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의 명검(劍)
톨레도의 명검(劍)
고대부터 품질 좋은 강철 생산과 도검 제작으로 유명했고 고대 로마 시대부터 중세 때까지도 톨레도산 검(劍)은 최고의 명품으로 호평받았다.
그 이유는 우선 톨레도에서 채광되는 철광석의 품위가 좋았던 점, 저탄소 강과 고탄소 강을 반복 접쇠하는 기술이 일찍부터 개발되어 우위를 점한 점, 강철의 최종적 품질을 결정짓는 열처리(담금질/뜨임) 기술도 뛰어났고 무엇보다 그 공정들이 표준화되었던 점이다.
몇몇 소수 장인들의 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것보다 기술을 표준화하는 것이 품질의 상향 평준화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단적인 예로 시계가 없던 시절에 담금질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담금질 시간에 박자가 맞춰진 표준화된 기도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워낙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고급품은 전문 장인도 일 년에 두세 자루 정도씩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톨레도산 강철은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제강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잘 알려진 로마군의 글라디우스도 톨레도산 강철로 만들어졌고 서고트인들과 무어인들이 오랫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이유들 중 하나도 톨레도 점령 이후부터 톨레도산 강철로 만들기 시작한 무기와 갑옷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훗날의 콩키스타도르들이 신대륙에서 압도적인 전력 차를 헤쳐 나가거나 오히려 정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수급이 불안정한 화약 무기보다는 언제나 믿음직한 톨레도산 무구의 위력 덕이 더 컸다.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대부분 흑요석 무기를 사용했고 전금속제 무기는 사실상 본 적도 없어 강철 검의 대응법을 몰라서 검을 막을 만한 갑옷도 거의 입지 않았기 때문.
그 유명한 다마스쿠스 강조차도 톨레도산 강철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다.
애당초 다마스쿠스 강이 개발된 이유가 톨레도 강철에 비견할 만한 강철을 만들자는 것이었기도 하고. 톨레도 강에 비해 다마스쿠스 강은 유연성이 떨어지며 경도가 너무 높다는 평을 받았다.
검의 발달사는 인류 역사가 잔인함과 폭력과 전쟁의 역사임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마 26:52)
©조은선