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 사업의 평가와 반성(조 덕영)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전북 부안과 군산간 33km를 방조제로 연결해 4만 100ha(1억 2천 30만 평)의 간척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방조제 길이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간척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40배에 이른다. 지난 87년 정부가 그 타당성을 조사한 이래 91년 11월 기공식과 더불어 지금까지 진행형인 사업이다. 당초 계획에는 2만 8300ha의 토지와 1만 1800ha의 담수호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이런 거대한 계획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96년 시화호 오염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생태계 보존을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 따라 총 33km중 19.1km(66%)를 완료한 채 99년부터 공사가 한때 중단되었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이 문제가 세상을 시끄럽게 한 몇 가지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당초 이 사업의 경제성 여부에 대한 조사는 87년 3월부터 10월까지 불과 7개월 만에 마쳤을 정도로 졸속이었다. 물론 작금의 태양광 사업이나 원자력 발전 중단도 마찬가지다. 모두 전문가도 아닌 정치인들이 개입하면 모든 일들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군대 생활을 해 본 분들은 잘 이해한다. 부대장이 건축가도 되고 토목공학자도 되고 원예학자도 되고 관련 전문가가 되도 누구도 직설적인 이의제기는 하지 못한다. 새만금도 마찬가지였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서두른 원인이 노 전대통령이 같은 해 12월, 13대 대선을 앞두고 전북 도민의 표를 얻기 위해 정략적으로 사업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이 늦춰지면서 당초 1조 3000억원이면 된다던 총사업비는 현재 3조원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더구나 완공 예정이었던 새만금간척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18조원 가량으로 확대되었다. 당초 농업용지 조성으로만 계획된 간척사업이 중간에 산업단지 계획도 포함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지반조성과 토사확보 등에 추가되는 예산으로 인해 총 18조원으로 커지게 되었다. 경제성도 별로 없었던 이 사업에 이후 지금까지 소요된 비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준비되지 않은 타당성 조사와 부실한 경제적 평가가 지금까지도 이 사업이 과연 타당한 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업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버렸다. 이왕 시작한 사업이니 어찌 되든 진행하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추진이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붓게 만들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국가의 중요 사업에 대해 이처럼 책임감 없이 진행해도 되는 것인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이곳에 이제 태양광을 깔겠단다.
두 번 째, 정부 부처간 이견도 만만치 않았다.
사업 추진의 계속 여부에 대해 농림부와 전북도는 사업의 강행 쪽이었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전면중단 입장이었다. 그런 가운데 사업 수혜 지역인 전북은 도의 지역경제발전을 이유로 사업 강행을 강력히 요구했고 사업 재개를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간척지 용도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마찰도 계속되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의 견해대로 농지로 사용하겠다는 중앙 정부와 공장 용지 위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전북도측이 팽팽히 맞섰다.
이 사업의 세 번 째 문제는 부처간 견해차뿐 아니라 주민간의 이견이었다.
전북도가 도민 숙원 사업이라고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자 하는데 맞서 오히려 전북인사 1백 명은 수년 전 이미 새만금간척 백지화선언을 해놓은 상태였다.
전북지역 종교계 법조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사회단체 대표 1백명은 1998년 `새만금간척 사업 백지화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위한 전북지역 인사 100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진행중인 방조제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하루라도 빨리 관?민 공동으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새만금간척사업이 단지 정치적으로 판단되는 것보다 합리적인 논의에 의해 전면 재검토되기를 기대하면서 지금까지 투자된 돈이 아깝기는 하나 더 큰 환경재앙과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북도가 냉철히 판단해야 된다고 보았다.
특히 전북도가 환경단체의 새만금사업에 대한 문제제기와 재검토 요구를 외면한 채 새만금사업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기 전에 일방적으로 홍보하여 국책사업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99년 초 도지사의 사업 재검토 발표와 그 해 민관공동 조사단의 구성 및 조사가 있었으나 최종 조사 결과 발표는 4회에 걸쳐 계속 연기되었다.
이런 가운데 만일 이 상태에서 전면 중단될 경우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미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과 주민들의 상처는 또한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 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실 이들이 새만금의 주인들이었다. 주인을 몰아내고 관리와 외부인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 온 것이다.
네 번 째 문제는 새만금간척사업이 제 2의 시화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였다.
환경부는 1, 2차 보고서를 통해 농림부가 마련한 추가수질보전대책을 감안하더라도 수질개선은 힘들다는 의견을 내었다. 환경부에 의하면 새만금호의 갈수기 총인(T-P)농도는 0.103ppm으로 5급수 수준이며,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최대 21ppm으로 시화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예측했다.
해양수산부는 갯벌의 가치가 크다는 각종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갯벌의 가치 등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추가시행을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전히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농림부는 농업용수 사용시기가 앞으로 10년 이상 남아있고 환경처리기술의 발전속도 등을 고려하면 수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담수호의 물 순환 기간이 시화호보다 4배 이상 빨라 제 2의 시화호 가능성이 희박하고 현재 막대한 공사비를 투자하여 공사가 3분지 2가량 진척된 만큼 중단할 경우 엄청난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수질 오염에 대해 그렇게 안이한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환경부의 주장대로 만경강 유입구쪽이 5급수에도 못 미친다면 매년 1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만경수역 전역은 심각한 부영양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물고기 떼죽음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 등 이 사업 추진 주체들의 갯벌의 유익성에 대한 무지가 이 사업을 강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갯벌의 기능과 중요성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이후의 일이다. 과학이 점차 발달하면서 더럽고 쓸모없어 보였던 갯벌의 중요성이 크게 인식되고 있다.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유근배 교수(자연지리학)는 그 대표적 학자였다.
갯벌은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완충지대로써 각종 어패류의 서식지와 산란장을 제공하고 전체 어획량의 60%이상을 생산한다. 더구나 간척 사업처럼 만들어진 땅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주어진 땅이다. 이곳을 일부러 메꾸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려면 확실한 타당성과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간척이 오염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데 비하여 오히려 갯벌은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자연 정화 기능이 있다. 일본의 미카와만 이시키 갯벌(10제곱 킬로미터)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갯벌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여과율로 보면 시간마다 약 8퍼센트의 비율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12시간 주기로 계산하면 전체 해수의 96퍼센트를 여과하는 셈이다. 이것을 같은 오염물질 제거 기능을 갖춘 하수 처리 시설을 만드는 견적을 뽑아보면, 우리 돈으로 약 1,220억 원이 든다. 이것은 유지 관리비와 부수 경비를 제한 액수이다. 하수처리장은 관리비가 필요한 반면, 갯벌은 어업의 수익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 자연 정화를 한다.
갯벌 속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 중 3분의 1이 서식을 할 뿐 아니라 자연 재해와 기후조절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갯벌은 동북아시아 철새의 이동경로와 서식지로 이용될 뿐 아니라 최근에는 그 특유의 경관과 갯벌 진흙의 다양한 효능 때문에 관광 뿐 아니라 새로운 벤처 사업의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갯벌, 살아 숨쉬는 해양국토'라는 보고서에서 "새만금 공사가 강행될 경우 농업용수 기준 달성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국 조개류 생산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중요한 자원을 잃게 된다며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까지 공사를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99년 해양수산개발원과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의 조사에 의하면 갯벌은 농지보다 오히려 최고 100배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갯벌과 바다를 근거로 평화롭게 살던 어민들의 영원한 삶의 터가 영원히 상실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새만금사업은 하든 안 하든 여전히 우리 모두의 짐으로 남게 되었다.
과거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바다와 땅의 경계를 이루면서 거무틱틱하고 냄새나고 이상해 보이는 갯벌이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질 수 있었다. 하나님이 주신 갯벌에 대한 심각한 무지가 아닐 수 없다. 갯벌은 실은 하나님께서 지구촌에 내리신 자연 정화 장치요 가난한 이웃들이 아무런 경제력이 없이도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삶의 터전이요 사람과 생물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축복된 장소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이 풍요로운 곳을 부유한 자들은 들어오기를 꺼리도록 조금은 별나게 구성하셨을 것이다. 그것을 무지한 정치인들과 관리들은 쓸모 없는 땅으로 여긴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특별한 뜻이 있다. 하나님은 과학을 만드신 질서의 하나님이시다. 개발과 파괴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죽하면 세계의 저명한 모든 환경 학자들까지도 유엔의 이름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호소하고 나섰겠는가!
새만금으로 흘러드는 만경강과 동진강은 평야를 흐르는 강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염에 취약한 강이다. 더군다나 한국 최대 평야 지대를 흐르는 아주 귀한 강이다. 간척사업은 이 귀한 강의 생명줄을 완전히 끊을 수도 있다. 거꾸로 새만금 사업에 투자할 돈의 10분지 1만 만경강과 동진강 푸른 강 가꾸기에 투자했어도 우리는 한국 최대 평야지대에서 나는 세계 최고의 쌀을 여전히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작이 잘못되었다면 빨리 시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두바이 형 개발, 박근혜 정부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어정쩡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다보니 진정성을 잃어버렸다.
이제까지 당국은 개발부처와 개발관련자들의 이익만을 따르다가 일은 크게 벌려놓고는 이제 어찌할 수 없지 않느냐는 논리로 무조건 강행 쪽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지금은 애시 당초 목적한 농업 용지 확보, 공장 지대 확장과도 멀어졌다. 한때 확기찬 산업 도시였던 군산에도 산업 용지들이 비어가고 있지 않은가. 이곳을 방문해 본 필자의 감상은 그저 군산과 부안의 직선도로가 생기고 선유도 관광이 용이해 졌으며 주변에 모텔들도 많아졌다. 겨우 그것을 하려고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당국의 처사가 야속하기만 하다.
결국 새만금 간척 사업은 대법원 판결에 의해 계속 진행이 가능케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4월 담수호 수문을 막았다. 그러나 결국 다시 수문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강 하구를 억지로 막는 이런 미련한 공사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이들의 지혜를 모아 진정 새만금의 가치를 살렸으면 좋겠다. 지금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새만금에 적극 반대했던 전 서울대환경대학원 대학원장이었던 김정욱 박사다. 세계적 갯벌이었던 새만금의 진정한 지속가능한 회복을 기대한다.
조덕영 박사(조직신학, 환경공학,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평택대 <과학과 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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