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시대의 역사와 교회(컴퓨터와 AI가 만들어내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로의 진입까지)-챗GPT 시대, 설교와 목회 2
2. 과학기술시대의 역사와 교회
(컴퓨터와 AI가 만들어내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로의 진입까지)
사진: 영화 포스터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낭트 칙령 철회(1685. 10. 18)로 인해 대부분 칼빈파 개신교도인 위그노들은 박해를 피해 영국, 프로이센, 네덜란드, 스위스, 신대륙 등으로 피난길에 오른다. 이들 대부분은 당시 신앙 안에서 유럽의 혁신을 주도하던 경제, 산업의 기술자들이었다. 기술 후진국 영국에서 철도와 증기 기관이 발명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들의 영향이 컸다.
제2차 산업 혁명은 제1차 세계 대전 직전인 1870년에서 1914년 사이 1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전력 공급을 통한 철강, 석유와 같은 신규 산업의 확장과 생산 조립 라인의 출현으로 대량 생산의 길이 열리며 급격한 기술 진보를 이룬 시대였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의 주변국들까지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혹시 모든 세상이 기계처럼 정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사상(기계론 혹은 거기서 파생한 이신론)도 함께 등장한다. 세상 모든 것을 수학(고대철학자 피타고라스) 또는 합리적(데카르트)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는 ‘결정론적 사상’도 그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17, 18세기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는 기독교 초월 신앙을 떠나 내재(內在) 중심의 세속화에 사상적 배경을 제공했다.
제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인터넷 및 정보 통신 기술 (ICT)을 중심으로 1980년대 이후 시작된 디지털 혁명의 시대였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선진 15개국에서만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거라 경고”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산업혁명의 주기가 급진적으로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해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당대 세계 최정상급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간의 세기적 바둑 대결 이후 급격하게 한국 사회에서도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눈 뜨기 시작했다. 국내외적으로 이 같은 경고와 위기와 충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디지털 시대와 AI에 공헌한 역사 속 천재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컴퓨터 역사의 서론에 늘 등장하는 17세기의 천재 크리스천 과학자 파스칼을 거쳐 20세기 들어 폰 노이만 같은 수학 천재들이 있었다. 이후 “논리 이론가”(the Logic Theorist)라는 초기 정보처리 프로그램은 화이트헤드와 러셀이 공저한 「수학원리서」(Principia Mathemetheca)의 제 2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수학 정리들을 증명했고, 심지어 한 정리에 대해서는 기존의 증명보다 더 명쾌한 증명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기계는 “오직 계수적으로만(numerically) 사고할 수 있다”는 관념을 뒤집고, 기계도 추론하고 논리적인 증명을 고안할 수 있다는 혁명적 결과를 보여주었다.
21세기 들어 인공지능 분야에서 “초지능”과 “특이점”에 대해 경고한 두 학자가 있다. 옥스퍼드대 닉 보스트롬은 “지능대확산”과 “초지능”을 예견한 학자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부문 이사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이면 AI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즉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연구 결과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지점이 올 수도 있다고 일찌감치 경고한 것이다.
‘특이점’에 대한 인류의 생각은 외계생명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 일부 천문학자들의 생각까지 바꾸고 있다. 미국 세티(SETI, the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지적생명체탐사본부') 연구소의 천문학자 세스 쇼스탁(Seth Shostak) 박사는, 인류가 조우하게 될 외계인(aliens)은 생화학적 룰(rules)을 따르는 생명체가 아닌 '지각 능력이 있는 기계'(thinking machines)일 가능성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장한 적이 있다. 이렇게 AI가 주도하는 세상은 생명에 대한 패러다임조차 바꿀지도 모른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과학기술에 대해 기독교는 단순 방치가 옳을까 조화와 공존인가 아니면 갈등과 긴장인가?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이 질병을 극복하고 소통의 거리를 단축시켰으며 새로운 기회 창출을 가져왔다고 긍정적 측면을 크게 보는 학자들이 있다. 반면, 과학기술이 부의 편중, 인간관계의 비인간화, 귀중한 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대량 학살 무기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 존재에 대한 위협을 초래하였다고 우려하는 학자도 있다. 기독학자들도 양편으로 나뉜다. 현대과학기술이 기독교적 이해와 긴장 관계에 있다고 보는 자크 엘룰(Jacques Ellul)같은 학자가 있는가 하면 기독교와 조화와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하비 콕스(Harvey Cox)와 프리드리히 드사우어(Friedrich Dessauer)같은 학자들도 있다.
기독교는 현실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과학기술 앞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그저 한숨만 쉬며 방치하거나 과학기술을 철저히 외면해야 할까? 과학기술 문명을 대단히 경계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거부하거나 의심을 거두지 않는 재세례파 계열의 아미쉬나 메노나이트 교파들처럼 자연 속으로 숨어버리거나 그저 탄식하며 냉소적으로 살아야 할까?
이제 AI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일부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인간 통제의 영역을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을 동시에 울리고 있다. 앞으로 기독교 전반에 AI는 어떤 양상으로 다가올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기독교 신학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대응이나 장담도 쉽지 않다.<계속>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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