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
1) 과학이란 무엇인가
(1) 라틴어 「Scientia」는 사람의 지식을 말한다. 이 라틴어에서 영어의 「Science」가 유래하였다. 19세기 말 이 말을 일본 사람들이 ‘과학’(科學)이라 번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 이를 통해 과학도 인간이 가진 하나의 지식체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따라서 그 지식 체계가 어떤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과 그것이 종교의 지식체계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가를 해석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4) 성경이든 과학적 데이터든 모두 해석을 통해 산 의미를 갖는다는 면에서 오늘의 컨텍스트 아래에서 이 둘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 지를 다루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독교와 과학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담을 쌓아온 면이 없지 않다.
2) 창조 신앙으로 본 과학, 창조의 질서를 다루는 하등학문
(1) 성경은 과학 책이 아니다. 과학의 언어로 쓰여지지 않은 책이다. 자연과학적 영역과는 관심 분야가 다른 책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대해 우리가 갖는 신앙적 믿음으로 인해 비록 성경이 과학책이 아니기는 하나 성경의 말씀대로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이 곧 성경의 하나님이시라면 진정한 과학은 성경적이다.
(3) 하나님이 주신 이 두 권의 책(말씀의 책인 성경과 하나님의 경륜의 책인 자연)이 늘 불필요한 긴장을 유지하여 왔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4) 성경의 창조주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우주를 창조하시고 자연과학의 질서를 만드시고 그 사실을 성경을 통해 계시 하셨다면 과학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성경은 특별한 권위를 가진다.
(5) 하나님은 오류까지도 사용하실 수 있는 분이긴 하나 창조주 하나님 스스로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비록 성경이 과학의 언어로 쓰여지지는 않았으나 과학의 이름으로 탐색하는 일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즉 과학은 창조의 질서를 탐구하는 하등학문인 것이다.
3) 그렇다면 성경이 과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1) 이 문제는 성경 해석에 있어 과학적 해석이 필요한가와 더불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이 과학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성경은 창조 사실을 선포하고 있는 유일한 책이다. 성경은 우주가 시작될 때 시간(태초)이 창조되었음을 선포한다. 그리고 우주의 연대 문제는 과학적으로도 관심 영역이므로 과학적 논증의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된다. 과학이 아무리 성경과 다른 언어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다른 책인 자연에 대한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2) 하지만 성경은 분명 과학책은 아니다. 따라서 과학의 언어로 모든 성경을 환원하고 탐색하는 자들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자들이다. 성경은 그런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사반과 토끼는 일반적으로 되새김 동물이 아니다. 그런데 성경은 분명 사반을 되새김질 동물이라 밝히고 있다. 그래서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사반과 토끼를 반추동물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금 새 모순을 발견한다. 이 해석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성경이 말하는 되새김의 범위를 훗날 생물학자들이 만든 분류학(taxonomy)의 틀에 갖다 넣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의 계시를 훗날 성립된 생물분류학의 틀에 집어넣어버린 것이다.
(3) 멸종된 생명이나 검증 불가능한 동물에 대해서도 창조론과 무신론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성경에 나타난 리워야단이나 탄닌(Tannin), 라합, 비히못 등을 공룡이나 어룡 등 과거에 멸종해버린 자연적 동물로 보느냐(the naturalistic perspective) 아니면 신화적 동물로 보느냐(he mythological perspective) 상징적인 존재로 보느냐(the emblematic perspective)에 따라 해석 전반에 대한 다양한 단면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역사적 동물이냐 상상 동물이냐 아니면 역사적 동물이기는 하나 멸종된 이후 그 이미지가 변색되어 온 것인가 그런 부분들이 해석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관점이 보다 더 진리에 가까운가 하는 사실이 중요할 수 있다. 즉 과학적 해석 자체가 성경의 권위 내지는 무오성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4) 해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같은 해석의 다양성을 통해 먼저 계시로서의 성경과 세속적 신화 사이에 어떤 충돌과 연속성이 있었는지를 배우고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과학과 관련된 이러한 성경 해석은 우주와 생명의 기원 논쟁, UFO와 외계생명체 논쟁, 생명공학 논쟁, 의약 분쟁, 생명의료윤리, 코로나19 전반에 대한 기독교적 판단 등 여러 이슈들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들 주제들을 판단해야 하는 당위성을 깨닫게 된다. 즉 여러 부분에서 과학을 도구로 한 성경적, 신학적 해석의 중요성이 금 새 드러나게 된다.
(5) 과학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생태적 환경과 관련한 과거의 역사를 탐색하는 부분과 특별히 초과학의 영역이랄 수 있는 태초의 창조를 수용하는 데 있어 과학의 역할은 중요하다. 진화론에서는 제임스 허튼 이래로 동일과정적인 지질학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비해 성경은 대격변론적인 홍수의 역사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하고 구분해야 하는 가하는 점 등이 바로 성경의 일반 계시 영역에 대한 과학적 해석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볼 수 있다.
(6) 첨단 과학 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 과거 해석자들보다 훨씬 풍부한 이해의 범위와 경험을 가지고 텍스트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신학자 슐라이엘 마허가 말한 텍스트와 해석자 사이의 최소의 공통 분모라 할 수 있는 선이해(preunderstanding)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즉 계시의 점진성 아래에서 과학적 자료들은 성경 해석에 일부분 공헌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 과학적 방법
1) 과학적 방법과 과학혁명의 시조 베이컨
(1) 베이컨은 영국의 철학자, 과학자로 과학혁명의 시조라 불린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했듯이 그는 경험주의자로서 학문에 대한 굉장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좀 더 극찬한다면 데카르트는 대륙(합리론)을, 베이컨은 영국(경험론)을 대표하는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과학 방법의 길을 연 근대 철학과 근대 과학의 개척자들이었다.
(2) 프랜시스 베이컨은 엘리자베스 1세의 국새관이자 대법관인 니콜라스 베이컨의 아들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유학을 거쳐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밑에서 국회의원, 제임스 1세 시절에 사법장관과 아버지와 같은 국새관(Lord Privy Seal)을 지낼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다. 반면에 그는 뇌물 수뢰 혐의로 부침을 겪기도 한다.
2) 베이컨의 경험론
(1) 본래 경험론은 앎의 문제를 다루는 인식론(Theory of knowledge)의 문제로 고대의 경험론은 존재론적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통상적 경험론은 근대 이후의 인식론 차원의 경험론을 말한다. 근대 과학은 귀납을 통해 이론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이후 사회과학에도 적용되는 철학이다. 한때 국내에서는 귀납적 성경 해석이 큰 유행을 탔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귀납적 경험론은 논리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장점도 가진 방법론이다.
(2)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서 『오르가논』(Organum)을 대신하고자 “학문 대혁신”을 위한 전 6부작을 계획하였으나 실현된 것은 3부였다. 제 1부 『학문의 진보(1605)』를 거쳐 1620년 역작인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 ‘신기관’)을 집필해 귀납법을 제시하여 경험론(empiricism) 철학의 효시가 되었다. 즉 베이컨은 이 책에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경험뿐이라는 인식론을 전개한다. 베이컨은 과거의 궤변과 오류는 네 종류의 우상 탓이라고 보았다. 이를 위해 이 책의 1부에서 인간이 버리고 고쳐야할 우상(Idol)을 제시하고 2부에서는 우상에서 벗어나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귀납을 제시했다.
3) 베이컨이 말한 4개의 우상
(1) 베이컨은 인간이 이성적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4개의 우상(idola)이 있으니 바로 종족(種族)의 우상, 동굴(洞窟)의 우상, 시장(市場)의 우상, 극장(劇場)의 우상이라 했다. 앞의 둘은 개인의 내적 문제와, 뒤의 두 개는 사회적 조건과 관련이 있다.
특별히 온갖 편견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오히려 "사이비들"이 일부 여론을 주도하는 수준 이하의 우리 사회 풍경을 보면 베이컨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2) 먼저 종족의 우상(The idols of the tribe)은 온 인류 종족이 자연 현상들이 마치 거짓된 거울에 비추어진 양 공통적으로 어떤 것을 한번 믿으면 그와 일치하는 사실만 받아들이고 어긋나는 사실은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말한다. 이 같은 믿음에는 인간 개인이 가진 생물학적 특징이나 사회적 정서 및 편견들이 포함된다. 베이컨 시대의 사람들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거나 또한 자연을 의인화하여 본다거나 혹은 인간 자신이 목적적 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자연에서도 목적을 찾는 것이 모두 종족의 우상이다.
(3) 동굴의 우상(The idols of the cave)은 인간 개개인은 어두운 동굴(개인의 동굴)에 갇힌 것처럼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하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향들은 사람들이 어떤 지식을 받아들일 때 편견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걸러 듣게 만든다. 이는 빛(진리)을 차단하는 동굴과도 같아 동굴의 우상이라 한다.
(4) 시장의 우상(The idols of the marketplace)은 시장처럼 조심성 없는 언어들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불완전하고 부적당한 의사소통으로 운명이나 실체 등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붙인 단어일 뿐이므로 쓸데없는 논쟁이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서로 교역하며 관련을 짓는 시장에서 사물들에게 적합지 못한 단어나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모양이라 시장의 우상이라 부른다.
(5) 극장의 우상(The idols of the theater)은 무대 위의 마술·허구에 미혹되듯이 자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기존 학문의 권위만 따라서 생겨나는 편견을 말한다. 역사적 전통에 충성하다보니 관련 없는 내용에 플라톤의 이데아 같은 걸 운운하는 철학들이 이에 속한다. 베이컨이 살던 시절은 극장은 권위를 상징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런 것을 극장의 우상이라 부른다.
4) 베이컨의 귀납법
(1) 베이컨은 이런 우상들을 버리기 위해서는 귀납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즉 이를 위해 첫째 발견 목록을 작성하는 단계가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한 법칙을 발견하려 하면 실험과 관찰로 그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목록에 쓴다. 둘째 작성한 목록을 바탕으로 제거 목록을 작성하는 일이다. 세 번째 단계는 목록의 내용을 토대로 가설을 작성하는 일이다. 가설을 작성하는 것은 실험과 관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인간의 이성을 사용해야 한다.네 번째 단계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을 반복하여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오류가 나타난다면 그 가설은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
(2) 베이컨은 자신의 저술에 정리한 귀납법이 올바른 과학적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식의 유용성과 실천적인 적용에 지나치리만큼 집착한 탓에 실제 과학 법칙이 발견되는 과정의 복잡성을 인식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또한 베이컨의 결정적 약점은 과학적 방법을 추구하면서도 베이컨 스스로 수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수학에 탁월한 합리주의자 데카르트가 등장하기까지 경험론은 일정한 한계를 가진 방법론으로 남는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되는 논리학에서 귀납법의 위상을 확고히 했으며, 과학적 세계관과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베이컨의 저작은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다방면에서 영향을 주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3)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The New Atlantis, 1623)에서 새로운 아틀란티스(호주 대륙의 남쪽 바다에 위치)에서 사람들이 과학적 방법(귀납적인 방법)으로 생산 증가를 꾀하고 플라톤의 정치 이념을 실행하려는 가상의 공동체를 묘사한다. 또 문명은 과학을 통해 진보하므로 학문을 연구하는 자연 과학 단체(대학)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구상은 훗날 영국 왕립학회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로 실현되었고 이는 과학 혁명의 요람이 되었다. 즉 16세기에 이미 베이컨은 오늘날의 자연과학대학 설립 구상의 선구자가 된 셈이다.
2) 과학적 방법과 성경
(1) 과학의 일반적인 방법은 먼저 관찰의 대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관측하여 자료를 분석하고 필요하면 실험한다. 시간과 상황과 조건을 달리하여 어떤 조건 아래에서도 실험의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나면 비로소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2) 여기서 일반적 과학적 방법이란 성경적 해석에 많은 제한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창조의 사실에 대해 관측하고 실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적 방법의 한계가 과학적 설명 즉 성경에 대한 과학적 해석의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행하신 예수님의 성경 해석처럼 과학적 방법 자체가 가진 논리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비록 창조를 관찰한 사람이나 창세기 대홍수 사건을 재현(再現) 하거나 직접 목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과학적 해석은 가능한 것이다.
(3) 과학적 해석의 유용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은 과학적 방법의 틀 안에서 성서 해석의 한계를 가진다. 과학 자체의 한계가 있다. 기원에 대한 과학적 입증 자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성서가 말하듯 믿음의 영역으로 남는다. 창조와 진화도 입증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해석에 있어 과학은 분명 제한적이다. 기독교는 과학의 영역이 “영원히 자연에 순종하는 과학”이 아니라 때로는 창조주인 신이 직접 개입하여 그 질서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3) 과학적 방법과 자연주의 그리고 신
(1) ‘유신론적 자연주의’로서의 17세기 영국의 이신론(理神論, Deism)
(2)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할 때 이 세상에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원리를 심어놓았고 우주와 만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원리에 따라 운행된다.
(3) 하버드대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 1861~1947)의 과정신학(過程神學, A Process Philosophy of Religion)
(4) 신비주의 영역은 ‘불가지’(不可知) 영역으로 남겨두고 경외의 대상으로 수용하나 자연주의와 진화론에 입각하여 신도 인간 세계와 함께 변화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다. 기독교가 합리적 일반성에 저촉되면 무질서를 방관하게 되고 사물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합리적 설명을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5) 과학과 동떨어진 기독교 경멸: 기독교는 이제 미신적인 증언들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합리적인 보편성에 일치하는 길을 걸어야 사멸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6) 도올 김용옥(한신대 명예교수): “초자연주의 신앙은 미신”이며 “기독교는 자연주의 종교로 탈바꿈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기독교를 철저히 비판하는 사람이며 소신 있는 무신론자”. 전반적 그의 신관은 ‘유신론적 자연주의’에 유사다. 성경의 신적 계시성(啓示性)을 거부하고 성경이 증언하는 여러 가지 초자연주의 사건들의 역사성 부정.
4) 진화론은 사실이 아닌 이론? 유신 진화론
(1) 하나님께서 진화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세계를 창조.
(2) 생물학자 톰슨(Keith Thomson)의 현대 생물학에서 진화라는 용어의 의미
첫째로 가장 기초적인 의미에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지칭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 수 있으며 과학적인 관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소진화’도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둘째로 “보편적 공통계보이론” 즉 모든 생물이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주장한 “아마도 지구 위에서 살았던 모든 생물은 어떤 한 원시 생물에서 시작했을 것이다.”는 견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진화론자들은 생물의 다양성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되어 변화된 것을 ‘가지’와 ‘마디’를 가진 ‘계통수’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 계통수에 나타난 “생물학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즉 자연선택과 돌연변이가 진화의 세 번째 개념이다.
(3) 첫 번째 의미의 진화 개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과학적 검증이 가능하기에 큰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으나 두 번째와 세 번째 개념의 진화는 종간의 전이를 인정하는 대진화를 함의하기 때문에 논란이 된다. 유신 진화론자들의 입장을 대체로 다음 사항으로 정리할 수 있다.(박창균 박사, 서경대 명예교수, 과학철학, 수학)
a. 창세기 초반부 [1-3장]에 대해 비(非)역사적인 해석을 추구함.
b. 생물학적 진화의 메커니즘을 하나님의 섭리적 다스림 가운데 병합시킴.
c. 인간의 독특성을 하나님의 형상과 연관한 특질 ― 하나님과 교제함 ― 에서 찾음.
d. 인류의 첫 조상 [고생물학의 증거]과 창세기의 아담 [신학적 기사] 사이를 구별하는 경향이 강함.
e. 아담에 관한 비(非)전통적 견해로 말미암아 아담의 역사성, 인류의 타락, 죄의 전이, 원죄, 그리스도와의 유추 관계 등 여러 교리를 재구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함.
(4) 에른스트 마이어에 따르면 “다윈의 이론은 다섯 가지 사실과 세 가지 추론에 기초한다”. 물론 이때 사실과 추론은 귀납적으로 얽혀있다. 즉 진화론은 오류가능한 ‘과학적 사실’이지 참인 사실로 확정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때 ‘과학적 사실’은 액면 그대로의 사실과는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사실의 일부만을 명제화 하여서 참이라고 받아들인다. 즉 사실의 세계는 참의 세계보다 크다. 그리고 그 참의 세계 중에 일부만이 증명가능할 뿐이다. 유사하게 거짓의 세계도 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거짓임이 증명가능하지 모든 거짓이 증명가능하지는 않다. 진화론이 참의 세계와 거짓의 세계 중 어디에 속해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진화론이 어느 세계에 속하든 증명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3. 과학 철학<계속>
조덕영 교수(창조신학연구소, 환경화학공학,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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