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의 뿌리 츠빙글리를 읽다(주도홍 교수 저)
개혁신학의 뿌리 츠빙글리를 읽다
주도홍 | 세움북스 | 440쪽 | 24,000원
“예수를 기억하라”
"하나님의 절대적인 의와 인간의 상대적인 의 사이에 항상 있는
역동적인 긴장(dynamishce Spannung)"
루터가 태어나고 채 두 달도 되기 전
훗날 또 다른 종교개혁자가 된 인물이
지금의 스위스 토껜부르그의 윗자락 마을에서 태어났다.
바로 훌드리히 쯔빙글리(1484-1531)였다.
츠빙글리를 읽지 않고는 루터도 칼빈도 종교개혁도 알 수 없다.
특히 칼빈 이후 이어진 개혁교회와 청교도를 비롯하여 존 낙스에 의해 시작된 장로교도 이해할 수 없다.
츠빙글리는 짧고 굵게 살았던 위대한 인물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종교개혁에 관한 책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입지와 가치를 지닌 책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종교개혁은 곧 마르틴 루터라는 공식을 암송하고 다녔다. 물론 루터가 가진 입지를 절대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독일교회라면.
하지만 개혁주의나 장로교도라고 하면 사정이 다르다. 그럼에도 칼빈주의를 따르는 대다수의 신학교조차 츠빙글리는 거의 다루지 않으며, 루터에서 곧바로 칼빈으로 넘어간다.
츠빙글리에 관한 2차 문헌도 극히 적은 마당에 그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아쉬울 따름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에 관한 저작물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의미심장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저자가 직접 가르친 내용들을 시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해가 쉽고 명료하다. 무엇보다 연대기적 방법으로 서술했다는 점에서 평전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츠빙글리의 15개의 저작과 편지들을 연대기적으로 해설하고 정리하고 있어, 츠빙글리의 신학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루터와 츠빙글리는 결국 갈라선다. 우리는 단지 성만찬에 대한 이해 차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성경을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 자체가 츠빙글리와 루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루터에게는 종교와 국가의 분립을 주장하는 이원론적 사상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관점은 후에 루터의 ‘두 왕국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상징론을 추구했던 츠빙글리는 시민으로서의 공공성을 더 추구했다. 추천사를 쓴 최현점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츠빙글리는 교회와 국가의 역할을 나눔에 있어서는 루터에 동의하나, 거기서 더 나아가 모든 삶의 영역 특별히 정치, 경제 등 공공 영역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 문제와 그리스도인들의 정의로운 사회적 책임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루터와 달리 부패한 군주를 축출할 국민적인 저항권을 언급함으로써 매우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길을 열어 놓았고, 이것은 칼빈에게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신학을 충실히 좇는 개혁교회는 결코 이원론적이 아니라 통전적이고 공공성 있는 신앙 전통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개혁신학의 뿌리인 츠빙글리의 <67개조 논제 대한 해설>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곳에서 츠빙글리 신학의 정수인 ‘자유’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츠빙글리의 자유에 대한 견해는 음식에 대한 금기를 깨고 사순절 시기에 고기를 먹은 것을 옹호한 것이다. 츠빙글리는 단지 금기를 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근거가 철저히 ‘성경’이어야 함에 있었다.
즉 츠빙글리의 신학은 ‘오직 성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츠빙글리는 교회법에 대해 네 가지 입장을 제시한다(54쪽).
첫째, 교회법은 그 근거가 오직 성경이어야 한다.
둘째, 교회의 전통은 성경과 일치할 때만 유효하다.
셋째,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교회의 규례는 폐기되어야 한다.
넷째, 그 어떤 교회의 권위라도 예외 없이 성경의 권위에 순종해야 한다.
이처럼 츠빙글리는 철저히 ‘오직 성경’이라는 종교개혁 사상의 모토를 정확하게 제시했고, 그것을 삶으로 실천했던 인물이다.
“성경은 츠빙글리에게 모든 신학을 세우는 최고의 기준점이며, 가장 최상의 권위이다. 츠빙글리 신학의 근거는 두 가지로 ‘오직 그리스도’ ‘오직 성경’이다(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