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신앙의 눈으로 본 현대 의학의 공과(功過)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코로나바이러스로 인류 문화와 문명이 크게 당황하고 방황하고 있다. 박테리아처럼 세포도 가지지 못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이렇게 온갖 소동으로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 낙타와 박쥐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성경 계시의 경고를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다가 결국 인류는 메르스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다. 과연 참된 의료와 바른 의학이란 과연 어떤 것이 바른 길일까?
성경과 신앙은 현대 의학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공과(功過)는 구별해야 한다. 신앙의 눈으로 본 현대 의학의 공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계론적 관점과 환원론적 관점의 인체관의 한계
창조 신앙으로 보면 건강하든 병약하든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며 모든 생사화복의 주인은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인간과 인체를 우연한 기계적 시스템으로 보며 환원론적으로 봄으로써 각론적 이해에는 접근하였으나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에 한계를 가져왔다. 이런 세속 의학은 일반적 진단법과 수술 테크닉, 투약법 등에 있어서는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반면에 성경적 건강학은 하나님이 궁극적인 인간 생명과 건강의 주인이심을 고백함으로 전인적이다. 필자는 군 생활 중 류마치스 관절염이라는 불치에 가까운 난치병을 얻어 오랫동안 고생하였다. 좋은 의사를 만나지 못한 덕분(?)이었던지 의학적 치료는 갈수록 몸을 악화 시킬 뿐이었다. 약을 먹을수록 몸은 쇠약해졌고 가슴의 통증으로 과속 운전하는 시내버스조차 타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불치에 가까운 난치병은 의사가 큰일난다고 경고하던 금식과 기도로 완전 치유가 되었다. 안수 등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은 하나님의 신유였다. 신유를 체험한 이후 지난 20여년 간 필자는 류마치스 약을 한번도 복용한 적이 전혀 없다. 약을 안 먹으면 아무에게도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으로 견디기 쉽지 않았었다. 류마치스 환자들은 그 고통의 의미를 잘 안다. 이 고통은 오직 류마치스 환자들끼리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서 증세와 통증은 모두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치유 의학은 분명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참 이상하다. 그렇게 모든 환경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자 숫자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뿐이다. 기계론적 환원론적 치료도 분명 필요하나 인체와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경적 건강론이 인류의 창조, 타락, 구속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는 반면 무신론적 우연론적 사고에 기초한 치유법은 모든 치료를 결국 운명론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기계적, 환원주의적 건강론이 아닌 통합적 차원의 성경적 전인 치유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즉 단순한 건강론이 아닌 기독교 세계관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신유에 대한 외면
기독교적으로 볼 때 건강은 분명 하나님의 선한 뜻이다(요3서 2). 그리고 이방인 하만 장군의 문둥병 치유, 예수님의 각종 병자 치유에 나타나듯 치유도 하나님의 선한 뜻이다. 예수님은 자신에게 나아오는 자들을 불쌍히 여겨 치유하였고 심지어 믿음 없는 자들까지 치유하였다. 일종의 신유인데 기계적 치유론에서는 이런 신앙적 이적과 신유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3. 약함의 유익에 대한 간과
육체적 치유는 삶의 전부가 아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건강이 분명 하나님의 선한 뜻이기는 하나 그것은 결국 작은 유익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아무리 평소 건강해도 인간은 결국 언젠가 늙어 병들거나 사고로 죽기 마련이요 약함에도 유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고통과 약함 가운데서도 배우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건강할 때는 잘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약함을 통해 사람은 성숙해지고 겸손해지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비로소 창조주 하나님 앞에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건강한 것이 선하나 타락된 세상 가운데서 그것은 작은 유익일 뿐이다. 그래서 질병의 고통은 힘들었으나 그 고통이 무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속 의학은 본질상 인체의 신학적, 신앙적, 철학적 의미에는 별 관심이 없다.
4. 생명과 치유의 영성에 대해 무관심
기독교에서 생명의 모든 차원은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 영광과 관련된다(고전 10:31). 그리스도인에게는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생명의 건강에 담긴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선한 섭리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섭리는 하나님의 영광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세속 의학은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5. 경제적 유익을 위한 방향으로의 세속적 치료법의 발전
세속 의학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그 치료법이 점점더 고도화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결국 현대 의학은 경제적 유익을 위한 쪽으로 발달되어 왔다. 좀 더 가난하고 소외 된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치유 방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므로 건강 진단법과 치유 방법은 고도화 되어 왔으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의학이 너무 전문 영역이라 대중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피동적으로 현대 의학에 의지할 뿐이다.
예를 들어 건국대 흉부외과 송모 교수의 독창적 심장 수술법(일명 '카바'라고 불리는 '심장판막성형술')에 대해 명의라는 극찬이 있는 가 하면 일부 서울대 교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서울대 의대 종양 내과 허모 교수) 중심으로 '이 수술법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수술을 일시 중단 시켜야 한다'는 정반대의 의견이 있는 경우라든가, 척추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수술 문제에 있어 주로 수술을 권유하는 우리들 병원측(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기서 수술)과 '우리들 병원은 의학적으로 볼때 과도할 정도로 불필요한 수술이 많다'고 반박하는 서울대 출신 신경외과 의사들 사이의 논쟁은 현대 의학 안에도 여전히 경제 문제와 의학적 치료법을 둘러싼 해결 되지 않는 많은 과제들이 만만찮게 도사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과거 다양하게 요긴한 치료제로 쓰이던 많은 약제들이 이제는 단순히 제품 단가가 너무 낮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메이저 제약 회사들이 생산을 포기함으로써 많은 환자들이 치료 효과가 뛰어난 값싼 약들을 구하지 못해 지금도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특별히 가난한 국가들의 고질병(에이즈, 말라리아 등) 치료에 있어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항생제인 페니실린이나 페니실린 내성균에 유용한 메치실린, 암환자 폐렴 치료에 쓰이는 박트림(주사), 결핵치료 2차 약인 사이클로세린, 주정맥치료제인 프로케인아마이드, 과거에 많이 쓰이던 맥소롱이나 네오마이신(수술전 장내부 살균) 등이 국내에 공급이 잘 안 되는 약들이다.
공급이 막힌 이유는 물론 단순하다. 경제적 채산성 때문이다. 해마다 수십만명의 환자들이 이들 생산, 수입이 안 되는 특수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의사들도 국내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나 구하지 못하는 요긴한 약들이 1천 종에 달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약들이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값이 싸 생산의 채산성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약이 없어 병원약국에서 직접 만드는 원내제제가 2천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의료 현실이다. 수퍼에서 박카스, 응급약 하나도 사 먹지 못하게 막는 것이 바로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고자 하는 의료인들의 집단 이기주의이다.
6. 과잉 진료의 큰 폐단
치료에 급급한 환자들은 친절한 진료와 과잉 진료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변호사들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듯이 의사도 고의적으로 환자의 치료 기간을 과도하게 연장하거나 환자를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이다. 여기에도 경제적 유익을 위해 도덕성이 결여된 의사의 과잉 진료나 철저하게 환원론적 기계론적 사고에 사로잡힌 의사의 과잉 의욕이 폐단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저선량(低線量) 컴퓨터 단층 촬영(LDCT)’ 검사를 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양성률(암이 아닌 데도 암같이 보이는 비율)에 대한 한 보고의 경우 LDCT 검사를 거쳐 폐암이 의심돼 흉강경 또는 개흉 수술까지 실시한 사람의 18∼28%가 폐암이 아니었다는 통계가 있다.
첨단 기계도 이렇게 오류가 많다는 것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환자들은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과잉 진단’이 불필요한 CT촬영 등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 쓸데없는 내시경 검사, 항암제 투약과 수술,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핀란드 정부는 40대 초반의 관리직 공무원 1200명을 정기검진과 함께 영양 상태, 운동, 금연, 금주 등 건강생활을 철저히 지키게 한 그룹(A)과 그렇지 않은 그룹(B)으로 나눠 15년간 비교, 관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주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심장혈관 질환, 고혈압, 암, 각종 사망률 등의 모든 항목에서 방치해 좋은 B그룹이 의학적 관리를 받은 A그룹보다 좋게 나왔던 것이다. 심지어는 와병 비관 자살률까지도 A그룹이 높았다. 이것이 바로 ‘핀란드 신드롬(증후군)’이란 의학용어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건강 이상 진단에 따른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린 경우였고, 다른 하나는 각종 투약이나 시술에서 오는 부작용이 치료 효과보다 더 컷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기계론적 의학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대 의학의 공과를 잘 분별하고 창조 신앙의 눈으로 참 웰빙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본다. 그런 의미에서 수년 전부터 양식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이 되어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전인 치유 운동이 시작된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여겨진다.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덕영 박사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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