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지구 생태계 위기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재촉하는 환경재난의 징후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농토의 사막화, 생물의 멸종,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오염물질의 확산, 새로운 질병의 등장과 같은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와 많은 생물들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전 세계 2,500여명의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연구한 결과 현재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적외선을 흡수하여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기체들인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냉매로 쓰이는 CFC 등이 지난 100년 사이에 갑자기 늘었다. 특히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여 65% 정도의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이전에는 대기 중에 250ppm이던 것이 지금은 400ppm으로 증가하였다.
IPCC 4차 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더라도 지구의 기온은 2100년에 0.6도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 보면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의 경제성장 추세를 감안하여 성장을 가장 느리게 본 경우에도 2100년에는 기온이 1.8도 오르고 경제성장이 빠른 경우에는 4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기온 상승에 따라 해수면은 18 내지 59cm 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온다면 이는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되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강수 형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아열대 지방에서는 강수량이 감소하여 사막이 확대되고, 온대, 한대 지역은 강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100년까지 강수량이 2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홍수와 태풍의 피해가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은 기후변화를 인류가 21세기에 공동으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많은 지역에 가뭄을 초래하여 사막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생태학적으로 농경지로 부적합한 지역을 무리하게 개간함으로 인하여 매년 600만ha의 농경지가 완전한 사막으로 변하고 있으며, 또 매년 1,100만ha, 즉 남한만한 면적의 삼림이 벌채되고 있는데 이의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사막으로 변한다 . 이 속도로 간다면 20-30년이면 인도 대륙, 40-50년이면 중국이나 미국 크기의 땅이 사막이 된다. 중국도 매년 제주도 1.5배 만한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어서 해가 갈수록 황사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재 육지의 거의 1/3이 사막 아니면 황무지인데 이의 80% 이상은 사람이 만든 사막으로 분류된다.
오염물질의 축적과 생태계 파괴
또한 지구상에는 수많은 오염물질들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2,900만 종의 유기화학물질이 돌아다니는데 그 중에는 분해가 잘 안 되고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의 체내에 농축이 이루어지면서 여러 가지 피해를 일으키는 물질들이 많이 있다. 특히 유기염소화합물들이 독성이 강하고 분해가 잘 되지 않아서 주의를 끌고 있다. 그 중에 소위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내분비 교란물질들은 암과 같은 질병과 돌연변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번식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림과 습지와 같은 생물들의 중요한 서식지가 파괴되고, 환경 호르몬과 같은 오염물질이 범람하며, 오존층의 파괴로 강한 자외선이 침입하고, 기후가 변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지금 지구상에는 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 현재 매년 1%의 생물종이 멸종하고 있어서 앞으로 20-30년이 지나면 지구에 있는 생물 종의 1/4이 멸종하리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바다의 생물이 급속도로 멸종하고 있다. <Science>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지난 50년 동안에 바다 생물 종의 70%의 개체수가 90% 이상이 줄어드는 멸종상태를 맞았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2050년이면 모든 바다 생물들이 파멸될 것이라고 이 논문은 예측하고 있다. 이 바다 생태계 파괴의 중요한 원인은 연안 습지의 파괴와 남획이 주원인이다.
오존층 파괴도 지구를 위협한다. 오존은 지상 10 - 50km의 성층권에 존재하여 파장이 0.29 마이크론보다 짧은 광선, 즉 강한 자외선이나 우주선, 감마선 등을 차단하여 지구의 생물을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말하자면 외계로 여행하는 우주인들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하여 쓰는 우주복의 구실을 지구에서는 오존층이 하고 있는 셈이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물질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많이 나오는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 같은 질소산화물, 그리고 유기물질이 썩을 때 나오는 메탄가스(CH4) 등의 물질도 거론되지만 그 중의 가장 잘 밝혀진 원인으로는 CFC(chloro-fluoro-carbon: 염화불화탄소)를 들 수 있다. CFC는 탄소에 염소와 불소가 결합한 화학물질들을 일컫는다. 이 CFC 물질들은 온실가스로서 지구기후변화에도 관여하고 있다.
지구 자원의 고갈
인류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머지않아 지구의 자원은 고갈될 것이다. 현재 60억의 인구가 21세기 말에는 100억 내지 140억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지구의 경제규모는 지난 100년 동안에 50배가 증가했다. 특히 2차 대전 이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단지 50년 동안에 인구가 20억에서 62억으로, 지구 경제가 15배, 화석연료의 사용이 25배, 공업생산이 40배 늘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은 그 만큼 생산을 많이 한다는 말이고, 생산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인류가 지금과 꼭 같은 방식으로 산다면, 에너지와 자원이 그 만큼 더 필요하고 폐기물이 더 많이 생기며 환경파괴행위도 더 커진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는 무한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에너지와 자원이 없다. 이러한 경제는 대부분이 재생이 불가능한 에너지와 광물자원 그리고 삼림, 흙, 바다 등으로부터 얻고 있는데 이러한 자원은 한정이 되어 있어서 언젠가는 고갈되고 만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석유가 2006년에 이미 생산이 정점을 지났다고 발표했다. 석유는 앞으로 2050년대에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고, 석탄도 2100년대에 이르러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석유를 계속 찾으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석유 1리터를 채굴하는데 석유 1리터의 에너지가 들면 이 석유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라늄도 2050년대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원도 다 마찬가지이다. 선진공업국들이 처음에는 다 자국에서 나는 자원으로 산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후진국으로부터 수입한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고 지금은 후진국으로 있는 자원수출국들이 산업이 성장하면서 더 이상 자원을 수출할 수가 없게 될 때, 그 때 지구의 경제는 파산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의 경제가 무한정 계속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지구가 크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지구의 경제가 어떻게 계속 커질 수가 있는가? 이 지구 생태계에서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성장하는 것은 암 밖에 없다. 암의 종말은 죽음이다!
환경 문제와 기독교 신앙
오늘날의 환경문제가 ‘땅을 정복하라’는 성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전통적으로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사람을 위하여 창조되었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편리를 위하여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마이모니데스는 “모든 만물이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피조물은 그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창조된 것이지 다른 피조물을 위하여 창조된 것이 아니다” 라고 설파하였다.
미국 밴드빌트(Vanderbilt) 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명예교수인 샐리 맥페이그(Sally McFague)도 하나님이 그토록 사랑하신 세상은 인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이 성육신하셨다는 것도 꼭 하나님이 사람으로만 오셔서 사람 가운데만 계신 것이 아니라 만물 가운데 성육신 하셔서 만물 가운데 계실 수도 있어서 모든 피조물을 하나님의 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창세기 1장 28절을 보면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에게 제일 먼저 내린 명령이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생물을 다스리라’고 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땅에 ‘충만하라’ 했으니 모든 땅을 인간이 다 차지하고, ‘땅을 정복하라’ 했으니 산과 강을 다 불도저로 파헤치고, ‘생물을 다스리라’ 했으니 생물을 다 잡아 먹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예수님도 이 땅에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고 섬기러 왔다’고 하신 데서 잘 나타나듯이, 인간이 땅을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는 메시지는 성경에 없다.
이것은 히브리어의 의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충만하라’로 번역된 말은 히브리 원어에서는 자동사가 아니고 ‘채우라’ 혹은 ‘충만하게 만들라’의 뜻을 가진 타동사이다. 그래서 마이모니데스는 창세기의 이 구절을 설명하기를 ‘충만하라’는 것은 땅이 제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순리대로 채워주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땅의 필요를 채워 주면 땅이 우리의 필요를 채워 준다는 뜻이다. 또 ‘정복하라’(종으로 삼으라, 복종시키라, 종속시키라)와 ‘다스리라’라는 말은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자가 되어 피조물을 통치하도록 하신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통치는 억압과 폭력의 통치가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섬김의 통치,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통치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통치도 하나님의 통치의 속성을 반영해야 하며, 폭력과 억압의 지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래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는 ‘샬롬’의 상태, 즉, 하나님과 인간을 포함하는 피조물과의 관계, 그리고 피조물간의 상호 관계가 적의가 없이 풍성하고 형통하는 상태였고, 이는 또 장차 올 ‘새 하늘과 새 땅’의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세상’은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셨다(막16:15, 롬8:21, 골1:23). 이 땅이 오염되고 그 안에 피조물들이 고통 받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피조물들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해야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피조물들에게 진정 기쁜 소식은 인간의 죄악으로 고통 받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도록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요한계시록 11장 18절은 마지막 심판에 대하여 이같이 말씀하고 있다: “이방들이 분노하매 주의 진노가 임하여 죽은 자를 심판하시며, 종 선지자들과 성도들과 또 무론대소하고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상주시며, 또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시킬 때로소이다.” 하나님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큰 죄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 자체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땅을 망하게 하는 행위,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무섭게 경고한다.
우리는 마땅히 순리대로 이 땅을 가꾸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파괴되어 가는 이 땅을 바로잡아 후손들에게는 우리가 물려받았던 것보다 더 나은 환경을 물려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이 땅에서 생존할 뿐만 아니라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길이고, 하나님의 창조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따라가야 할 길이다.
김정욱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전 환경대학원 원장, 전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