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풍경-똥과자
저녁 바람 몰고
제갈공명 친구가 파장(罷場)을 준비하며
마지막 똥과자를 굽는다
빵 모자를 눌러쓰고 매니큐어 바른 손톱처럼
번지러운 때들이 희망처럼 반짝인다
거북 등처럼 손 터진 동생도
출사표를 쓴다
저녁 콧물을
바람은 어김없이 후리치고 지나간다
꺼져가는 한 장 연탄불에
설탕이 녹고
소다 먹은 양은 국자가
뜸팡이처럼 얼굴을 들 때
세상이 먼저 와 철수 하는구나
아직 파장(罷場)하기 어려운 궁둥이들을
바람이 몰고 가고
동생의 콧물이 바닥나기 시작할 때
친구의 돈 자루는
비장한 장사를 끝내야 한다
세상이 가끔 느리게 손을 흔들어도
꺼져가는 연탄재는
늘 시간 곁에서 비근거린다
참으로 산다는 것만큼 우리를
앞질러가는 것은 없구나
가끔씩 기웃거리며 살다보면
신발을 벗고 장엄하게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 때, 사람 사이에 서서
이 세상 앞질러 가려
친구를 몰고 넉넉한 그리움이 온다
*"달고나"를 유년시절, 우리 고향 친구들은 "똥과자"라 불렀다.
(조덕영 시집, 『사랑, 그 지독한 통속』 중에서)
조덕영
충북 충주 생
전 한국문학연구회 충북지부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1978년 <충청문예>에 시를 내며
고향에서
고 고찬재(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정재현(전 민예총 충주지부장), 한우진(시인), 홍종관(대구교대 교수, 목사), 서효원(무도인) 등과 교류하며
동인 활동을 했다.
전 국내최장수 월간지, 월간 <새벗>의 편집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한국기독교 최고 권위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어린이도서부문 최우수상을
최초 2년 연속 수상했다.
김천대·안양대·평택대 겸임교수와
에일린신학연구원 대학원장을 거쳐
지금은 신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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