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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이슈들/우주와 물리

외계 생명체 논쟁과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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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우주, 수많은 행성… 정말 외계인이 존재할까?

화성 탐사선(NASA 사진)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외계 생명과 UFO에 대한 인류의 지극한 관심

 

외계인 신화만큼 우리 인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가 있을까? , <혹성 탈출> 등 수많은 영화 히트작들의 소재가 되었고 지구에는 과거 이 땅을 방문한 수많은 지적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 있다고 주장한 스위스 태생의 에리히 폰 데니컨 같은 사람의 책은 세계적으로 순식간에 수천 만권이 팔려나갔다. 외계인과 UFO에 대한 음모설이 끝이지 않는 가하면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외계인 관련 기사나 UFO 관련 기사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장식하곤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별들의 숫자

 

우주는 수많은 갤럭시(Galaxy,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최소한 4천 억 개의 갤럭시가 있을 거라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 수천억 개의 갤럭시 가운데 우리 태양계는 Milky Way라는 이름을 가진 갤럭시(은하)에 속한다. 여름밤 시골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면 하늘의 정중앙에 온통 우유를 쏟아놓은 듯 무언가 뿌옇게 뿌려진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흰 우유가 아니라 이들 모두가 태양과 같은 별들이다. 이 별들의 숫자만 약 1천 억 개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갤럭시 안에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다. 이런 1천억 개의 별을 가진 갤럭시가 우주에는 4천억 개 가량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우주에는 우리 지구에 있는 모래와 먼지를 합한 숫자보다도 많은 별들이 존재한다. 별들의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우주는 또한 얼마나 넓을까? 우리 은하인 Milky Way 갤럭시를 벗어나 위성 은하(왜소 은하)가 아닌 제대로 된 은하를 만나려면 220만 광년 이상을 가야 겨우 4천 억 개의 갤럭시 가운데 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지구에서 볼 때 북쪽(북극성) 방향에 있는 안드로메다(Andromeda) 은하이다.

 

별들에 딸린 수 많은 행성들의 발견

 

최근 지구가 속한 은하에 태양과 같은 이들 별(항성)보다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이 훨씬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 천체물리학연구소(the Institute of Astrophysics in Paris)의 다이엘 쿠바스(Daniel Kubas )박사와 그의 동료 아노드 카산(Arnaud Cassan)박사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팀이 지난 6년 동안 우리 은하 중심부의 별 수백만 개를 관찰한 결과 별 한 개가 평균 1.6개 이상의 행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에 행성이 많다는 사실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도 적지 않고, 우주 진화(필자는 개인적으로 우주 진화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우주 기원론이라 부른다)를 믿는 과학자의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과학저널 네이처 1월 11일자에 게재됐다.

 

1994년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밖에서 행성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도 태양계 밖 행성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인류와 모든 생명의 고향은 오직 지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 관찰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디어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을 발견하였고 점점 더 많은 행성들을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찾아내고 있다. 금번 카산 박사 연구팀은 지구에서 3,000~25,000광년 떨어진 별 주변을 관찰해 행성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결과를 얻어 냈다. 관찰 도구로는 먼 천체에서 지구로 오는 빛이 중력 때문에 휘는 현상을 관찰하는 '미세중력렌즈'(gravitational microlensing)를 주로 사용했다.

 

카산 박사는 “20년 전만 해도 행성은 매우 이례적인 천체로 여겨졌지만, 이제 행성은 은하에서 아주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게 됐다”고 했다. 연구팀이 관찰한 별 중 대부분은 하나 이상의 행성을 가지고 있었다. 별의 3분의 2 정도는 지구보다 중력이 5배 정도 많이 나가는 행성이, 절반 정도는 지구보다 질량이 17배 정도 높은 해왕성급 행성이 주변을 돌았다. 카산 팀의 멤버로 연구에 참가한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우페 그라에 요르헨슨(Uffe Grae Jorgensen)교수는 “우리가 은하의 어떤 지점에 있는 별을 관찰하더라도, 그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댄 워트하이머(Dan Watthaymor)교수는 “외계생명체 탐사 과학자들은 우주 관측 기술의 발달로 점점 많은 행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되어 있다. 우주에서 외계생명체가 보낸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어느 지점으로 안테나를 향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외계 생명 문제에 대해 기독교는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가?

 

그렇다면 성경은 외계 생명 유무에 대해 무어라 말할까? 세속 과학은 아직 외계 생명 유무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에 대해 점점 더 큰 희망을 갖기 시작한 반면, 성경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경적으로 보면 모른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답이다. 즉 외계 생명 유무가 성경의 권위를 더 확고하게 하거나 아니면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주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도 성경은 명확히 말하지 않으며 또한 명확히 알 수도 없다. 성경은 구체적 실마리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다만 창조론, 기독론, 구원론이 흔들릴까 바 이 이슈에 대한 언급 자체가 일종의 금기 사항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기독교인이나 신학자들도 당연히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 근래 일부 국내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들 중에서도 소위 UFO 신학(UFO theology)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 노트르담대의 철학자이자 과학사가인 어난 맥멀린(Ernan McMullin)은 이 쟁점에 대해 신학자들이 과학자들보다 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자체가 정말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1800년대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설교가 토마스 찰머스는 <천문학적 담화>(1817)라는 책에서 우주 어딘가에 있을 타락한 존재에 대해 확신하지는 않으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의 효력은 모든 우주 공간에 확대 적용될 수 있음을 피력하였다. 유명한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루이스는 “종교와 로켓”(1958)이라는 논문에서 외계 생명체들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설령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하더라도 신은 신의 방식대로 그들의 구속을 준비하실 거라는 주장을 폈다. 외과 의사였다가 목사가 된 로이드 존스는 복음주의는 과학에 있어 진화론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정통 기독교가 진화론을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박윤선 박사는 ‘하늘은 여호와의 하늘이라도 땅은 인생에게 주셨도다’는 시편 115:16절 주석을 통해 조심스럽게 칼빈주의는 하나님께서 지구에만 생명체를 주셨을 거라는 의견을 따른다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다. 성경은 분명 피조세계를 지구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즉 지구는 창조세계의 관심 구역이다. 아마도 성경에 의하면 지구는 창조의 첫째 날 창조되었다(창 1:1). 그렇다고 지구를 우주의 물리적 중심으로 보려는 고정 관념은 성경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것이 간혹 기독교 측에서도 외계 생명의 존재에 대해 관대해지는 경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문제가 섣불리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인 이유

 

물론 기독교적 신앙으로 볼 때 신이 외계에 신기한 생명의 흔적을 주었다고 하여도 성경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경은 이 문제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별들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우주의 광활함을 보라. 혹시 우리 인간이 모르는 하나님의 깊은 섭리가 어디 있는 지 깊이 묵상하고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별들만 1천억 개에 달하는 우리 은하 관측과 탐험도 요원하지만 우리 은하 밖 수천억 은하에 대한 탐험은 상상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들 모두를 하나님은 단지 우리 인간에게 과시하시려고 만드셨을까? 북반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 가운데 가장 큰 별인 시리우스는 그 직경이 태양의 2배에 달한다.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는 230배, 겨울 새벽 기도하러 나서면 남쪽 하늘에서 붉게 빛나며 반기는 오리온자리의 베텔규스는 556배에 달한다. 지금까지 실제로 발견된 가장 큰 블랙홀은 처녀자리 M87 은하 중심부의 것으로 질량이 태양의 약 63억 배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 2011년 12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지구에서 3억 광년 이상 떨어진 사자자리 은하단 안의 가장 밝은 은하 NGC 3842 중심부에서 질량이 우리 태양의 97억 배인 블랙홀을, 3억 3천 500만 광년 떨어진 머리털자리 안의 가장 밝은 은하 NGC 4889 중심부에서 이와 비슷하거나 더 큰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그렇다면 지구의 수십조 배나 되는 별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과연 창조주께서 어리석고 미천하기 짝이 없는 왜소한 우리 인류에게 무엇을 보여 주시려고 이렇게 방대한 우주를 만드시고 에덴동산에서 추방하셨단 말인가. 성경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성급한 결론보다 분명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외계에 관련된 이슈는 바로 그런 주제임을 잊지말자. 인간의 지식이란 미천하기 그지없다. 하나님은 항상 더 크시다(Deus semper maior). 과학보다 크시고 우주보다 크시고 인간의 지식보다 크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모든 세계는 하나님의 세계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자신감 없이 쉬쉬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 방법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모든 현상에 대해 바른 복음적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도 베드로가 권면한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소망의 이유를 묻는 자들에게 항상 바른 복음을 제시해야 한다. 이 문제를 연구하는 국내 복음주의 진영의 학자들이 없어 외롭게 이 현상을 추적하고 상담해온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외계생명체논쟁과 UFO 현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과학과 종교, 유사과학, 영성, 호기심, 사기, 신비주의 등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슈는 점점 더 종교화 되어가는 추세이며, 종교화는 결국 정통 기독교를 위협하는 도구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에 대해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분명 신앙적 게으름이요 신앙적 유기(遺棄)이다.

중앙일보의 특집 기사

21세기 들어 한국 교회의 상당히 많은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교회를 떠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주의와 무신론적 진화론에서 파생된 외계 생명과 UFO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신앙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여년 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하며 추적해 온 필자가 목격한 것은 기독교가 침묵하고 있는 사이 이같은 유형의 변형된 신비주의 앞에 수많은 기독 젊은이들이 신앙적 혼동을 겪는 가운데 교회 내의 부조리에 대한 실망감과 겹쳐 지면서 안타깝게도 교회를 등지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학교 교육이 오직 입시 위주의 세속화된 치열한 경쟁과 학교 줄세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치열한 입시와 취업이라는 전쟁터 앞에 교회 교육도 교인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는 사이 교회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이런 유사과학을 앞세운 현란한 신비주의 앞에 신앙적 주관을 바르게 세우지 못하고 신앙적 분별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요즘 다수의 교회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은 그저 교회 문화와 복음 찬양은 적당히 향유하나 이런 반경적 사상에 맞설 신앙적 근육은 없다. 그런 사이 종교화 되고 있는 외계인 사상과 UFO 신드롬은 이렇게 기독교와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면서 미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 미혹은 신학적이며 종교적이며 신비주의이고 유사과학이며 기본적으로 반성경적이요 반기독교이다. 신앙은 전면적 세계관 싸움이다(고후 10:4-5). 세상의 모든 미혹과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교회가 속히 잠에서 깨어 세상의 모든 것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고 미혹에는 강력히 맞서야 한다.

 

어찌되었든 우연주의 진화론이 지구를 일개 무생물이 생물들로 진화되어간 행성으로 여기고 유사한 환경을 가진 외계를 향해 눈을 돌리는 한, 외계 생명체 논쟁과 UFO 신드롬을 둘러싼 정통 기독교와 세속 진화론자들 사이에는 일정한 긴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