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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신앙/창조와 과학

인간 게놈 지도 해독은 무엇을 의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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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게놈 지도 해독의 의미 


지난 2003년  미국 메릴랜드 록빌 소재 생명공학사 셀레라 제노믹스사는 드디어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구조(게놈:Genome)를 최초로 완전히 파악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인간의 유전 정보가 담긴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미국 당국은 당초 2005년을 목표로 1990년부터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 계획을 앞당겨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말로 유전체(遺傳體)라고도 불리는 이 게놈 지도가 밝혀졌다는 것은 이제 인간의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10만여 개의 유전자와 이 유전자를 구성하는 35억 개의 화학암호 즉 염기쌍의 명단 작성 작업이 완료됐다는 의미다. 

  게놈 개념을 처음 확립한 것은 1920년 H.윙클리라는 과학자였다. 그 후 인간 게놈 계획(HGP)은 80년대 중반 처음 공론화돼 미국의 에너지부(DOE)가 먼저 개발을 시작했고, 이어 미국립보건연구원(NIH)이 합류했다. 미국 외에 영국과 일본 등 6개국의 연구기관도 동참하여 지난 13년간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왔다. 이것이 이제 그 전체의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 지도가 밝혀지면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일까?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일부 과학자들이 생명을 디자인하려고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게 된다. 생명의 디자인이란 요즘 언론을 통해 많이 전해진 생명복제와는 조금 다르다. 생명복제가 게놈을 그대로 복사해내는 것이라면 생명의 디자인은 게놈(유전체)의 기능을 분석한 후 생명체에 의도적으로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방법이다. 생명공학자들 사이에서 인간은 당장 어렵더라도 염기쌍이 인간에 비해 훨씬 적은 미생물 수준에서는 충분히 디자인해보고 싶은 유혹을 가질 수 있다. 생명이 우연히 진화되었다고 보는 진화론을 신봉하는 과학자라면 분명 이런 시도를 인간의 힘으로 해보고 싶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독교적으로 볼 때, 게놈은 하나님의 디자인이다. 그 게놈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걸작품에 흠집내기를 시도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품질 불량의 생명을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인공 생명이라기보다는 변질된 생명을 만드는 과오가 될 것이다. 

  사실 유전자의 염기배열이 밝혀진다고 당장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본다. 각종 중요한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이 밝혀졌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단백질을 합성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전세계에 조건 없이 공개하겠다고 했다. 게놈 지도가 당장은 별다른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셀레라 제노믹스사의 크레이그 벤터 사장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화학협회 회의에서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인체 게놈 배열의 96%를 완성하고 인체를 구성하는 유전자의 99%를 찾아냈다고 밝히는 자리에서 유전자 배열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 연구결과를 충분히 이용하는 데는 앞으로 10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체의 유전자 8만 개가 어떤 역할을 하며 1백여만 개의 단백질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이번 세기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인류는 이를 바탕으로 인류의 유전 현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게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본다. 즉 게놈에 대한 활용은 앞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어떤 식으로 쓰여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게놈의 생물정보학은 앞으로 의학 분야에는 빠르고 직접적으로 파급될 것이고 훗날에는 정보산업 등에도 접합될 것으로 보인다. 오직 시간이 문제인 것이다. 

  어쩌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벤처 혁명이 이루어져서 결국은 엄청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생명과학에 무지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장미빛 환상의 착각 속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아무튼 게놈 해독에 따른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경제적 유혹이 벤처 사냥군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계층간, 민족간, 국가간 빈부 격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보 시대의 디지털(Digital) 벤처가 빈부 격차를 크게 할 뿐 서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DNA(생명) 벤처도 그런 결과를 낼 것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런 발표를 접하는 대중들이 생명에 대해 너무 쉽게 여기는 버릇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생명은커녕 단백질 한 개도 합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단백질은 생명과는 비교 조차되지 않는 생명의 기초 단위일 뿐이다. 게놈이란 이 단백질 합성의 전체 기초 지도만 겨우 얻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생명에 대한 겨우 간단한 지도 하나를 얻었을 뿐이다. 생명의 기초 지도 한 장을 얻었다고 생명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대중들은 언론의 장미빛 보도 뒤에 숨겨진 이런 허실을 늘 간과(看過)하기에 참 걱정이다. 

  그렇다면 생명 게놈의 해독 시대를 맞아 크리스천 생명과학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게놈 해독 그 자체가 무슨 불순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오히려 게놈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의 위대하심을 발견해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그것을 기대하신다. 

  "너희는 눈을 높이 들어 누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나 보라"(사 40:26)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 하심이라"(시 139:14)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필자는 유전체 해독이 인간의 죄악과 오염으로 인해 손상 받은 게놈을 수선(repair)하여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도구로 쓰였으면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천국 가는 그날까지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모든 것들이 회복되기를 기뻐하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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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