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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신앙/창조와 과학

“생물은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미생물학자 파스퇴르(1)-글: 조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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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결코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미생물학자 파스퇴르(1)-조덕영

 

 

글: 조덕영 박사

 

“생물은 결코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1)

 

미생물 학자 파스퇴르

위대한 파스퇴르 연구소

 

에이즈(AIDS)는 21세기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던 80년대 중반, 에이즈를 옮기는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최초로 세상에 알린 곳이 있다. 바로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였다. 최초의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 공로에 대한 시비가 일부 있었으나 이제는 누구도 그 공로가 파스퇴르 연구소의 몫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파스퇴르가 나이 66세 되던 해인 1888년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개의 무서운 전염병인 광견병의 예방법을 발견한 파스퇴르의 업적을 기념하여 시작되어, 현재는 18개의 연구소가 프랑스뿐 아니라 각 나라에 설립되어 있다. 근대 의학의 창시자였던 파스퇴르의 명성은 이렇게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유를 처음 젖소에서 짜내는 일을 착유(窄乳)라 한다. 방금 짜낸 우유에는 미생물이 거의 없지만, 우유는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이어서 곧 많은 세균이 달라붙어 번식하게 된다. 우리 눈물방울만한 우유 안에만 해도 500만 마리가 넘는 세균이 존재한다. 또 이 미생물들은 생육에 유리한 조건만 주어지면 금 새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 버린다. 여기에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미생물도 있고 해로운 미생물도 있다. 그래서 우유 가공 공장에서는 살균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살균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낮은 온도에서 하는 살균법을 '저온 살균법'이라 하는데, 이것은 파스퇴르 살균법이라고도 하며 바로 파스퇴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살균법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파스퇴르 살균 우유는 값이 비싼 편이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연구한 논문 중에는 우유 살균에 있어 에너지 소비에 관한 부분이 있었는데 동일 조건에서 저온 살균을 많이 하는 유가공 업체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우유 제품 값 상승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렇게 파스퇴르 우유는 양질의 고급우유다.

파스퇴르의 어린 시절

 

경건한 믿음의 사람이면서 인류의 질병 예방과 치료에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헌을 남긴 미생물학자였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프랑스 동쪽에 있는 작은 도시 쥐라(Jura)주 돌르(Dole)에서 태어났다. 나폴레옹 군대의 직업 군인으로 오랫동안 일하다 퇴역하여 가죽 공장에서 일하던 그의 아버지는 애국심이 강하고 의지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군인인 남편을 잘 따르던 그의 어머니는,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인내심이 강하고 신앙인으로서 자녀들을 주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파스퇴르는 남들보다 탁월한 면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저 평범하기만 하였고, 단지 그림 그리기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을 뿐이었다. "루이는 앞으로 훌륭한 화가가 될지도 모르겠어."

 

주위의 어른들은 파스퇴르의 그림 솜씨에 감탄하곤 했다. 지금도 프랑스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여러 편 걸려 있는데, 특히 그의 어머니를 그린 매우 섬세한 초상화는 그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를 잘 전해 주고 있다. 중학교 시절, 파스퇴르는 잠시 병을 앓아 학업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

 

"하나님, 우리 루이는 침착하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속히 건강을 회복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아이로 자라나게 해주세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곧 건강을 되찾은 파스퇴르는 파리의 유명한 고등 사범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이곳에서 그는 당시 "불소"(弗素, F)라는 원소를 발견하여 유명해진 화학자 안토니 바라드 교수의 조수가 된다. 이때 그는 수학과 화학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여 젊은 나이에 이학박사가 되었으며, 시골 중학교를 거쳐 1849년 스트라스부르그 대학 화학교수가 된다.

 

그곳에서 또한 파스퇴르는 아내 마리 로랑을 만나게 되는데 끈질긴 구혼 끝에 대학 총장의 딸인 그녀와 결혼하는 행운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파스퇴르의 연구를 힘닿는 데까지 돕고 조수의 역할도 감당한 훌륭한 내조자였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었다. "루이, 오늘은 다른 날도 아니고 바로 자네의 결혼식 날일세." 결혼식 날 주례 성직자가 예식을 알리는 데도 파스퇴르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진행 중인 실험을 유유히 마치고는 친구 샤피가 재촉을 하자 그제 서야 느긋하게 식장에 나타날 만큼, 이미 괴짜 과학자로서의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 이때는 그가 스물일곱 살 되던 해 5월이었다.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파스퇴르의 연구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파스퇴르는 1854년 리우에 새로 세워진 이과대학의 교수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리우 지방에는 포도주 제조 공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는 연구에 커다란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파스퇴르 교수님, 포도주가 자꾸 신맛이 나곤 하는데 무슨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포도주 제조업자는 파스퇴르에게 연구를 부탁하였다. "포도주가 시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유가 시게 되는 것도 포도주와 같은 이유일까? 혹시 현미경으로 보이는 이 작은 미생물들 때문은 아닐까?" 파스퇴르의 이러한 착상은 그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생명은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생물속생설)

 

지금은 효모(酵母)라고 불리는 미생물이 작용해서 포도주와 맥주와 같은 발효주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17세기까지만 해도 미생물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벨기에의 헬몬트(1577-1644)라는 과학자는 쥐처럼 큰 동물도 우연히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시절이었다. "젖은 셔츠와 밀알을 항아리 속에다 넣어두었더니 셔츠에서 생기는 습기 때문에 밀에서 쥐가 생겨났다. 작은 생물들도 조건만 된다면 자연적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 있다."

 

밀을 먹으려고 항아리 속으로 쥐가 들어가서 발생한 우스꽝스러운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모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생각 중 하나였다. 그러나 17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 이론은 허황된 것이라는 증거가 하나 둘 나타났다. 그 이후, 파스퇴르는 이와 같은 자연발생설을 결정적으로 뒤엎어버리게 되었다.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맥주나 포도주를 상하게 하고, 동물이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맥주나 포도주가 되게 하는 미생물과 포도주를 시게 만드는 미생물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증명하였다.

 

포도주가 시게 되는 것은 젖산이라는 물질 때문인데, 이것은 탄수화물이라는 영양소에 젖산균이 작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술의 신맛이나 부패된 빵의 신맛도 모두 젖산 때문이고, 김치의 신맛이나 요구르트의 신맛 등도 모두 젖산 때문이다. 파스퇴르는 이들 신맛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번식을 막으면 부패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포도주를 끓여서 미생물의 번식을 막고, 다른 포도주는 그대로 저장한 다음 여러 달이 지난 후 맛을 비교해 보았다. 그랬더니 끊여서 저장한 포도주는 신맛이 훨씬 덜하였다. 신맛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저온 살균법인 파스퇴르 살균법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17세기말 이탈리아 의사요 철학자였던 레디(Francesco Redi, 1626-1697)의 실험을 통해 부정되는듯하던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어찌 된 일인지 18세기가 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옹호했으며, 심지어 영국의 성직자였던 존 니덤(1713-1781)은 노골적으로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1745년에 발표된 니덤의 논문은 많은 소동을 일으켰다.

 

"염소 고기를 삶은 즙을 플라스크에 넣고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들이 못 들어가게 마개를 닫았다. 그리고 가열한 후 며칠을 두었더니 플라스크 안에 온통 미생물이 번식하였다. 생명은 분명히 자연 발생한다."

 

여기에는 종교 지도자들도 합세하였다. 그 이후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은 채 100년이 지나고 말았다. 미생물을 연구하던 파스퇴르는 이 일에 큰 의문이 생겼다. '성경에 보면 분명히 하나님께서 6일 동안에 모든 세계와 생물들을 창조하시고 7일째는 쉬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면 성경의 말씀과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종교 지도자들까지도 자연발생설을 믿는 것일까?'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는 이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연 발생설은 성경의 내용과는 맞지 않아. 이것을 밝히는 작업이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유명한 실험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는 목이 긴 유리그릇을 만들어서는 S자 형으로 목을 구부렸다. 그리고 이것은 백조의 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백조목 플라스크라고 하였다. 여기에 고기즙을 넣고 가열한 후 그릇의 마개를 닫지 않고 공기 중에 방치하였다. 목을 구부려 놓았기 때문에 미생물들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 생각은 들어맞았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던 미생물들은 구부러진 목에 걸려서 유리 그릇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으며, 그릇 안의 즙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솜에다 공기를 불어넣어서 관찰해 보았는데, 솜에 미생물들이 번식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것을 즙에 넣어 보았더니 마찬가지로 금방 부패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솜을 가열한 다음 넣어 보았다. 즙은 다시 상하지 않았다. 이 유명한 실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 실험으로 생물의 자연발생설은 완전히 부정되었으며, 생물은 생물로부터만 발생한다는 생물 발생설이 정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1864년 파스퇴르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의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연발생설은 이 단순한 실험으로 치명상을 입었으며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유명한 실험이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미생물들도 덩치 큰 동물들 못지않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들임이 밝혀지고 있다. 사람의 몸 안에 존재하는 대장균은, 길게 늘어놓을 경우 1밀리미터가 되는 유전 정보를 몸 안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장균의 길이는 그보다 1천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미생물이다. 이들 1밀리미터 길이의 유전 정보의 명령을 따라서 대장균은 자그마치 2,800종류나 되는 단백질을 수초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 (계속)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