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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의 난맥상, 남성 복서가 여성 복서와 대결한다고? 남성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 여자복싱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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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의 난맥상, 남성 복서가 여성 복서와 대결한다고?

 

IOC, XY 선수 챙기려다 여자 선수들 안전 방치

국제복싱협회는 다른 적용, 출전 금지

IOC, “성별 기준은 여권”으로 허용

“죽어야 이 미친 짓 끝낼 건가”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조차 강력 비판

올림픽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듯

동영상 캡처

 

프랑스의 입김 때문인가? 아니면 IOC의 결정인가?

 

북부 유럽이 여전히 종교개혁 정신이 일부 남아있는 반면, “계몽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볼테르로 상징되는 중부 유럽의 프랑스는 인본주의적 경향이 강한 국가다. 파리올림픽이 기독교의 분노를 일으키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단순 실수나 미숙함 때문이라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파리 올림픽이 개회식에서의 ‘기독교 조롱’과 센 강 오염 파문에 이어, 남성성(남성 염색체 XY)를 가진 선수들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으로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결국 여자 복싱에 출전한 남성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26)는 ‘압도적 경기력’으로 여자 66kg급 결승에 올랐다. 결승이 끝나도 논란이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칼리프는 7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전에서 잔자엠 수완나펭(태국)에게 심판 전원 일치 결과인 5-0(30-27 30-26 30-27 30-27 30-27)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칼리프는 경기 내내 압도적인 힘과 기량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판정에서도 넉넉한 점수 차로 이겼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칼리프 선수와 대만 린위팅 선수를 실격 처리한 바 있다.

 

이에 이들의 올림픽 참가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올림픽 출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IOC는 “파리 올림픽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한다”며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선수들의 성별과 나이를 ‘여권’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황당한 답변을 했다. 성염색체 정체성과 상관 없이 여권으로 성을 바꿀 수 있다면 성별 교환이 가능한 국가에서는 여성화된 남성의 여성선수 출전이 속출하는 불상사가 나타나도 모두 인정하고 방치한다는 의미일까?

 

또 IOC는 “해당 규정으로 여러 국제대회와 올림픽 예선 등 1,471명의 선수가 2천여 회 경기를 이미 치렀다. 두 선수는 IBA의 갑작스럽고 독단적인 결정의 희생자”라며 “작년 IBA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날 무렵, 이들은 적법한 절차 없이 갑자기 실격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격 규정은 대회 진행 중에 변경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규정 변경은 적절한 절차를 따라야 하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두 선수가 받는 학대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파리 올림픽 여자복싱 66kg급 16강전에서 칼리프와 대결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25)는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했다. 카리니는 주먹에 얼굴을 맞은 뒤 30초 만에 코너로 돌아가 헤드기어를 고쳐 썼으나, 잠시 후 기권을 선언했다.

 

헤드기어가 벗겨질 정도로 강한 펀치를 두 차례 허용한 뒤,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카리니는 칼리프와의 악수도 거부하고 울면서 링을 떠났다. 당시 카리니는 “코에 심한 통증을 느꼈는데,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카리니의 고국인 이탈리아는 체육부 장관과 총리까지 나서 ‘불공정 경쟁’과 ‘선수 안전’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기가 강행됐고, 결국 그의 펀치를 경험한 카리니가 기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른쪽이 남성 염색체 선수/ 동영상 캡처

 

이후 8강전에서 헝가리 언너 루처 허모리 선수에게 5대 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자 헝가리복싱협회는 IOC에 항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대만 린위팅 선수와 16강 경기를 했던 우크라이나 투르디베코바도 판정패한 뒤 린위팅과 악수를 거부하고 링을 떠났다.

 

린위팅 선수와 경기했던 불가리아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 선수도 “이런 상황은 여자 복싱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가리아복싱협회도 “올림픽에선 모든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의 특징은 공정함으로부터 시작된다. 더구나 복싱은 적나라한 힘과 테크닉의 정면 대결 양상을 띠는 경기다. 남녀 호르몬은 분명 동일하지가 않다.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낀 또 다른 약자, 상대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여성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 조앤 K. 롤링조차 SNS를 통해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여성 선수가 인생이 바뀔 부상을 입는 것? 여성 선수가 죽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SNS에 “나는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썼다. 올림픽 이후 일어날, 스포츠와 사회적 논란으로 남을 파행적 운영의 파리 올림픽이 남긴 또 다른 이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