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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느낌이 있는 시

예수 귀족(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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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국립박물관

예수 귀족

 

유대 귀족들은 예수를 전혀

겁내지 않았다

마른 땅에 자란

줄기 같은 인물을 누가

두려워 떨겠는가

겁낸 게 아니다

예수의 구질구질한

통속적 모습이 너무 싫었다

예수는 결코 유대 상류 사회에 진입할만한 그릇이 못 되었다

예수는 심지어

죄인들과 이방인들과 구질구질한 병자들과 먹고 마시며

포도주를 즐기는 너절한 친구였으니

이 어수선한 세상에 귀족은커녕 예수는

기득권 팀의 요주의 인물이었다

 

요즘도 이런 예수 귀족들이 참 많아졌다

통속의 사람들은 이곳 예수 상류 사회에 감히

명함은커녕 숟갈 하나 함께 얹지 못 한다

아 안타깝다!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으신

예수님도 우리 금수강산 조국에서

한국식 예수 귀족 사회에 입회 원서를 내신다면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으니

아마 당연한 자격 미달로

자동 탈락이요 불합격이요 낙방 통보 받으셨을 것이다

 

태풍에 거덜 난 지하 예배당 흙바닥을 열심히 닦던 친구 목사에게 나는

(속으로 미안해하고 울면서)

예수님처럼

예수 귀족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것을 큰 은혜로 알라

쑥스럽게 위로하였다

(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조덕영

충북 충주 생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1978년 <충청문예>에 시를 내며

고향에서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을 했다.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 <새벗>의 편집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최초 2년 연속 수상했다.

김천대·안양대·평택대 겸임교수와

에일린신학연구원 대학원장을 거쳐

지금은 신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