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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기독교 잃으면 서구 문명은 완전 멸망” 트윗에 동의?, 시뮬레이션 우주론과 다른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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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유튜브 캡처

 

머스크는 지난 2013년 배우 레일 윌슨과의 인터뷰에서 신앙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어떤 것도 진정 예배하지 않고, 기술을 인용한 인류의 발전에 전념하고 있다”며 “말라리아로 죽을 뻔했을 때에도 기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동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에 개최된 아이삭 아시모프 기념 토론회를 달궜던 이론으로, 우주가 일종의 “메트릭스”나 “시뮬레이션”이나 “컴퓨터 코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리학자들이나 과학철학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우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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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론은 제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시대를 맞으면서 주목받는 철학자인 옥스퍼드대의 닉 보스트롬이 2003년 <Philosophical Quarterly>에 그 가능성을 주장한 이론이다. 여기에는 아시모프 토론회에도 참여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위원을 지낸 메릴랜드 대학의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게이츠 주니어(S. James Gates, JR)도 합류하였다. 그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에는 적극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우주에는 에러를 스스로 고치는 코드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 이론은 대중들에게 더욱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가 슈퍼컴퓨터 상의 게임 캐릭터일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지지하는 인물 중 하나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당연히 성경적일 수 없다. 오히려 영지주의에 근접한 현대우주론이라 할 수 있다. . 거기에는 성육신의 예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를 몰랐기에 거듭남의 의미를 모르던 니고데모의 세계관이라 할까? 이것이 현재까지의 일론 머스크의 세계관이요 신앙관이다.

세계관의 특징 중 하나는 변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탁월한 수재 중 한사람인 머스크의 신앙과 신념이 어떤 여로를 거치게 될까? 일론 머스크를 니고데모에 비유하며 덕담한 로리 목사의 바람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필자도 궁금한 대목이다.

그런데 최근 머스크는 서구 문명은 기독교 없이는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우데주에’(Udezue)라는 본명을 가진 영국 래퍼 ‘주비(Zuby)’가 지난해 12월 30일(이하 현지시간) X에 “서구는 기독교를 잃으면 완전히 망가진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110만 명의 X 팔로워를 갖고 있으며 기독교인이라 공개한 주비는 “이것을 완전히 설명하려면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수년에 걸쳐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고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런던에서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 태어난 우데주에(Udezue)는 “서구 문화에서 기독교를 제거하는 것은 건물의 기초를 제거하고 그것이 영원히 서 있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를 ‘면역 체계’에 비유했으며, 서구에 기독교인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는 ‘집단 면역의 한 형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문화적, 도덕적 공백만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그것은 인간 본성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170만 건의 조회수와 2만8천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우데주에의 첫 트윗은 머스크의 반응을 촉발시켰다. 머스크는 “아마도 당신 말이 맞을 것 같아요”라고 썼다.

우데주에는 지난 6월 ‘주비 팟캐스트’(Zuby Podcast)와의 ‘리얼 톡’(Real Talk)에서 머스크를 인터뷰 한 바 있다. 머스크의 트윗에 그는 ‘아멘!’이라고 대답했다.

CP에 따르면 앞서 머스크는 기독교와 종교에 대한 견해를 언급한 적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정통 신앙을 고백한 적은 없다. 종교에 대해서 숨김없이 자신의 입장을 자주 피력해온 머스크는 “아인슈타인처럼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한 적이 있다. 1921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뉴욕 인스티튜트 유대인 회당에서 “난 인간의 운명과 행동을 염려하는 신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들의 질서정연한 조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했다. 합리론자였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초월적 신이 아닌 온 세상에 내재(內在, immanence)되어 있는 신을 믿었다. 그런 점에서 유대인 스피노자는 일종의 범신론자였다. 신이 곧 자연이다("God is nature")가 바로 범신론이다. 즉 범신론은 신을 초월적 존재가 아닌 현실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머스크의 신관은 스피노자와 아인슈타인을 닮았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물론 지금까지는.

머스크는 2021년 12월 인기 기독교 풍자 사이트 ‘바빌론 비’와의 인터뷰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빌론 비는 일상생활 뿐 아니라 기독교, 정치 이슈도 다루는, 인기 기독교 풍자 사이트다. 바빌론 비의 팟 캐스트에 출연한 그는 세스 딜런 CEO, 카일 맨 편집장, 에단 니콜 디렉터와 함께 심층 인터뷰를 했다.

니콜은 팟 캐스트의 막바지 “여기서 시간을 끌기 위한 최종 질문을 하겠다. 바빌론 비는 기독교 단체이고 우리는 사역자들”이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인 주인이자 구원자’로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머스크는 “어떻게 주일날 이렇게 방송을 할 수 있나? 여러분들은 교회에서 이교도 신자들 아닌가? 하나님은 일요일에 일하지 말라 하셨다. 알겠다, 여러분들은 이 일로 지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 농담 했다.

니콜은 “우리는 당신이 예수님을 당신의 주인이자 구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재차 물었다.

이에 머스크는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 등 예수님이 말씀하신 원칙을 존중하고 이에 동의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반대로 ‘오른뺨을 맞거든 다른 쪽 뺨을 돌려대라’와 같은 말씀은 매우 중요하다. ‘눈에는 눈’으로 대응한다면 모두가 장님이 될 것”이라 했다. 기독교가 강한 남아프리카 출신의 머스크가 성경 내용도 잘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 세례를 받았다고도 한다. 그는 지난 2020년 드래콘캡슐이 멕시코만에 불시착한 뒤, 스페이스X 프로젝트에 관해 발언하던 중 “신앙심이 깊지 않지만, 이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정말 예수님이 사람들을 구하신다면, 내 말은, 그의 길을 막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난 구원을 받을 것이다. 왜 안 되나?”라고 하자, 진행자들은 그의 반응을 반가워했다. 니콜은 “그가 방금 승낙한 것 같다”며 “우리가 그를 잡았다” 했다.

머스크는 2022년 5월 창조주를 고백하라고 촉구하는 X의 무슬림 사용자 트윗에 “축복은 감사하지만 지옥이 정말 내 목적지라면 지옥에 가도 괜찮다. 지금까지 태어난 모든 인간의 대다수가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머스크의 세계관이 정통 기독교의 세계관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고 서구 문명에 있어 기독교를 믿어서가 아니라 역사 속 기독교가 유럽에 미친 선한 영향력과 문화에 대한 동의임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신앙에서 나온 것이 아님도 분명하다. 세계관은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귀재를 지닌 인물의 신앙관이 또 어떻게 변해갈지 주목된다.

조덕영 박사(신학자, 작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