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은 도대체 누구에게 팔렸는가?
미디안(창 37:28, 36) 이스마엘(창 37:25, 27, 28)
미디안 사람과 이스마엘 사람
일반적으로 미디안(창 25:1-2; 대상 1:32)은 아브라함과 그의 세 번째 아내(또는 후처) 그두라 사이에 태어난 네 번째 아들이고,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이 애굽 출신 여종 하갈에게서 낳은, 이삭의 이복형(창 25:12; 대상 1:28)을 말한다. 따라서 분명 이들 두 족속은 다른 조상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
호환적으로 사용된 두 족속
성경(창세기 37장)은 요셉이 애굽으로 끌려간 것은 그의 형들이 그를 애굽으로 내려가는 대상에게 팔아 버렸기 때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창세기 37장은 미디안 사람들과 이스마엘 사람들을 호환하여 사용함으로써, 요셉이 누구에게 팔렸는지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들 두 족속은 분명 다른 민족임이 분명한데, 창세기 37장(25, 27, 28, 36)과 39장(1절)은 미디안 사람들과 이스마엘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미디안 사람들과 이스마엘 사람들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미디안과 이스마엘, 이 두 족속을 구분하지 않은 창세기 37장 구절들(25, 27, 28, 36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 문제를 풀려면 지금 우리들의 상식과 판단이 아닌, 모세오경이 기록된 당시로 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사기를 보면 이스마엘 족속과 미디안 족속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드온이 물리친 미디안군 조직은 엉뚱하게도 이스마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기드온이 생포한 미디안 왕 세바와 살문나를 처형한 후, 성경은 불쑥 미디안군은 이스마엘 사람이므로 모두 금귀고리를 달고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삿 8:24).
오늘날 아랍이 비이스라엘 후손들의 연합체인 것처럼, 이미 모세 시대에도 족속 간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모세가 창세기를 기록할 당시에는 미디안 족속과 이스마엘 족속을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진 족속이었음에도, 같은 아브라함의 후처들 후손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구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세가 요셉이 팔려간 사건을 기록하면서 이렇게 두 족속의 관계를 불분명하게 표현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민족을 다루는 고대 역사 서술 방식
미디안과 이스마엘의 경우와 유사한 서술 방식을 우리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 삼국시대 중국 사람들이 볼 때, 부여나 고구려나 백제는 전혀 다른 나라인 동시에, 고구려나 백제는 모두 부여에서 분파된 '부여의 별종'들로 서술하여도 큰 혼란이 없던 시대가 분명 있었다.
또한 주후 1-4세기 중국인들이 보기에 '왜(倭)가 사는 지역'은 지금의 일본이 아니라 중국 동부 해안 지역, 요동 해안 지역, 발해만 지역, 한반도 서남부 해안 지역이 모두였다.
따라서 광개토 비문에 나타난 '왜'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일본땅 왜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일본은 이 광개토대왕 비문의 왜를 자신들이 과거에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나, 당시 일본 열도에 한반도로 대규모 군사를 파견할 만한 정치 체제가 없었다는 것은, 한일 양국 사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왜가 뚜렷하게 일본을 상징하게 된 것은 광개토대왕 이후 야마토 정권이 지금의 오사카 지역에 성립된 이후였다.
8세기 열도에서 성립된 일본이라는 국호조차 본래 일본이 창안한 이름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즉 일본이라는 명칭이 시작된 곳은 백제땅이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렇게 현대 우리 시대의 지명이나 인명을 과거에 직접 투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사실로서의 기록과 사회적 인식으로서의 기록
이렇게 사실로서의 기록(미디안과 이스마엘은 분명 다르다는 사실)과 보통 사람들이 인식하고 통용하던 사회적 인식(비야곱 후손들인 미디안과 이스마엘에 대한 구별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인식)은 다를 수가 있다. 중국인들이 중화사상 가운데 주변 민족들(동·서·남·북 민족들)을 뭉뚱그려 동이·서융·남만·북적 등으로 낮추어 표현한 것이 그 보기다.
그럴 경우 중국인들이 보기에 자기들 동쪽에 있는 민족들은 멋대로 동이도 되고, 조선도 되고, 읍루도 되고, 부여도 되고, 고구려도 되고, 발해도 되고, 옥저도 되고, 맥족도 되고, 예맥도 되고, 말갈도 됐을 것이다.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인 셈이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보기에 문제가 될 만큼 그리 잘못된 명칭도 아니었다. 그리고 편하게 부를 경우, 그저 동쪽 민족들을 뭉뚱그려 동이라 했을 것이다. 중원 고구려비에서 고구려가 스스로를 대륙의 중심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동남쪽에 있는 신라의 왕을 동이매금이라 부른 것도 유사한 경우였다.
아마 모세 시대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여호와를 따르지 않는 족속은, 비록 혈통적으로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일지라도 미디안이든 이스마엘이든 그저 비이스라엘 족속일 뿐인 것이다. 창세기가 요셉이 팔려간 사건을 기록하면서 혈통적으로 아브라함의 후손들인 미디안 사람과 이스마엘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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