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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신학 질의 응답

생식 윤리, 기독교적 관점은? 불임 치료, 어디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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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칼럼] 불임 치료, 어디까지 가능할까?

창조 신앙의 눈으로 보는 생식 윤리 문제

 

 


불임·난임 부부의 증가

 

최근 불임·난임 부부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신혼 부부의 7분지 1이 자연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통계도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의학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아마 자연 임신이 어려워 고통받는 부부의 비율은 해마다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증가와, 환경 오염에 따른 자연 임신을 방해하는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독성 물질의 증가, 그리고 초혼 연령이 늘어나는 시대적 상황은, 모두 자연 임신의 가능성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불임·난임 부부의 희망, 시험관 아기 성공

 

이들 불임·난임 부부들에게 서광이 비친 것은 바로 시험관 아기의 성공이었다. 체외수정(IVF: In vitro fertilisation, 體外受精) 기술을 개발, 시험관 아기 탄생을 가능케 한 과학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생리학자 로버트 G 에드워즈는, 이 일로 지난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가 선정하는데, 이들은 IVF 기술을 개발, 전 세계 10% 이상의 부부를 포함해 상당수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불임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연 공로를 인정하여 에드워즈 박사를 선정하였다. 위원회는 에드워즈 박사의 중요한 발견들이 현재와 같은 성공적인 체외수정 기술로 이어짐으로써 새로운 의학 분야가 등장했으며, 그의 업적은 현대 의학 발달에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본래 시험관 아기 시술은 에드워즈 박사와 산부인과 의사인 고(故) 패트릭 스텝토 박사의 공동 연구였는데, 망자(亡者)에게는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따라서 88세 고령의 에드워즈 박사가 홀로 수상을 하였다.

 

1950년대부터 수정 과정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한 에드워즈 박사는, 인간 난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여기에 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했으며,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가능해지는 시점과 조건 등도 밝혀냈다. 복강(腹腔)경 시술의 선구자인 스텝토 박사는 복강경을 이용해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인공적으로 수정한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는 등 시험관 아기 시술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위원회는 그가 1950년대부터 체외수정이 불임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연구한 끝에 인간 난자 성숙 과정 등 수정의 중요 원리를 발견하고, 1969년 마침내 시험관에서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는 데 성공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1978년 7월 25일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탄생했고,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400만 명 이상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서 마음고생한 불임 부부들의 가정에 자녀의 웃음소리를 듣게 하였다.

 

 

결코 간단치 않은 생식 기법의 윤리 문제

 

하지만 생식 기법의 윤리 문제로 들어가면 이것이 그리 간단한 이슈는 아니다. 생식 기법의 윤리적 이슈에는 수정에 대한 교육, 내외과적 배란 유도 약물이나 수술, 배우자 인공수정, 입양, 부부간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 체외 수정(자궁 내 배아 이식 또는 난관 내 이식), 난관 내 생식자 이식, 정자나 난자의 냉동 보존, 비배우자 인공수정, 정자나 난자의 공여에 의한 보조생식기법, 배아의 냉동 보존, 대리모 방법, 배아에 대한 실험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이 모든 이슈에 대해 미국 불임학회와 미국법은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미국 기독의사회와 치과회는 이 가운데 대리모와 배아에 대한 실험은 거부하며, 비배우자 인공수정이나 정자-난자공여에 의한 보조생식기법, 배아의 냉동보존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완강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이 논점에 있어 가장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는 곳은 가톨릭교회다. 가톨릭은 부부 간 육체적 행위에는 일치성(남편과 아내의 친밀한 결합)과 생식성(生殖性)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본다. 교황청은 결혼 생활의 성적 표현이나 부부 간의 애정과 분리된 생식은 결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생식과 관련한 위 이슈들 가운데 수정에 대한 교육과 배란유도 약물이나 수술, 입양에만 동의하고, 난관 내 생식자 이식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경우는 모두 반대하고 있다. 에드워즈 교수가 성공한 체외수정에 의한 시험관 아기도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버트 에드워즈 명예교수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자마자 교황청은 성명을 내고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교황청의 이그나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생명학술원 원장은 “에드워즈 교수가 없었다면 수백만 개의 난자가 팔리는 시장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인간 배아로 가득 찬 수많은 냉동실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는 상황에서 버려지거나 죽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에드워즈는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에드워즈 박사의 노벨상 수상을 비난하는 교황청의 입장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부부 간 애정에서 비롯된 육체적 자연적 생식이 하나님의 뜻인데, 체외수정은 인공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에드워즈 자신의 직접적 잘못은 아니나, 인간은 어떤 과학적 발견과 기술이든 윤리적 문제나 결과는 상관하지 않으며 오로지 그것을 돈벌이와 연결시킨다는 것으로, 결국 에드워즈의 연구 결과와 기술도 돈벌이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많은 심각한 비윤리적 문제들을 잉태하였다고 본다.

 

이 문제에 대해 과학계나 종교계가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 여겨진다. 자녀를 간절히 바라는 불임부부들과,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의료기관이나 관련 기업들과, 입장이 서로 다른 의사들이나 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과, 생명공학의 발전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개입된, 아주 복잡한 게임이 되어 버렸다.

 

 

생식 윤리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필자는 기독교인이라면 일단 미국 기독의사회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보다 강한 보수적 관점을 가진 기독교인이라면, 가톨릭의 입장이 더 마음에 와닿을 수도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기독 의사들이 불확실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비배우자 인공수정(어떤 유명 전직 아나운서가 자녀를 출산한 방식)이나 정자-난자 공여에 의한 보조생식기법 등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배아 냉동 보존 문제는 좀 더 심각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생식의 윤리에 있어 불확실하다는 관점은 허락이 아니라 거부하는 게 옳다고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가슴으로 낳은 자녀와 육체로 낳은 자녀에 대한 구분이 뚜렷한 우리 사회 안에서, 이 문제에 직면한 부부에게 신앙적 관점의 잣대를 제공해야 되는 목회적·신학적 딜레마가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