종 시키는 정복을 말합니다.
2. 문제는 인격적 존재도 아니고 전쟁도 없고 아직 타락 이전이라 죄악도 없었던 에덴 동산에서 아담에게 땅을 정복하는 데 왜 이 강한 전쟁 용어를 사용했는가하는 점입니다. 창세기 1장은 창조 주간에 대한 설명으로 세상과 생물들은 모두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으며 아담과 하와는 아직 범죄하지도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므로 아직 땅은 저주 받지도 않았으며 아담과 하와는 땀흘려 땅을 경작할 필요도 없었고 사람은 육식을 하지도 않았으며 아담과 하와는 땅의 짐승들을 잔인하게 해칠 필요도 없었습니다.
3. 그렇다면 ‘땅을 정복하라’는 이 용어는 땅과의 전쟁 선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의지하고 있는 땅에 인격성을 부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지 않으시려는 하나님의 섭리와 의지가 반영된 구절로 보입니다.
땅은 단지 인간이 정복할 대상일 뿐입니다. 다만 인격성을 부여할 수 없는 땅을 정복할 때에 우리 인간이 창조의 질서를 무분별하게 파괴할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닙니다.
4. 린 화이트(Lynn White Jr.)는 “우리의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근거”(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al crisis)라는 논문에서 생태학적 위기의 원인을 역사적 기독교에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목사였던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성경 말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창세기 1장 28절 말씀에 대한 일부 기독교인들의 그릇된 해석과 오해가 땅에 대한 마구잡이식 지나친 개발과 그에 따른 공해와 생태계 파괴로 나타났다고 보여집니다.
5. 무생물인 땅에 대해 군사 용어인 ‘정복’하라는 강한 어휘를 사용하여 명령을 내릴 만큼 하나님은 인간에게 땅에 대한 많은 권리와 소유권을 주신 것은 분명합니다. 즉 인간은 그것을 복종시키고 관리할 많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았습니다. 인간은 땅의 청지기가 된 것입니다. 인간은 땅에 대한 이 문화 명령을 군인처럼 철저히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6. 바울은 먹든지 마시든지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면 언제나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습니다(롬 14:23). 이것은 땅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인간은 하나님이 주신 땅을 군사와 같은 무거운 사명감을 가지고 믿음과 선한 양심과 지혜로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성경 해석 > 성경 관련 변증(질의 응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님께서 왕권을 가지고 오신다는 말씀(마 16:28)에 대하여....... (0) | 2020.09.19 |
---|---|
성경에 오직 단 한번 사용된 단어(Hapax Legomena)는? (0) | 2020.09.09 |
아담은 어떻게 그 많은 동물들의 이름을 지었을까? (창 2:19) (0) | 2020.09.08 |
창세기 대홍수 시 노아 방주에 ‘정결한 짐승을 암수 일곱씩’ 넣은 이유는? (0) | 2020.09.07 |
기독교가 동성애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관점은? (0) | 202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