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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해석/구약

성경 속 빛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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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빛의 창조

 
 

 

블랙홀

 

빛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우리 인간은 세상의 빛과 함께 살아왔다. 빛은 인간과 생명과 우주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근원적인 물질이다. 빛이 없다면 우리 인류의 모든 유산과 활동과 역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성경이 이 빛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고 있는 가를 살펴보는 것은 신앙과 신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신학은 일찍부터 성경의 빛을 주목하고 빛에 담긴 진실과 의미를 탐구하여 왔다. 또한 과학이 발달하면서 빛에 대한 개념은 단순한 성경적, 신앙적 해석을 넘어 그 자체의 물리적 신비에 깊이 접근하게 되었다.

빛의 창조

성경은 빛(אוֹר, o-r)이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빛은 첫째 날 창조되었다(창 1:3-5).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날은 첫째 날이었다. 창조 명령은 6일에 걸쳐 8번 기록되었고 빛 창조는 그 가운데 첫 번째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 빛에 대한 가치 평가(4 상반절), 영역 지정(4 후반절), 의미 부여(5 상반절)를 한 것도 창조주 하나님 자신이었다.

최근 지적 설계 운동(Intelligent Design Movement)을 주도하고 있는 윌리엄 뎀스키(W. A. Dembski)도 빛이 창조되면서 세상은 개념화 될 수 있었고 가치가 적절히 부여되었으며 하나님의 의도가 충만한 장소일 뿐 아니라 그 의도가 이해 가능한 장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뎀스키는 그 이해 가능성의 영역은 과학과 도덕과 미학에 모두 적용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태양을 빛의 근원이라고 여긴다. 태양은 물론 빛을 발하는 항성이다. 지구 빛의 근원이기도 하다. 창세기는 큰 광명과 작은 광명과 별들이 넷째 날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큰 광명과 작은 광명은 해와 달을 의미함에 틀림없다.

즉 성경은 지금 우리가 보는 이들 발광체(發光體)들이 있기 전 이미 빛이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태양이 있기 전 빛의 근원은 이미 창조된 것이다. 빛이 태양보다 먼저 나왔다는 성경의 기록은 어떤 다른 고대 문헌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오직 히브리인들만이 가진 계시였다.

플라톤(Platon, BC. 427-347)은 태양을 ‘최고의 선’(the Good)과 연관시키며, 필로(Philo, BC. 20- AD. 50경)는 창조주를 빛의 원형(原型)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태초의 빛과 태양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성경은 빛의 창조에서부터 다른 어떤 기원에 대한 설화와도 다른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다.

태양이 있기 전 창조된 빛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어려운 난제다. 일반적으로 태양이 이미 첫째 날부터 있었다고 보고 다만 넷째 날 보여 지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즉 첫째 날 하늘과 땅들이라는 구절 속에 이미 태양과 달과 별들을 포함 시키고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성경은 분명 넷째 날 창조된 태양과 달보다 먼저 창조된 빛이 있음을 알리므로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빛의 근원은 당연히 해와 달 일 거라고 믿을 지도 모르는 편견과 선입관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해석이라고 본다.

헨리 모리스(H. M. Morris)는 태양이 있기 전 어떻게 빛이 있었느냐는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태양보다 먼저 존재한 빛의 근원이 궁창 위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고 보았다. 성경적으로 보면 첫째 날 분명 무언가 빛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태양은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것이 단지 히브리 민족의 관습적 해석이었는지 초월적 계시인지에 대해서는 성경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첫째 날 빛 창조에 대한 입장부터 신학의 관점과 색깔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빛이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태양빛이나 달빛이나 첫째 날의 빛이나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빛(창 1:3)을 나타내는 히브리어(o-r)는 남성 단수 명사를 사용하고 있다. 히브리 사람들은 물도 우리와 달리 물들(םימ, maim)이라는 복수형을 사용하는 데 빛을 단수형으로 쓰고 있는 것은 주목해볼만한 특이점이다. 태양빛과 달빛, 별빛 등을 생각한다면 빛의 복수형을 사용했어야 마땅하다. 본래적 빛(단수형)이 먼저요 빛의 발생인들(복수형, ma-or)들이 순차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 논리적, 성경적 질서일 것이다. 하나님은 첫째 날 빛의 단수형을 사용하시므로 빛 창조의 절대성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날 창조된 이 빛을 빛의 근원(a source of light)일 거라고 표현한 헨리 모리스는 이 빛은 넷째 날 태양이 창조되면서 두 빛이 본질적으로는 다를 게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태양빛으로 대체되었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작업 가설(作業假說, working hypothesis) 같은 것이다.

이 태초의 빛(창 1:3)이 무엇이든 간에 과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그 실체와 의미를 추적하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칼빈(J. calvin)이나 헨리 모리스 같은 주석가들도 더 깊은 해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 빛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고 본다. 그 실체를 당연히 모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도 이 빛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이 끝나지 않고 있다.

이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다. 이 빛은 온누리에 균등하게 광명을 제공하는 빛은 아니었다. 태양이 낮과 밤을 나누듯 하나님은 이 빛과 어두움을 나누었다. 첫째 날 저녁을 맞기도 전에 빛과 어두움, 밤과 낮은 이미 지구 표면에 동시에 나타났다. 달을 보며 사람들은 달 표면이 밝은 곳과 어두운 곳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인류는 지구에도 그런 구분선이 있다는 것을 겨우 16세기(1542년 경) 코페르니쿠스에 의하여 과학적으로 인지(認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우주비행사들은 이것을 친히 확인하였다(조덕영, 빛의 창조에 대한 신학적 이해Theological Implications of the Creation of Light 중에서)

조덕영 박사(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