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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이슈들

컴퓨터의 천지 개벽은 가능한가(조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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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천지 개벽은 가능한가(조덕영) 
  



컴퓨터가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1980년대로부터 컴퓨터는 우리 삶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회와 경제와 문화와 의식까지 순식간에 바꾸어 버렸다. 그런데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컴퓨터의 새로운 혁명을 꿈꾸고 있다. 

보다 다른 차원의 컴퓨터는 없을까? 이제 과학자들은 또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로 생명과 공학 그리고 기술을 접목시키는 컴퓨터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사실 생명체란 과학의 눈으로만 본다면 단순히 수학과 물리와 화학적 질서가 결합된 유기체로 보인다. 실제로 오늘날 학자들은 유전자 발현을 그런 원리로 풀어내고 있다. 다만 이 생명의 생화학적 회로가 너무 복잡하여 전체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생화학은 이미 지난 수 십 년간 생명의 현상에 깊숙히 눈을 돌려왔다. 수학과 물리와 화학의 낱개 단위로 떼어서 표현한다면 생명 단위의 골격을 이해하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낱개의 원리를 갖다가 붙여서 꿰어 맞추면 전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과학자들은 이 생명 현상의 효율이 지극히 탁월하다는 것에 오래 전부터 주목하여 왔다. 


그렇다면 이것을 컴퓨터에 적용하고 컴퓨터의 원리로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당연히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바로 DNA 컴퓨터이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에후드 샤피로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는 살아있는 생물 분자들로 이뤄졌지만, 작동원리는 도르래나 기어와 다를 바 없다. 움직이고, 주위 세포를 끌어 모으거나(덧셈) 분리해내고(뺄셈), 또 새로운 세포를 복제해내는(곱셈) 등 다분히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집합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는 컴퓨터의 원리와 다를 바 없다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기존 컴퓨터와 비교하여 DNA 컴퓨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실리콘을 기본 소자로 하는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2가지 신호로 연산하는 이진법 계산을 한다. 그러므로 기존 컴퓨터는 신호 3개를 연달아 조합할 때 8가지(2³)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DNA 컴퓨터는 다르다. DNA의 기본 염기인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 등 4가지 신호를 지녀 4진법 계산이 가능하다. 즉 DNA 컴퓨터는 신호 3개를 조합하면 64개(4³)의 서로 다른 정보를 다룰 수 있다. 

실제로 DNA로부터 단백질 합성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으로 들어가는 전령(이것을 mRNA라 함)은 3개의 염기를 조합하여 유전암호를 이룬다. 4개의 염기 중 중복을 허락하여 3개의 염기를 나열하는 경우의 수를 구해보면 64가지가 된다. 이 64개의 경우의 수(암호)가 우리 몸 안에서 20개의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64가지 암호는 20개의 아미노산을 지시하고도 충분히 남는 정보량이다. 

그러므로 64가지 암호 가운데는 아미노산 합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중지를 알리는 신호까지 가능하다. 그러고도 남는 정보는 각 아미노산마다 1~3가지 암호를 덤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아마 정보 전달의 실수에 대비하고 질서 가운데 나타나는 생명의 다양성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로 보여진다. 

DNA 컴퓨터의 잠재 능력에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실리콘을 원료로 한 기존의 반도체 칩에 비해 DNA의 염기 배합을 통해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DNA 컴퓨터‘ 개발계획에 참가 중인 듀크대 존 라이프 교수는 “신용카드 크기의 DNA 컴퓨터로 전세계 각국 항공기 운항의 통제시스템을 설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 로체스터대 오기하라 미쓰노리 교수는 “DNA 컴퓨터는 방대한 정보를 극히 적은 에너지로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기존 컴퓨터 개량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DNA염기 배열을 응용한 정보처리는 80년대 후반 이미 구 소련의 인공지능 연구팀이 최초로 착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그 적용에 있어 많은 해결해야될 숙제가 남아 있었다. 

이제 각국은 IT와 BT의 통합에 국가의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생의학과 생물학 외에도 수학?물리?전산학의 학제간(interdiciplinary) 연구가 얼마나 시급한가 하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나라도 얼마전 한 기업인이 생물과학?정보?전자?기계 등을 서로 연결한 생물정보학과 바이오멤스(바이오와 초소형 전자기계 시스템의 결합)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조건으로 KAIST에 300억 원을 출연한 적이 있다. 

컴퓨터로 인하여 이제 세상은 과거의 충격 못지 않은 엄청난 회오리가 준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스도인들은 천지개벽을 향한 이런 인류의 도전 앞에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하나님께서 생명 가운데 나타내신 능력과 신성의 가장 핵심이 이 DNA라고 하는 유전 물질에 담겨져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화학 구조적으로는 비교적 간단한 화합물인 이것에 의하여 모든 생물의 유전 현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경이에 가깝다. 신묘막측하신 하나님의 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시 139편). 사람은 그 구조 자체에 주목할 뿐 아니라 이제 그 구조의 활용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DNA 그 자체의 활용보다 DNA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을 알려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설계한 분은 과연 누구인가! 과연 이것이 저절로 되었단 말인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알려야 한다. 뉴클레오티드라는 구성 단위가 마치 삼위일체적으로 수없이 많이 연결되어 이중 나선을 그리면서 정보를 보내고 재생산하는 이 구조는 누가 만든 것인가! 우연히 진화되었다는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은 그 손으로 하신 것을 나타낸다(시 19편).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희가 핑계치 못할 지니라(롬 1:20)고 하였다. 

피조세계를 향한 모방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 인간이 창조주를 닮은 피조물이라는 증거이다. 물론 사람은 하나님처럼 재료도 창조하지 못한다. 하나님은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물질을 직접 말씀으로 창조하신 분이다. 



인간은 단순히 하나님의 생명의 DNA의 원리만 채용하여 DNA 컴퓨터를 구상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단순한 생명 공학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의 변혁을 이루어낼 가공할 개념으로 여겨진다. 그 미래의 결과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 인류의 마지막도 그만큼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볼 시점이다(단 12:4).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