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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신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문화

청소년 연예인되기(신앙의 눈으로 본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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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연예인되기(신앙의 눈으로 본 대중문화) 

 

필리핀 마닐라 신흥 번화가 풍경(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글쓴이 : caleb21 (전 간행물윤리위원장)

최근 겪은 작은 일 하나가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얼마 전 캠프 참석차 지방에 내려가느라 기차를 타고 가던 도중 들은 뒷좌석에 앉은 초등학교 4~5학년쯤 되 보이는 두 사내아이의 대화다. "난 허각이 참 좋더라”, “난 2PM이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2PM 히트곡 제목을 줄줄이 나열했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올해 수퍼스타 K와 같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두세 개 더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전국적 ‘가수 선발 대회’의 열기 속에서 노래를 가르치는 ‘전문 보컬 코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네이버주니어, 다움키즈짱, 야후꾸러기 등 청소년들이 즐겨 이용하는 어린이포털에 들어가 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연예인에 열광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페이지 마다 연예인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고 성인들의 것과 차별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이 뽑은 뮤직비디오와 가요 순위 등이 실려 있다. 압권은 댄스 가수를 지망하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섹시댄스 따라 하기’와 같은 동영상이다.

이러한 분위기 하에 청소년들의 연예인에 대한 열광, 추종을 넘어 청소년들이 직접 연예계에 진출하는 ‘연예인 되기’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연예인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은 언론을 통해 수시로 발표되는 설문조사에서 쉽게 확인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장차 되고 싶은 인물’ 1위가 단연 연예인(가수)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전, 한 케이블 채널에서 12세 이하 어린이 4,70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 직업을 조사한 결과 “연예인이 되겠다”는 응답이 67%나 됐다. 우리 청소년들의 연예인 열광, 집착 양상은 이미 상식선을 초월하여 있고, 날이 갈수록 더욱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질문입니다. 연예인 지망생인데요. 얼굴은 잘 모르겠구 키는 **정도구 몸무게는 **킬로 정도 하는데요 허벅지 뱃살 둘 다 중간이에요. 오디션은 어떻게 보나요? 제 신체 조건으로 가능할까요? 11살인데 가능할까요?...”, “얼굴은 못생기진 않구 예쁘진 않은데 다른 사람들이 귀엽게 생겼다구 했어요. 그리고 놀이동산에서 노는데 작가들이 찍어가구 그랬거든요 그리고 사진발이 좀 안 받는데 그게 억지웃음을 지어서 그렇데요.. 그런데 왜 제가 사는 곳에는 길거리 캐스팅 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인터넷에 올라있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글이다.

연예기획사에서 가수 한두 명을 선발하기 위해 실시하는 오디션에 무려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가 하면, 가수가 아닌, 가수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률이 대략 10000 : 1쯤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연예기획사는 무려 80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가수, 연기자, 댄서, 모델 등 연예인을 양성하는 연예학원인 이른바 ‘아카데미’는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 유명 기획사에서는 현재 양성하고 있는 ‘훈련생’만 3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열기를 타고 최근에는 연예인의 꿈을 품고 연예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제작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편 청소년들의 연예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에서는 청소년 연예인의 성적보호와 공정한 연예활동 보장, 청소년 연예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학습권 보호 등에 대한 규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예인 되기’ 열풍은 이른바 ‘연예공화국’ 치하에 놓여있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10대 크리스천들 사이에도 연예인에 대한 관심과 동경을 넘어 적극적으로 연예계에 진출하려는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가진 재능과 끼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린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스스럼없이 연예계 진출 희망의사를 밝힌다. 학부모들도 과거와 달리 소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우리 연예계에 기독교인 비율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년 연말 연예계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수상 소감은 결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유명가수가 자신의 음반에 적어 넣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신앙고백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 하에 기독청소년들의 연예계 진출도 계속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필자가 볼 때, 현재와 같은 청소년들의 연예인 지망 열풍은 다분히 기형적, 병리 현상으로 비친다. 그들이 연예인이 되려는 큰 이유가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유명해 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문조사 자료는 현재 대한민국에 만연한 ‘한탕주의’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에 기독교인까지 별 비판의식 없이 이러한 분위기를 한 몫 거들고 있는 현실을 하나님은 어떻게 바라보실까? 개인적으로, 근래 일어난 유명연예인 자살 사건의 당사자 중 절대 다수가 크리스천이었다는 사실은 연예계와 기독교와의 상관관계를 암시해주는 중요한 단서로 읽힌다. 필자에게 이 사실은 ‘돈과 인기와 외모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연예계와 주님을 닮아 거룩함을 추구하는 기독교가 결코 친화적일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연예인을 좋아하고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연예 열광 분위기와, 왜곡된 상업주의와 선정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연예계의 현실을 놓고 볼 때 기독교인 특히 기독청소년들의 지금과 같은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연예인 지망 분위기에 대해서 ‘깊은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옛 글이라 지금의 상황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