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힘내세요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힘내세요
갈릴리 호수 야경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변에는 예수님이 순례하신 <복음의 길>이 있다. 한 여름 갈릴리 바닷바람의 시원함에도 불구하고 섭씨 40도가 넘는 온도 때문인지, 딸과의 이 도보길 순례에서 마주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스도인 인구가 수십 억일텐데~~
그늘막도 없는 이 복음의 순례길을 필자가 묵묵히 걸으면서 문득 생각난 것은 예수님의 고독이다. 베들레헴 말구유에 오셔서 척박한 유년의 고향 갈릴리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주님의 외로움과 아픔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묵상하게 한다.
그런데 이 고독과 아픔의 느낌이 소환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의 안세영 선수의 놀라운 선전이다.
안세영 선수
배드민턴 세계 챔피언 안세영 선수가 화제다. 배드민턴 단식은 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도 대단히 고독하고 격렬하며 고된 운동경기다.
모든 운동경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나 배드민턴은 특별하다. 두뇌와 눈과 어깨와 팔과 손목, 무릎과 발목이 모두 동원하여 순간적 판단을 해야되는 총체적 운동이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선수 개인이 감당해야 된다. 그 고된 훈련 과정의 외로움과 아픔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정상에 오른 선수의 경우 오죽하랴!
그런 안세영 선수가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무언가 작심 발언을 했다는 것은, 발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 이루어진 결단이었다고 본다.
그 원인이 분명 있음이 금새 드러났다. 배드민턴 협회의 찌질한 대처가 더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국가 대통령과 담당 장관과 스포츠 스타 출신의 차관이 관심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협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수준을 보며 그 자체, 음습한 임원진의 행태가 난무한 협회라는 것을 짐작케 했기 때문이다. 도핑 테스트에 대한 무능한 대처로 세계 정상 이용대 선수를 징계받게 만든 배드민턴협회가 여전히 그 관성에 젖어있는 것은 아닐까?
신앙이든 운동경기든 진심이 담겨야 한다. 운동 선수가 아픔을 호소하면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에 진심인 선수다. 다른 유명 선수처럼 수시로 광고와 예능에 진출한다거나 별다른 취미 생활을 즐기는 평범한 선수 같지도 않다.
그런 선수가 무언가 아픔을 호소하고 신발과 라켓 등 자신에 잘 맞는 도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시로 평범한 산책을 즐기는 필자도 가진 신발 가운데 나00, 뉴 000 등을 제쳐 놓고 최고 유명 메이커가 아닌 푸0의 것을 사용하는 것은 그 신발이 가장 잘 맞는 편안한 신발이기 때문이다.
안세영 선수를 보면 무릎 부상을 안고도 악전고투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선수를 방치를 넘어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갑질하듯 반격하는 협회를 보면 찌찔함을 넘어 한 선수를 겁박하듯 몰아치는 갑질의 명수였던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더군다나 안세영 선수 정상 등극 사진을 누락했다고?
군대서 소원수리를 하면 마치 군대 내 아무런 구타도 부조리도 없다는 듯 늘 당연히 최고 부대의 영예가 부여된다. 하지만 그 다음날도 창고 뒤에서는 살벌한 구타와 부조리는 여전하였다. 문제있다고 호소하는 정상급 선수를 두고 문제 전혀 없다는 식의 협회의 자신감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캡처
안 선수를 보면 힘으로 하는 최고의 강한 스매싱을 하는 선수 같지도 않다. 최강의 힘으로 하지 않아도 강하다. 배드민턴의 내공이 있다는 의미다. 얼마나 많은 훈련과 눈물과 땀을 흘렸을까!
이런 선수가 세계 랭킹 1위가 되어 호소함에도 협회 측은 손흥민과 김연아 등을 언급하며 "눈높이가 다른 것 같다"고 해명하였으니 이 또한 황당하다. 훌륭한 손흥민 선수도 수십명의 세계 최고 선수 가운데 하나요 김연아 선수도 치열한 경쟁 속 승패를 거듭한 선수다. 안세영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누구 못지 않은 스토리를 가진 최정상의 선수가 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축구, 배구, 야구, 농구는 하지 않았어도 배드민턴 한두번 즐기지 않은 세계인이 얼마나 될까? 그만큼 세계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가 배드민턴이다. 성하지 않은 몸으로 인구 30배의 중국 선수를 물리친 안세영 선수다.
안세영 선수는 귀국 이후 "제 이야기로 많은 분을 놀라게 해 마음이 매우 무겁다. 특히 수많은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제 발언으로 인해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려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다"며 "제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가 충분히 축하받은 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힌 것일까? 홀로 거대한 제도권의 부조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와 다른, 또 다른 외로움이 동반된 힘겨운 도전이다.
안세영 선수와 펜싱의 2관왕 오상욱(금), 부상 투혼의 안바울(유도 단체 동) 등은 대표적 기독인 선수들로 알려져 있다. 육상의 희망 우상혁 선수도 그리스도인이다. 물론 이밖에도 신앙을 가진 대표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이번 안 선수의 경우가 스포츠 행정기관들의 자정의 계기가 되어 스포츠를 즐기고 사랑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유쾌한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 안세영 선수 힘내세요.
조덕영 박사(신학자, 칼럼니스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