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T도 나왔다는데… ‘살충제 계란’, 정말 괜찮나?
[조덕영 칼럼] 신앙의 눈으로 본 먹거리 문제
안전한 독성 물질?
1874년, 독일의 젊은 화학자 자이들러(Zeidler)는 새로운 화합물을 하나 합성하였다. 그는 이 새로운 물질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하였다. 1939년, 새로운 살충제를 연구하던 스위스 가이기(Geigy) 회사의 폴 뮐러는 이 화합물을 우연히 다시 합성했는데 이것이 많은 종류의 곤충들에게 놀라운 살충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당시 인간이 사용하던 어떤 살충제보다도 뛰어난 살충 효과와 인간과 육축에 대한 안전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대량으로 살포되기 시작했다. 특별히 이로 인해 매개되는 발진티프스의 예방과 말라리아의 구제에는 큰 공로를 세웠다. 과학자들은 이제 인류가 해충으로 인한 고민에서는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이 새로운 살충제가 바로 그 유명한 DDT이다. 6.25 전쟁 당시 DDT는 우리 사회 만능의 소독제였다. 병영 안에서도 오랫동안 DDT는 요긴한 살충제로 사용되었다. 이를 개발한 폴 뮐러는 공공의 건강에 기여하였다 하여 1948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면 과연 DDT가 정말로 인류의 해충 문제를 해결하였을까?
새로운 부작용
194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클리어 호수에 서식하는 각다귀(주: 모기와 흡사하나 몸 길이가 약 1.5㎝ 이상 되어 모기보다 더 크며 대체로 회색을 띄는 곤충)를 제거하기 위해 안전한 살충제 DDT가 약 0.014ppm이 뿌려졌다. 이때 약 99%의 각다귀들이 사멸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런데 5년 후(1954년) 클리어 호수에는 다시 각다귀가 발생하여 0.02ppm의 DDT가 살포되었고, 없어지는 듯했던 각다귀는 3년 후 다시 발생하여 또 다시 0.02ppm이 뿌려졌다.
그런데 이곳의 물고기를 먹고 사는 서양 논병아리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들 논병아리 몸에서 검출된 DDT의 양은 무려 1,600ppm에 달하였다. 현재 미국에서 식품 중에 허용된 DDT의 잔류 허용량이 7ppm 이하인 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많은 DDT가 논병아리의 몸에 축적이 되었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생태계의 먹이 연쇄에 의해 DDT의 양이 증가한 보기이다. 당시 플랑크톤에서는 5ppm, 플랑크톤을 주로 섭취하는 검은 물고기의 내장에서는 800ppm, 육식성 물고기인 북미산(北美産) 옹이의 지방(脂肪)에서는 2,275ppm의 DDT가 검출되었다. 서양 논병아리들은 바로 이들 물고기들을 섭취하면서 먹이 사슬에 의해 독성 물질이 크게 농축된 것이다.
1950년대 말레이지아에서도 한 야자유 농장에서 서식하는 풍뎅이를 구제하기 위해 DDT를 뿌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DDT를 친 곳에 잎을 갉아먹은 쐐기 벌레가 나타났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이번에는 인근 농장까지 DDT를 살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방 농장들은 모조리 쐐기벌레에 의해 잎은 다 갉아 먹히우고 둥치만 덩그라니 남는 참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일이 그 후 벌어졌다. DDT를 뿌리지 않고 가만히 버려두니 해충의 피해가 저절로 없어졌던 것이다.
DDT를 사용한 결과 농약에 오염된 해충만 먹고 사는 천적들이 먼저 멸종되었고 해충은 오히려 번성하였던 본보기다. 문제는 살충제가 익충들도 가리지 않고 사멸시킨다는 점이다. 누에와 같은 익충(益蟲)은 DDT에 극히 약한 생물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 인간과 가축에게 급성 독성이 없는 것처럼 여겨져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 DDT가 전 세계적으로 살포된 다음에야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들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기염소(有機鹽素)제의 일종인 DDT의 문제는 인축(人畜)에게 양이 적을 경우 급성 독성은 별로 없지만 물에 거의 녹지 않는 이 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모든 생물의 체내에서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암의 유발인자가 된다는 것이다. 특별히 DDT에 의한 간종양이 보고되고 있고, 발암 환자들에게서 검출되는 DDT의 양이 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보다 평균 2.5배 높은 것을 보면 DDT와 암 사이에 밀집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는 남극의 펭귄이나 산모의 젖에서도 일정량의 DDT가 검출된 정도로 DDT는 우리들 가까이에 늘 존재(?) 하는 골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살충제 중에서 가장 독성이 없으면서도 탁월한 살충 효과를 지녔다는 과학자들이 극찬하던 DDT의 전말이다.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을 알리는 식약처 카드뉴스 ⓒ식약처 |
안전한 농약, 안전한 살충제란 없다
안전한 농약, 안전한 살충제란 당연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산부, 태아를 포함하여 "살충제 계란"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이 정부의 만병통치식 그 과감한 홍보 발표에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말로만의 자신감은 초등생들도 함부로 하지 않는 미숙함의 절정이다.
생태계의 순환 원리는 인류가 자연에 대하여 일방적인 고통을 선사할 때 인류에게도 반드시 그 댓가가 돌아옴을 보여준다. DDT는 바로 그 한 보기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본래의 모습이 아닌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인류의 모든 탐욕적 행위 가운에는 어쩌면 오염의 요인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과거, 많은 진화론자들은 환경도 스스로 진화되는 것으로 보고 오염의 문제도 자연이 언젠가는 저절로 해결할 것으로 믿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인체의 암처럼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환경의 오염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태계에 대한 암과도 흡사하다. 과연 생태계의 암이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듯 자연치유가 가능할 수 있을까? DDT의 교훈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완벽한 지구의 본래 모습에 인간이 과학을 통하여 무언가 수정을 가할 수 있다는 얄팍한 자만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하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 우리 사회의 "살충제 계란" 대란을 보며
최근 우리 사회는 "살충제 계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21일 성인부터 갓난아이까지 살충제 계란을 극단적으로 많이 섭취하더라도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서둘러 공식 발표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가공식품에 살충제 계란이 사용됐다 해도 섭취한 사람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가 나온 계란을 먹었을 때 인체에 위해한 정도를 분석한 결과 1, 2세 아이는 한꺼번에 살충제 계란 7개, 3∼6세 아이는 11개, 성인은 39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평생 매일 먹더라도 2.6개 미만이라면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국민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변했다. 그렇게 문제가 없다면 왜 정부(식약처)는 살충제 농가 49곳에서 생산한 계란 4,200만여 개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오염된 계란들을 전량 폐기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정부는 무엇이든 서두르면 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서두른 다는 것은 DDT 문제에서 보듯 독성 문제에 관한한 미숙하다는 것을 반영한다(실제 이번 계란 중에는 만성 독성이 문제인 DDT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도 나옴). 이 정부는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평범한 국민들이 보아도 대단히 미숙하게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살충제 문제를 처리하는 이 정부의 좌충우돌은 자신들이 준비되지 않고 미숙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환경과 독성 실험에 관한한 정부는 이런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특정 살충제가 임산부나 태아의 최기형성효과(崔奇形性, teratogenic effect)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겨우 며칠 만에 자신할 수 있단 말인가! 독성 물질의 급성 독성이 아닌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미치는 만성독성의 영향에 대해 언제 그렇게 우리 학자들이 축적된 연구를 많이 했단 말인가. 이번 위해(危害) 평가는 단지 살충제 최대 검출량과 극단적 섭취량, 독성 참고량 등으로 졸속 계산해낸 결과에 불과하다. 이론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 개인차도 심하다. 섭취 물질에 따라 체내에서 다른 물질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오염 계란들을 마구잡이로 폐기하면서 학자들을 동원하여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요 준비 안 된 미숙하고 서투른 정부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꼴이다.
▲조덕영 박사. |
성경은 먹거리에 대해
하나님은 생물의 먹이와 배설물 뿐 아니라 모든 유기물이 완벽히 순환하며 정화되도록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 세상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땅의 모든 생물에게도 동시에 적용된다(창 9: 9-10). 그런데 탐욕의 인간이 만드는 모든 종류의 화학합성품들(수백만 종류의 인공적 화공, 의약, 독약, 농약, 화장품, 생활용품 등등)은 생태 순환에 반드시 다양한 역작용을 일으킨다.
성경은 '마음이 바른 사람은 가축의 생명도 돌보지만 악한 사람의 뱃속은 잔인하다(잠 12:10).'고 했다. 유대 랍비의 격언에 의인은 하나님에 대해서도 선하지만 다른 피조물에 대해서도 선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환경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잘 가꾸고 보존하여야만 한다. 하나님께서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을 정복하라'고 하신 말씀은 아무렇게나 자연을 마구 파괴하려는 말씀이 결코 아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주신 지극히 작은 것들로부터 아끼고 돌보는 겸손한 청지기들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만 한다. 환경을 보는 우리들의 시각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살충제 계란" 대란도 결국은 인간 탐욕이 부른 인간들의 종합 합작품이었다.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덕영 박사(조직신학, Th. D. 식품제조가공기사, Q.C.품질관리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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